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다 원초적이며, 야생보다 날것이다.
무채색의 흰 배경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4명의 MC, 시청 연령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19금 멘트,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예상을 빗겨가는 예측불허의 발언까지! 방송계에도 '야생'이 있다면 바로 이런 방송이 아닐까?
신개념 동물 토크쇼 MBC 에브리원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 썰>(이하 '와일드 썰', 연출 어랑경)을 처음 접한 시청자라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와일드(Wild)=야생'인 이유가 단지 '동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부터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와일드 썰>의 MC라면, '약육강식' 야생의 법칙에 걸맞는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들은 제각기 소유한 무기들, 날카로운 지성과 전문적 지식, 수려한 입담과 창의적 발상을 제각기 휘두르며 토크 가운데 난투를 벌여야 한다. 그렇게 선택된 4명의 MC는 다름아닌 방송가에서 '한 입' 한다는 개그맨 김경식과 팝칼럼리스트 김태훈, 그리고 4차원 토크로 방송가를 종횡무진 하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와 수의사 박정윤이다.
특히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박정윤(수의사), 김태훈(팝칼럼리스트)과 달리 일반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축인 김경식과 사유리는 <와일드 썰>에서 <주간 아이돌> MC인 정형돈-데프콘 이후 최고의 앙숙콤비 MC로 떠오르면서 이 프로그램의 '날것다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와일드 썰>은 동물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한 발상적 전환과 예능적 재미를 인정받아 MBC 채널에 정규 편성됐다. 이에 혁혁한 공을 세운 4명의 MC들을 2팀으로 그룹을 지어 인터뷰를 나눠봤다.
지난 <와일드 썰> 첫번째 인터뷰, 김태훈-박정윤의 '공존 없는 인간은 '바이러스'' 에 이어, 이번에는 <와일드 썰>의 또 다른 축 김경식-사유리의 인터뷰로 야생 토크에 임하는 속사정을 들어봤다.
☞[와일드 썰-인터뷰①] MC 김태훈-박정윤, 공존 없는 인간은 '바이러스' -> 먼저 보기
Q. 대기실부터 동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와일드 썰>이 당신들을 변화시킨 건가?
경식 : <와일드 썰>을 하면서 생긴 변화라면 아마도 사유리 씨의 입담보다 나아진 미모가 아닐까?(웃음)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동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사유리 씨는 원래 애완견을 키우고 있긴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개를 안 키웠었다. 그런데 어제 푸들 하나를 '입양'했다. 개를 한 마리 키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식구가 하나 들어왔다는거다. 나와 아내가 "동생 생겼다", "셋째 생겼다"라고 말하니까 아이들도 개를 가족처럼 받아들이고 직접 개 이름을 '김장미'라고 지었다. 친구들과 할머니께도 '동생이 생겼다'고 말하더라. 우리보다 아이들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동물을 동물로 보는게 아니라 식구의 개념으로 보고, 반려견, 함께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으로 본다는 게 달라진거다. 그 전까지는 동물을 좋아하고 귀여워하기는 했지만, 동물이니까 인간 아래의 것으로 치부를 했다면, 지금은 눈높이를 맞추는 정도로 올라온 것 같다.
사유리 : 최근 동물 프로그램들이 유행하기도 했고, 많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인간의 시선으로 동물을 보아 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을 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Q. 동물과 인간의 '역지사지'인가?
경식 : 아! 그것도 재밌겠다. <와일드 썰> 특집으로 우리가 하루 동안 동물이 되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같다. 반나절만 그 동물 역할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역지사지의 입장을 알게 되지 않을까?(웃음)
사유리 : 그렇다면 나는 '판다'(Panda)가 되고 싶다. 판다는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잘해주지 않겠나? 그리고 '야동'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경식 : (웃음) 아, 오해할 수 있겠다. 우리 방송을 보면 동물들의 몰랐던 습성을 알 수 있는데, 판다의 가임기는 1년에 단 3일이라고 한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1년에 3일 뿐이기 때문에 사랑을 나누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려 번식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사육사들이 판다들에게 다른 판다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비디오로 보여줘서 사랑하는 방법을 잊지 않게 만든 후 가임기가 되면 사랑을 나누게 해서 멸종 위기의 판다의 번식을 돕는거다. '야동 본다'는 말이 이 얘기다.
Q. <와일드 썰 속> 4MC의 역할이 궁금하다.
경식 : 다양한 네 사람이 만난거다. 동물에 대해 박학다식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박정윤 원장 같은 사람도 있고, 인문학적으로 박학다식한 김태훈 씨 같은 분도 있다. 동물들의 삶은 인간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김태훈 씨는 거기서 인간들의 습성이나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분이다. 사유리는 동물을 끔찍히 사랑한다. 그런 사람의 일반적인 이야기가 있을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동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 동물에 대해 잘못된 속설을 믿고 있는 사람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질문과 반박을 하면서 잘못된 오해들이 풀어지게 되는 것이다.
Q. 사유리 씨의 엉뚱하고 직설적인 발언은 역할에 있는 것인가?
사유리 : 나는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아마도 더욱 단순하고 아기같은 시선으로 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경식 : 사유리가 평소에도 엉뚱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그녀는 아티스트다. 시선 자체가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시선과 다르다. 이미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그림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사인을 할 때 상대의 캐리커처를 직접 그려주는데 그림에 의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그녀의 매력을 다 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웃음)
Q. 두 사람의 진행 호흡은 어떤지 궁금하다.
경식 : <와일드 썰> 말고도 MBC 에브리원 먹방 프로그램 <맛있을지도>를 사유리와 함께 진행한다. 먹방은 사유리다. 먹방은 솔직해야 한다. 반면 나는 MBC<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대 영화' 코너를 오래 진행하면서 포장의 달인이 됐다. 재미 없는 영화도 재미있게 포장하는 재주가 있다. 둘이 함께 진행하면 보완이 된다.
사유리 : 김경식 씨가 말이 많아지면 그건 맛이 없다는 뜻이다.(웃음) 맛있으면 그냥 말이 없어지는데, 맛이 없으면 말이 많아지더라.
경식 : 사유리는 너무 솔직해서 방송인들의 체면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얼굴이 확 붉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사유리 말이 맞다. 음식이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이어서 누가 잣대를 쥐고 '맛이 있다, 없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맛집 프로그램과 다르게 사유리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나는 반대로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Q. <주간 아이돌> MC 정형돈-데프콘 이후의 MC콤비를 꿈꾸나?
경식 : 아마도 우리가 잘 맞는 이유는 우리 둘 뿐 아니라 나머지 두 분(김태훈, 박정윤)의 보완도 있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은 정말 '야생'이다. 마치 서바이벌 같은게, 멘트를 칠 때 눈치를 봐서 본능적으로 치고 들어가고 순식간에 받아쳐야 한다. 그런데 여기 <와일드 썰>은 어느 정도 배려의 아이콘이 작용을 한다. 눈빛을 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고개를 끄덕여 주는 등 암묵적인 신호가 있다. 그래서 서로 충분히 발언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너무 많이 얘기하면 지루해지니까 탁구를 치듯 '핑퐁핑퐁' 되어야 하는데, 그걸 PD가 편집으로 잡아준다. 그게 되게 고맙다.
사유리 : 나나 박정윤 원장 같은 경우는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간혹 있다. 그럴 때는 항상 김경식 씨가 딱 잡아주니까 진행이 되는거다. 이렇게 중심 축이 없으면 진행이 왔다갔다 할거다.
Q.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의 허를 찔렀던 멘트나 웃지 못할 상황들도 있을 것 같다.
경식 : 뭘 얘기해도 야한 쪽으로만 가니까...(웃음)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보노보 원숭이 얘기 나갈 때 NG가 많이 났는데, 보노보 원숭이는 정말 인간의 모습과 똑같다. 그 자료화면이 원숭이니까 나가지 인간이면 못 나갔다. 그래서 어쩔 줄 몰라했던 그런 경우가 있었다. 이것만 봐도 동물들의 얘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아직 모르는 얘기가 많다는 것, 또 이 모든 게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우리 4MC보다는 제작진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아마도 작가와 PD가 머리가 터질거다. 우리는 한 시간 방송을 위해 몇 시간 녹화를 한다지만 자료수집과 촬영, 편집까지 이 모든 것을 일주일만에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대단한 제작진들이다. 그래서 계속 오래 가기 위해 회식 때 많이 쏘려고 한다. 이 사람들이 지치면 큰일난다.(웃음)
Q. 수의사, 팝칼럼리스트도 입담이 만만치 않더라. 입담에서 지지 않는 비결이 뭔가?
사유리 : MC들 각각의 개성이 다르고, 이 프로그램에서 해야 되는 역할이 다르니까 그런 것 같다.
경식 : 박정윤 원장이 1회때 진행하던 모습과 지금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원래 <동물농장>에서도 나오셨던 분인데, 1회 때는 낯가림이 좀 심해서 많이 수줍어 했다. 그런데 지난 주 회식을 했는데, 새벽까지 계셨고, 제일 늦게 가셨다.(웃음) 아무래도 친해지고 편해지니까 가지고 있던 재능이 많이 드러나는 거 같다.
Q. MBC 정규 편성된 데에는 누구의 공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나?
경식 : 정규 편성된건 어랑경PD의 가정생활이 가장 크다. 기러기 아빠다. 새벽까지 편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기러기 아빠기 때문이다. 집에 가면 할 일이 없지 않나.(웃음) 아, 화면에 자막과 CG 넣는거 봤나? 그거그거 일반PD는 못한다. 기러기PD만 할 수 있는거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으니까 거의 밤을 새고 집에 잘 안 들어간다. 작가와 PD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 완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사유리 : 나는 작가나 PD도 많은 역할을 하지만, 그걸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같이 고생해주는 것 같다.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아무리 작가와 PD가 편집을 잘 하고 우리가 재밌게 진행을 해도 받아들이는 곳이 없을 거다. 그래서 시청자 역시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Q. 프로그램 중간에 게스트가 출연하더라.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출연했으면 싶은 게스트가 있나?
경식 : 게스트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출연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나 일반분들도 출연을 환영한다.
사유리 : 엔씨아가 처음 출연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적응해 가는게 보여서 좋았다. 아, 나도 긴장했다. 엔씨아는 스무살이지 않나.(웃음)
경식 : 만일 게스트를 초대할 수 있다면 이경규 씨가 나왔으면 좋겠다. 강아지 굉장히 좋아한다. 최근에 마리텔에도 강아지와 함께 출연해 1위 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 노하우로 우리 프로그램에 와서 기르면서의 노하우, 그리고 아이들의 감정, 킹경규만의 소통방식 같은걸 듣고 싶다. 앞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자기만의 동물과의 소통방법을 나눌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싶다.
예를 들면, 나같은 경우는 강아지 변을 치우는데 그날의 기분이 달라진다. 아침에 강아지 변을 치우는데 휴지로 만졌을 때 그 느낌이 있다. 적당히 건조하고 떨어졌을 때 자국이 안 남는 상태. 그 때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강아지도 건강상태가 좋은거고 나도 기분이 좋은 거다. 그런데 강아지 건강이 안 좋을 때는 변을 잡았을 때 물컹한다. 그땐 나도 기분이 안 좋고 강아지도 건강이 안 좋다는 거다. 이런 섬세한 부분의 이야기도 좋다. 강아지 또는 다른 반려 동물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소통방법이 있으면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대 환영이다.
Q. 동물들을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국적의 차이도 있나?
사유리 : 국적의 차이보다 사람의 차이인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다 똑같다. 하지만 언젠가 독일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독일에서는 유기견이 아예 없다고 한다. 강아지 자체를 안 버리기도 하지만,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한 마리 당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일본이나 한국보다 독일이나 유럽쪽이 동물에 대해 더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일본, 한국도 배워야 할 것 같다.
Q. 앞으로 <와일드 썰>을 시청할 시청자 분들께 바람이 있다면?
경식 : 제목 그대로다.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 썰>. '와일드'는 동물들의 세계를 말하고, '인간탐구 스토리'는 말 그대로 동물들의 상황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반면교사 삼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이 같이 공생하면서 발전하는 방향이 뭘까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주시면 가장 좋겠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이 모두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유리 : 나는 <와일드 썰>이 동물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인간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런걸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판 썰전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 썰>은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30분 MBC 에브리원을 통해 방송되며, 매주 수요일 새벽 1시 40분 MBC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iMBC연예 취재팀 | 사진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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