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종영 후 김소현을 만났다. <군주>에서 아버지(전노민)를 참수한 세자(유승호)에게 복수하려다 결국 그를 도와 왕의 자리에 올라가게 하는 한가은 역할을 맡았던 김소현은 총명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더 이상 아역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하지만 김소현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된 작품이었다며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또 분량이나 주인공들의 활약 등 <군주>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아쉬운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발전 계기로 삼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처음'이기도 했던 <군주>는 과연 김소현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이었을까.
Q <군주> 끝난 소감이 어떤가.
드라마를 이렇게 길게 찍은 건 처음이어서 실감이 잘 안 났어요. 며칠 동안 못 헤어나왔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무겁고 속상한 감정도 컸죠. 반응이 막 좋은 것도 아니고 뒤숭숭했거든요. 그래도 막상 촬영이 끝나고, 또 마지막회 방송까지 하고 나니까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제 연기적인 부분이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작품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또 많이 성숙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이런 반응은 처음 겪어본 것 같다.
만약에 별 생각 없이 작품에 임했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컸다보니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안 좋은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속상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부분들이기도 했고, 시청자분들도 무조건 욕을 하거나 그러신 게 아니다보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을 해요. 책임을 지고 역할을 연기해야 되는 배우이니까요.
Q 작가나 감독에 대한 원망은 없었나.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처음에 박혜진 작가님의 대본과 시놉시스를 보고 결정을 한 거였고, 지금 다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신 걸 알고 있어요. 처음에 저한테도 가은이를 민폐로 만들지 않겠다 이야기해주셨고, 그 말씀을 지키시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셨거든요. 그치만 아무래도 시청자 반응들을 접하면서 힘드셨는지 종방연날 너무 미안해하시면서 배우들만 보면 우시더라고요. 저도 덩달아 많이 울었어요. 사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드라마에도 좋고, 저에게도 좋고, 모두에게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가은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제가 생각했던 만큼 다 표현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총명해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가은이가 사내 대장부처럼 나서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 자리에서 묵묵히 똑 부러지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눈빛에서부터 힘이 있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극중 인물들이 모두 어린 시절부터 등장하다보니 아직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면들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이겨내는 인물들의 성장기를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Q 내가 가은이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거라 생각한 부분도 있었나.
그건 아마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일 거예요. (웃음) 20부작이 길긴 길지만 모든 인물들의 면면을 다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상황적인 부분들을 이해하고 있지만 용서의 과정이 좀 더 잘 드러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가은이가 용서 없이 사랑, 분노, 복수, 사랑으로 끝이 난 거 같아서요. 그리고 말을 좀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음) 모두가 세자인 걸 아는데 가은이 혼자 오해를 쌓아가고, 주변 상황들이 가은이의 눈과 귀를 막잖아요. 전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죠.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추울 땐 너무 춥고, 더울 땐 너무 더워 힘들고 그랬어요.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세자가 죽을 때 그 동굴이 생각보다 굉장히 추웠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곳이었어요. 그 상황 자체도 쉽지 않았던 장면이었고요. 그 전 회차에서 세자인 걸 알아서 죽일 듯이 분노를 폭발시킨 다음에 세자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라 부담이 컸거든요. 오래 찍기도 했고, 엄청 울부짖으면서 소리 질러야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이번 작품처럼 분노하고, 울면서 소리지르고 연기했던 게 처음이어서 저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도전이었어요.
Q OST도 직접 불렀다.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이번에 떨어졌어요. (웃음) 너무 준비할 시간 없이 당일에 연습하고 부른 건데. 잘 한다는 분들은 사실 큰 기대를 안 해서 그러신 거고요. (웃음) 제가 톤이 높지 않은 편인데 음이 높다보니까 힘들긴 했어요. 그래도 제가 나온 드라마에 제 목소리가 담긴 OST를 부른다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요. 다음에 하게 되면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든지 해서 하려고요.
Q 김소현에게 <군주>의 의미?
처음 사극 주연을 해봤고, 긴 호흡의 작품을 해 본 거였기 때문에 저한테는 큰 기회였어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앞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에요.
Q 마지막 인사
그동안 <군주>를 믿고 봐주신 시청자 분들, 팬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가은이를 연기하면서 부족한 모습 많이 보여드린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더 나아가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