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유승호에게서 들뜬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군주>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시청률 1위와 연기 호평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얻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 대해, 연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유승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군주>가 끝난 소감이 어땠나.
<군주>를 참 길게 찍었어요. 아마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촬영 할 때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딱 끝났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며칠 집에서 쉬다 보니까 그립기도 하고 왠지 무료하더라고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말이죠. (웃음)
Q 끝나자마자 한 일은?
지방 촬영이 많다보니까 항상 새벽에 3-4시 쯤 일어나서 출발했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정말 늦게까지 잠을 푹 잤어요. 또 평소처럼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하고요. 친구 중에 한 명이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데 가서 도와주고 그랬어요. 이번에 작품하면서 땀을 진짜 많이 흘려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쉬어야지 생각했는데 바로 가서 땀 흘리면서 농사지었네요. (웃음) 트럭 타고 가면서 시끄러운 노래 듣고 그런게 참 별 거 아닌데 스트레스 많이 풀리고 좋아요.
Q 남자 유승호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같다.
주변에서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좀 더 확실하게 성인으로서,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근데 제가 흐름을 잘 탔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같이 노력했고, 모든 상황들이 세자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줬거든요. 예를 들면 어린 세자를 연기할 때는 김명수 선배님 덕분에 그 모습이 잘 그려졌고, 컸을 때는 소현 씨랑 허준호 선배님, 명수 형 덕분에 잘 만들어졌어요.
Q 사극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는데. 작품 선택 이유는 뭐였나.
사극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작품 선택을 할 때 저하고 어울려야 하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하고 그런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는 편이거든요. <군주>라는 작품이 어떻게 보면 용기가 없어서 선택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극은 아무래도 톤이 정해져있고, 또 세자처럼 감정의 곡선이 큰 역할들은 해봤던 적이 있는 거니까요. 물론 <군주>라는 작품이 좋았던 것도 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이 아예 없었다고 말 못 할 것 같아요.
Q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한 것과 무관하게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결과를 나타내는 거니까요. 이번에 다행히 시청률도 잘 나왔고, 반응도 좋아서 아무래도 한시름 놓긴 했죠. 작품 첫방송 하기 전에 되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걱정이 컸어요.
Q <군주>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면?
제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즐거움을 느낄 때가 감정을 다루는 장면들을 표현했을 때에요. 멜로보다도 오열을 한다거나, 가슴 아파한다거나 하는 부분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기도 하고, 그런 장면을 찍고 편집해서 결과물을 보여줬을 때 시청자 분들이 ‘나도 슬펐다’, ‘같이 울었다’, ‘가슴이 찡했다’ 그런 말씀 해주시면 큰 감동을 느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잘 보여드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Q 본격적으로 멜로를 한 것도 처음이었다.
제가 굉장히 자신이 없는 게 멜로거든요. 감정연기를 할 때는 더 가슴으로 많이 느끼고 그 상황에 대해서 공감도 하고 그러는데 멜로는 그게 잘 안 돼요. 그치만 팬 분들도 멜로를 원하시고 앞으로 멜로 장르를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 작품에서 소현 씨랑 연기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웃음) 연구를 좀 했죠.
Q 김소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소현 씨가 19살이니까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을 해서 걱정을 했었어요. 챙겨주거나 뭐 그럴 필요 없이 워낙 경험이 많고 알아서 잘 하는 배우니까요. 그러다보니 제가 제작발표회에서 누나 같다고 말실수를 하기도 했는데요. (웃음) 절대 외적으로 누나 같다고 한 게 아니고 저보다 어린데도 믿고 따를 수 있는 배우라고 느껴져서 했던 말이었어요.
Q 작품에 대한 아쉬운 반응들도 있었는데.
저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한데요. 제가 전부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분들이 안타까워한 부분들에 대해 배우들도 공감을 해요. 그런데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배우가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었어요. 촬영이 길어지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거든요. 더 잘 생각하고 표현을 했었어야하는데 마음이 해이해졌던 것 같아요.
Q 연기에 대해서는 칭찬뿐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나.
네. 연기할 때는 항상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그 상황에서 연기하면서 느끼는 것 하고, 편집해서 앞뒤의 장면들과 이어놨을 때, 전체적인 걸 봤을 때 굉장히 다르거든요. 여기에선 조금 더 감정을 줄였어도 됐을 텐데, 여기에선 조금 더 갔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Q <군주>의 의미?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웃음) 유승호라는 사람의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이렇게 칭찬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전혀 생각도 안했었는데 너무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그래서 아예 이쪽 일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니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시청자 분들께는 이 작품을 계속 간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모든 작품이 다 그렇지만 이만큼 공들이고, 열심히 했고, 좋은 작품이었으니까 한 번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계속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