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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JAPAN TV] 심야방송의 광고는 절반이 파친코

처음 일본 TV를 접하는 사람이 가장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나오는 CM의 거의 1/3이 파친코나 소비자금융의 광고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최근 들어 케이블TV의 광고를 온통 소비자금융이 독점해버렸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일본은 공중파 방송에 이러한 사행성 광고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금융 광고는 10여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파친코 업체의 광고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 일본의 파친코 시장 규모는 2005년 현재 약 29조50억엔(약 38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전세계 전자부품 시장이 약 160조원 정도이고, 브로드밴드 시장의 규모가 10조원 정도 규모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다. 파친코 업소는 1995년 전국 18,244개 업소(매출 총액 30조20억엔)로 절정을 이루다가 2008년에는 12,937개 업소(매출 총액 22조9,800억엔)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파친코 매장들은 호황이다. 매장이 줄어든 반면 살아남은 매장들이 대형화하면서 일본 전국의 파친코 기계 수는 10년 전에 비해서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이른바 버블붕괴로 인한 심각한 불황을 겪었는데,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수출 등의 호조로 대기업은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오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제조업이 큰 위기를 맞게 되는데 특히 일본 내수 시장을 중국 상품에 상당부분 잠식당하면서 대기업은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강하게 의존하게 된다. 당연히 내수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줄어들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광고비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기업의 광고가 줄어들면 방송국은 당연히 수입이 줄어든다. 이것은 민영방송들로서는 매우 곤란한 일인데, 이 돌파구로서 생각해낸 것이 소비자금융, 즉 대부업의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인해 대부업체들이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자기들끼리 인수합병을 하는 사태에 이르자 또 다른 돌파구로서 찾은 것이 바로 파친코와 종교단체였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초부터 방송국의 자주규제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파친코 광고를 허가하게 되었고, 처음에 시간대와 개수에 제한을 두었던 것도 점차 규제를 풀면서 일본 TV에는 온통 파친코 광고가 넘쳐나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저녁 시간대에는 파친코 광고를 할 수 없지만, 이것조차 ‘이미지 광고’라는 편법을 이용해 버젓이 광고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에서는 어느 전철역에 내려도 대형 파친코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파친코는 이미 일본인의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에반게리온>은 파친코 발매로 벌어들인 돈이 애니메이션을 팔아서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파친코 광고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하면, 일본은 30분짜리 방송의 경우 대개 방송 시간이 24분, 광고 시간이 6분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광고가 15초짜리인데, 30분짜리 방송이면 모두 24개의 광고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밤 11시 이후의 심야방송의 경우 이 중 절반이 파친코 광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애니메이션, 특촬영화 등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가 늘어났는데, 이 때문에 파친코 광고는 파친코를 광고하는 건지 원작 애니메이션을 광고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내용인 것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 특히 <북두의 권>과 <에반게리온>의 파친코가 메가 히트하면서 원작자가 큰돈을 벌자 연예인들도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한 파친코를 제작하게 된다. 인기 J-POP 가수인 ‘코다 쿠미’, 한류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배용준’, 인기 엔카 가수인 ‘텐도 요시미’와 ‘이시카와 사유리’ 등이 모두 파친코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 배용준이 파친코로 큰돈을 번 것은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일본 TV에 흘러나오는 파친코 광고는 사행성이 강한 도박장의 광고치고는 매우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파친코 광고는 일반적인 대형 광고회사에서는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마이너한 중소규모의 광고회사가 만드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든 파친코의 타이틀과 제조사만 정확하게 어필하면 크게 터치하는 일이 없다 보니 창의적인 광고들이 매우 많이 만들어진다. 작금의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들 중 다수가 과거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던 감독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점이 일본의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상하 프리라이터

 




 J-POP을 대표하는 인기가수 ‘코다 쿠미’를 소재로 만든 파친코의 TV 광고. 광고에는 코다 쿠미 자신이 직접 출연한다.





<에반게리온> 파친코 광고의 한 장면. 파친코를 위해 새롭게 그려진 장면들까지 있을 정도로 파친코는 <에반게리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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