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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실패를 모르는 드라마킹, 이종석 인터뷰 ①

28살의 배우 이종석은 지금까지 실패를 모르는 드라마킹의 길을 걸어왔다. 2009년 <드림>의 단역 데뷔 이후 <검사 프린세스> <시크릿 가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학교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장르에서 시청률과 인기를 거머쥐었다. 스크린에서의 활동도 활발했다. <코리아> <관상> <노브레싱> <피끓는 청춘> 등에서도 열연하며 이종석은 연기 확장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브이아이피>를 통해 북에서 넘어온 희대의 살인마를 연기했다. 그것도 자청해서. 과연 그의 연기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Q. 범죄 액션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국정원과 CIA의 비밀스러운 보호를 받는 북에서 온 귀빈 김광일을 연기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참 잔인한 인물이더라. 어떻게 먼저 이 역할을 하겠다고 감독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나?

A. 개인적으로 모험이긴 했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 했던 역할들은 다 달랐는데도 크게 뭉퉁거려서 비슷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더라. 나도 나이 서른을 앞두고 남자영화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느와르 장르의 시나리오가 있었어도 그동안은 그 역할에 나를 대입했을때 물음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캐릭터에 알맞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은게 많았는데 <브이아이피> 같은 경우에는 내가 가진 이미지를 무기로 써서 같이 녹아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들었었다.


Q.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어떤 것이 무기라 생각하나?
A. 여리여리한 이미지, 미소년스러운 얼굴을 많이 보여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 반대의 섬뜩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번쯤은 연기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이른감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브이아이피>는 욕심이 났다. 아마 어린 팬들은 좀 놀랄 것 같긴 하다. 원래 SNS에 쪽지가 오는 걸 잘 안보는 편인데 얼마전에 어쩌다 보게 되었다. 어린 팬이 보냈던데 "오빠 영화가 너무 보고 싶은데 미성년자 관람 불가더라. 그래도 봐도 될까요?"라고 왔는데 처음으로 답장을 보내봤다. "응원해줘서 고맙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봐주면 좋겠다."라고 보냈다.


Q. 배역에 욕심이 났다면 연기에 힘도 많이 주고 연구도 많이 했을 것 같다. 만족스럽게 나왔나?
A.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 같은 배역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뤄진 역할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는데, 살인을 하는 과정에서도 희열을 느끼거나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냥 아이같이 해맑은 느낌이면 더 새롭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컨셉을 잡았다. 실제로 영화를 봤을때도 내 피부가 하얗고 창백하게 나오던데 거기서 해맑게 웃으니까 더 섬뜩한 느낌이 들더라.


Q. 촬영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A. 첫 촬영을 하기 전에는 정말 많은 계산을 했었다. 그런데 첫촬영을 하고 나서 감독이 아무것도 못하게 했다. 연기하려고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을 싹 들어내고 연기를 못하게 했다. 심지어 모니터도 못 보게 하더라. 감독의 디렉션만 따라 갔었다. 그래서 결과가 과하지 않고 담백했던 것 같다. 본인이 각본을 직접 쓰고 예상해둔 그림이 있어서인지 광일이 씬마다 지어야 하는 미소의 정도도 다 미묘하게 달랐다. 어떤 장면에서는 입꼬리를 이만큼만 올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어떤 감정상태이기 때문에 치아가 보이게 웃으면 안되고.. 그런식으로 디테일해서 힘들었다. 미소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이번에 알았다.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영어 대사다. 광일이는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 뒤에서야 입을 떼는 인물이다. 동등한 서열이라고 느껴지는 상대하고만 말을 하는 인물이고 모든 인물이 자신의 발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을 위해 뭔가 해 줄수 있는 미국 첩보원이 왔을 때야 겨우 말을 한다. 이때 영어 대사는 몇 천번을 연습했는데도 원어민 수준의 대사가 안 되더라. 감독님도 딴거 필요 없고 영어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힘이 들어가서 영화를 볼때 이 부분에서 나는 귀를 막고 봤다.



Q. 광일이라는 캐릭터는 곱씹을 수록 잔인한 인물이더라. 해맑은 얼굴이나 미소 때문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는데 사실 영화 보는 중에 광일이의 행동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틈 사이로 봤을 정도다.

A. 영화 촬영 첫 장면이 광일이가 살인을 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날은 피를 많이 봐서 그런지 속이 너무 안좋고 머리가 띵해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처음느껴보는 기분이라 묘했다. 조금 적응이 된 다음부터는 집중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기자님들이 쓰신 리뷰를 봤는데 대체로 평가가 감사했다. 좋은 평들이 많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말에는 뿌듯하기도 했다. 그 장면의 경우 잔인하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그 장면이 없이 영화가 후반까지 흐른다면 광일이 연약하고 유약해 보일 것이다. 관객들이 광일을 보면 분노해야 했기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힘으로 캐릭터가 끝까지 쭉 달려갈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Q. 그렇게 바라던 악역을 해봤다. 연기가 어떻던가? 악역도 해볼만 한가?
A. 악역은 처음해봤는데 새로와서 재밌는지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처음 악역을 하면서 보니까 본능적으로 착하려고 대사나 뉘앙스톤으로 순화시키려는 게 있더라. 너무 나쁜놈이어야 하고 절대악이어야 하는데 가끔 벗어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잘 잡아 주셔서 다시 캐릭터를 잡기는 했는데 악역이 쉽지는 않더라.


Q.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연기했다. 어땠나?
A. 되게 편했다. 드라마 할때는 또래가 많아서 리드해서 끌고가야 할 때가 많았는데 선배들과 하는 작업은 굉장히 유익했다. <관상>때도 느꼈지만 선배들과 하는 작업은 배울게 굉장히 많다. <관상>때는 내가 많이 어리기도 했고 기사성 같은 선배가 많아서 멀찌감치 구경하면서 연기를 배웠지만 이번에는 선배들과 스킨십을 하면서 연기하면서 쓸 수 있는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길 해달라.

A. 광일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김명민 선배는 그 장면에서 저한테 입가 근육을 좀 더 쓰면 어떻겠냐, 더 활짝 웃으면 어떻겠냐는 것들을 말씀해 주셨다. 완전 개인적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었다. 김명민 선배는 멘토같은 느낌이었다. 추상적으로 후배의 질문을 넘기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같이 고민을 해 주시고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걸 알려주셔서 현장에서 너무 좋고 감사했다.

Q. 장동건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A. 장동건 선배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시는 편이라 알고 있었는데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 주시고 마음을 열어 주셨다. 중국 작품할때는 어땠는지 물어봐 주시고, 때리는 장면 촬영할 때도 본인이 더 괴로와 하시는 것들이 너무 감사했다. 언론시사때도 이야기 했었는데 장동건은 말 한마디 한마디도 멋있게 하는 멋진 사람이더라. 촬영이 다 끝나고 뒷풀이도 하고 난 뒤에 '너무 감사하고 존경합니다'라고 문자를 드렸었다. 그랬더니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너를 실망시키는 선배는 되지 않을 거다"라는 답변을 해 주셨다. 너무 멋있었다. 팬이 되어 버렸다.


Q. 이번 영화에 대해서는 어떤 평을 받고 싶은가?
A. 단순하게 연기 칭찬을 받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런 연기도 해...'라고 보여주고 싶았다. 또 '연기 욕심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가 갖고 있는 목소리가 있으니까 크게 다르게는 안 보이더라도 <브이아이피>는 악역이고 사투리가 있고 하다보니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변화가 눈에 띄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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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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