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은 데뷔 때부터 차분하다,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다. 연기자로서 생각이 많은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단 한 번도 이 길을 택한 걸 후회한 적 없다고, 그랬다면 진작 그만뒀을 거라고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밝아지고 편안해지고 있다. 오히려 주변에서 어떻게 아역 이미지를 탈피할 것인지, 또 다른 이미지 변신을 계획하고 있는지 조바심을 내며 묻는 동안 김소현은 묵묵히 자신의 색깔을 갈고 닦으며 더욱 빛나는 배우이자 사람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만큼이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김소현이 스스로 계획하고 있는 20대는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 ① 인터뷰 ②에 이어)
Q 성숙한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다들 되게 신기해하세요. 너는 애가 왜 그렇게 차분하고 그러냐고. 처음엔 사실 약간 고민이었어요. 내가 원래 타고난 모습이 이런 건데 안 좋은 걸까, 바꿔야 되는 건가 싶어서요. 어릴 때부터 워낙 조용하기도 했고 내성적이고 눈치도 많이 봤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의견도 얘기할 줄 알고 많이 밝아졌어요. 확실히 어릴 땐 너무 조심스러운 게 있었던 거 같아요. 마음 속에 꽁꽁 숨겨왔던 걸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개그감각을 키워야하나 생각도 해봤는데. (웃음) 억지로 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그런 말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요.
Q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계획도 있나.
지금도 보면 너무 애기 같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앳되어 보이는 면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도 있으니까 급하게는 안 가려고요. 지금 막 성숙한 모습으로 꾸미고, 어른스러운 척 해도 어른이 아니니까 인위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쟤가 언제 저렇게 컸지' 느끼시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때가 막 서른이라거나 그렇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 (웃음)
Q 노도철PD는 똑똑한 여배우라고 표현했다.
감독님이 왜 그러셨을까요. (웃음) 제가 <싸우자 귀신아> 이전까지는 대본에 주어진 대로,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더 익숙했어요. 그러다 <싸우자 귀신아>에서 처음으로 ‘넌 어떤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하시니까 너무 당황했었죠. 그러면서 어차피 연기하는 사람은 저니까 그게 정말 중요한 거구나, 필요한 거구나 이해하게 됐거든요.
이번 작품도 사극이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 뭐든 마음에 걸리면 감독님께 상의하고 물어보고 했던 거 같아요. 가은이 입장에서 생각이 드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많이 대화를 하다보니 감독님께서 ‘넌 보통 애가 아닌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너무 과해지지만 않는 범위에서 제 캐릭터가 사는 게 드라마에도 좋고 상대 배우에게도 좋은 거니까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더 열심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Q 확실히 감정의 폭도 넓어진 것 같다.
<군주>가 감정이 되게 깊었어요. 나이로 치면 20대보다 약간 30대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감정씬들이 많았었죠. 저의 입장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에 미리 경험해보는 느낌이었고, 그러다보니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어요. 연기를 이해하는 부분이라든지, 그걸 표현해내는 기술적인 부분들도 필요한데 많이 부족했고, 반성했고, 배웠죠.
Q 작품 끝나고는 뭘 했나.
지금은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수학은 암기로만 할 수 없다보니까 조금 어렵긴 해요. 시험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 공부만 열심히 하는 걸로 해주세요. (웃음)
Q 수학과 연기 중 더 어려운 것은?
아, 그건 연기가 더 어려워요. 수학은 그래도 답이 있는데 연기는 답이 없는 거 같거든요. 진짜 이번에도 그걸 많이 느꼈죠. 같은 대본을 보고 같은 대사를 봐도 다 똑같이 표현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정말 답이 없는 와중에 최선을 뽑아내려고 하고, 그게 최선이 되게끔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Q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중학교 생활을 해보니까 욕심만 가지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공부를 놓칠 생각은 없는데, 학교를 다니면 선생님들이나 학생들끼리 함께 해야하는 부분들에서 제가 피해를 끼치게 되더라고요. 제가 다니고 싶다고 학교를 가자니 마음이 더 불편해서 홈스쿨링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중학교 때 좋은 추억도 많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요.
Q 스무살 때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배우로서 성인으로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제 20대가 시작되는 나이이기도 하고, 어리잖아요. 하고 싶은 거 많이 해보려고요. 선배님들도 많이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 많이 해보면서 연기자로서도, 사람 김소현으로서도 성장하고 싶어요.
Q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면허 따는 거랑 혼자 여행 가보는 거요. 멀리는 아니어도 바다 보러 가고 싶고. 혼자 영화를 본다든지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엄청난 일탈이죠. (웃음)
Q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
제가 이제 스무 살이 되니까 그 나이대에 맞는 풋풋한 이야기 연기해보고 싶어요. 대학생도 좋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밝은 역할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