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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백윤식 "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게 하는 편이다" ①

강렬한 인상, 독보적인 캐릭터. 배우 백윤식이 그 동안 보여줬던 영화 속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영원히 살 것만 같은 그런 인물들이었다. 영화 밖 세상으로 나와 우리와 같이 호흡하고 웃으며 살 것 같지 않던 그가 영화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일상 속 소시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피똥 싼다' 같은 대사를 할 때 보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고 독특한 발성과 호흡으로 인해 쉽게 말을 섞기 어려울 것 같은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갖고 있는 백윤식이었다. 그랬던 그가 남도 사투리를 쓰며, 동네 세입자들에게나 큰소리 치는 노인을 연기했다. 연기데뷔 48년째인 그에게 뛰어난 연기변신, 캐릭터의 귀재 같은 수식어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만은 아직까지도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가득 담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영화가 인상적이었다. 노익장이랄까? 아직도 건장하시구나 생각도 들었다. 대단한 체력과 집중력으로 새로운 장르의 스릴러를 만들어 내셨다. 언론시사회 때 완성 작을 처음 보셨는데 배우로서는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A. 다른 동료들도 그럴 테지만 배우들은 영화 촬영 전에 시나리오로도 한참을 파고들고, 현장에서도 치열하게 찍었다 보니까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는 일반 관객보다는 냉정하게 봐 진다. 웬만해서는 평가하는 게 야박한 편이다. 관객들보다는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는 편이다. 아쉬운 부분도 좀 있다.

Q. 촬영하기에 힘들었을 장면들도 많이 보이고, 내용적인 면 보다 촬영할 걸 생각하면 선뜻 영화에 출연한다고 말하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A. 맨 처음 시나리오가 나오고 제작사 대표가 섭외요청을 하던데 그때는 영화에 대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첫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진행 과정 중에 시나리오도 여러 번 변하고, 그러고 나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되었다.

Q. 시나리오 변천사에 대해 조금 말씀해 주신다면?
A. 시나리오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내가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 를 보게 되었다. 그 작품을 보고 나니까 원작이 괜찮더라. 원작자가 작품 후기 써 놓은 것도 봤다. 원작에서는 심덕수 혼자 사건을 풀어나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웹툰과 왜 영화가 달리 설정되었나 보니 시나리오를 다듬어가는 와중에 작가가 의도한 사건과 동일 한 사건이 현실에서 발생했고, 그거에 대해 작가가 부담을 많이 느껴서 방향을 변경해 박평달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다. 그런 과정까지 알게 되고 나니 웹툰 자체를 워낙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등장인물도 시니어의 이야기고, 한국 영화계에서 볼 때 아직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던 거라 판단되어서 하게 되었다. 아직은 내가 그 정도 연령층을 연기 했던 적이 없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뭣 하지만 (웃음) 아직은 비주얼적으로도 그렇고 (웃음). 그런데 작품할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하고 싶다는, 관객에게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바램이 있었기에 그런 게 배우로의 책임과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를 하게 되었다.

Q. 처음 보셨던 시나리오에 비해 최종 결정을 하게 된 시나리오는 많이 만족스러우셨나 보다.
A. 원작에서 심덕수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6.25시절 북한군을 피해 도망중일 때 어린 동생이 행여 소리라도 지를까 봐 손으로 동생의 입을 틀어막았는데 질식사로 죽게 되었다. 그런 스토리까지 모두 영화에 담았다면 심덕수 일대기도 아니고 얼마나 지루했겠나. 김홍선 감독이 잘 각색을 한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데 인물의 캐릭터도 중요하고 분량도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고 결정을 하게 된다. 김감독이 복합적으로 내용들을 잘 구성시켰더라.


Q. 연기경력이 거의 반백 년이신데, 그 정도 경력이 되면 대본을 보면 어떻게 연기해야 겠다는 게 딱 떠오르시나?

A. 어느 분야건 연륜이 쌓이면 노하우가 생기긴 하겠지만 그래도 매 작품마다 신선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다. 연륜, 경륜에 의한 노하우는 있겠지만 그걸 특별히 의식한다거나 앞세우는 건 없다. 기본적으로 연기 프레임은 다 대본에 담겨 있기 때문에 항상 대본을 열심히 본다.

Q. 이번에 연기하신 심덕수라는 인물이 참 재미있는 인물이더라. 얼핏 보면 나쁜 노인네 같은데 또 보고 있자면 참 정이 많더라.
A. 심덕수는 소시민이다. 다른 지역에서 와서 터를 잡은 인물로 남을 괴롭히거나 피해주지 않고 자기관리를 잘 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건물도 몇 개 있고 아리동 연립주택도 자신의 소유이고, 경제 개념도 철저하다. 소위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심덕수 입장에서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기에 이정도 이루고 살 수 있는데 세입자들을 보면 열심히 살지 않는 걸로 보일 것 같다. 물론 사정도 있고, 힘들다는 것도 알지만 봐주다 보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심한 말도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것인데 받는 사람들은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월세는 제때 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 질서가 잡아지니까. (웃음)

Q. 호남 사투리를 영화 속에서 쓰셨다.
A. 영화를 목포, 군산, 광주, 영광 등에서 촬영했었다. 보조출연하시는 분들이 나보고 남도사투리를 제대로 쓴다고들 하더라.


Q. 마지막 장면 촬영하실 때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셨는지?

A. 비를 뿌리고 겨울에 진흙탕을 만들고 까느라 스텝들이 고생했지 나는 체력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 시간 나면 스포츠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많이 움직이는 걸로 평소에 건강관리를 생활화 하고 있다. 한번도 32인치 사이즈를 벗어난 적이 없다. 몇십년 째 유지하고 있다.

Q. 혹시 다이어트 같은 것도 하시는지?
A. 나에게 맞는 걸 알다 보니 다이어트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유지가 된다. 먹을 거 다 먹고, 좀 먹었다 싶으면 좀 더 움직이고, 내게 맞지 않는 건 안 먹고 그런다. 먹는 거 못 먹는 다이어트는 못한다.

Q. 사실 <반드시 잡는다> 영화도 보고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내부자들>에서의 이강희 역할이 기억이 나기도 한다. 어떤 캐릭터가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시는지?
A.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보니 <내부자들>의 캐릭터와 <반드시 잡는다>의 캐릭터를 다르게 만들어냈다. 어느 쪽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는 작품 할 때마다 달라진다. 어느 쪽이 어울린다는 건 없다.

Q. 스태프들이 혹시 선생님을 무서워 하지는 않으시나?
A. 영화 현장에는 20대 초반부터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있는데 다들 나를 반겨주고 좋아해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줘서 좋다. 스태프들이 나를 배려 해주는데 나라고 어디 받기만 하고 있겠나. 이심전심이라고 현장 가는 자체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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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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