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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 칼럼] 참 다른 프로야구 오프시즌

15일 KBO리그의 10개 팀은 일제히 전지훈련을 떠납니다.

이제 겨울의 휴식은 끝났고 2016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몸을 극한으로 내모는 맹훈련이 시작됩니다. 올해 역시 시작되기 전부터 구설수도 있습니다. 주전 대부분이 1군 전지훈련에 함께 하지 못하는 팀도 있고, 캠프에 가기 위해서는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팀도 있습니다. 도박 구설수에 오른 선수들은 개인 훈련을 하거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팀의 공통적인 대전제는 하나,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고. 또 긴 시즌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아직 한겨울인 1월 중순이지만 KBO리그의 야구 선수들에게는 '겨울은 끝났다!'라는 선포가 떨어지는 날입니다.

<14일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MLB 선수 기금 모금 행사의 공동 호스트인 크리스 브라이언 ⓒMLB SNS>

그런데 같은 날 MLB 선수들은 조금 다른 모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MLB 전, 현직 선수들의 모습이 대거 포착됩니다. 야구팬이라면 한 눈에 알 수 있는 많은 선수들이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속속 사막 위에 건설된 불야성의 도시로 모여들었습니다.

첫 번째 행사는 우리의 정서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포커 토너먼트입니다.

웬 도박 토너먼트인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놀이문화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라면. 스포츠 정신을 해치고 막대한 피해를 주는 불법 도박이라면 그 어떤 범죄보다 강력한 징계를 하지만(MLB 역사상 최다 안타를 기록한 피트 로즈는 불법도박으로 야구 계에서 영구 추방됐습니다.) 놀이문화로서의 도박은 건전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니 우리와는 정서가 다릅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MLB 사무국, 선수협 등에 문의를 하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오승환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석이 우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 지역 출신의 떠오르는 스타 둘이 주최를 하고 있는데 NL 신인왕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포커 토너먼트의 호스트입니다. 포커 토너먼트는 올해가 두 번째인데 야구 선수는 물론 일반 팬과 다른 종목의 스타 등도 참가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스티븐 수자 주니어, LA 에인절스의 헥터 산티아고, 전년도 토너먼트 챔피언인 레이스의 제임스 로니 좌완 투수 데이나 이블랜드 등이 참가했습니다. 명예의 전당 멤버인 데이브 윈필드, 에디 머레이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포커 토너먼트의 최종 승자는 야구 선수가 아닌 NBA 농구 선수 랜드리 필즈였습니다. MLB 선수의 에이전트인 친구를 따라 토너먼트에 참가했다가 포커 챔피언이 되며 수북한 칩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필즈는 그 칩을 다 현찰로 바꿔서 자신이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 대회에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정식 유니폼인 저지(jersey)를 입고 출전하는데 승자는 패자의 저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필즈는 결승 상대이던 케니 로프턴의 저지를 받았습니다. 승리해 차지한 선수의 저지는 개인 소유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즉석에서 경매에 붙입니다.

그렇게 모인 돈은 토너먼트 상금과 함께 MLB 선수노조의 '선수 기금(Players Trust)'에 보태집니다.

1996년에 설립된 '선수기금'은 지난 20년간 선수들이 함께 살고 있고 그들의 직장인 야구장이 속해 있는 각 지역 사회로 마음을 나누는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기금은 아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저소득층 아동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야구장으로 가는 무료 버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등에 선수들이 직접 나가 자원 봉사를 할 때 필요한 용품 등을 구입하기도 하고, 또 전 세계에서 재난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하면 구조금을 내기도 합니다.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서 받은 사랑을 지역 사회와 함께 하고, 야구를 통해 선수들에게 주어진 너무도 많은 축복과 행운을 다시 지역 사회로 환원하는 한 방식으로 '선수 기금'이 소중한 창구 역할을 합니다.

14일에는 포커 토너먼트가 열렸고 15일에는 골프토너먼트가 있습니다.

역시 목적은 '선수 기금'을 위한 기금 모금에 있습니다. 골프토너먼트의 호스트는 전년도 NL MVP인 워싱턴 내서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위에 언급한 전설적인 은퇴한 스타들 외에도 에릭 데이비스, 레지 샌더스, 보비 보니야 등 팬들에게 여전히 익숙한 은퇴한 스타들도 이번 행사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3루수 아드리안 벨트레,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와 덱스터 포울러, 토론토 1루수 크리스 콜라벨로, 그리고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라트로이 호킨스, 투수 크리스 카푸아노, 찰리 퍼부시 등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선수들 역시 대거 참석했습니다.

MLB 선수노조의 토니 클락 위원장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선수 기금'의 모금 행사 중에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현역 선수와 은퇴한 선수들이 한 자리에 한다는 의미도 대단히 크다. 많은 전, 현직 선수들이 함께 모여 정말 좋은 일을 위한 기금을 모을 수 있는 이 행사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정말 큰 행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동 호스트인 크리스 브라이언트 역시 MLB.com과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에게는 정말 큰 행사이다. 우리가 지역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실제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뜻 깊은 일이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 포커와 골프 토너먼트를 즐길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라며 활짝 웃었습니다.

<모금 행사 단골인 호킨스는 은퇴 후 첫 참석이 더욱 뜻 깊었습니다. ⓒTOR SNS>

이번 행사가 다른 해와는 유달리 더 행복했던 이도 있었으니 바로 라트로이 호킨스입니다.

이 행사의 단골 참가자지만 20년의 현역 생활을 마치고 은퇴 선수로는 이번에 처음 행사에 나온 호킨스는 선수노조에서 마련한 동영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동영상에는 호킨스가 지난 수년간 지역 사회에서 봉사하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또한 토리 헌터, 자크 존스, 보니야 등 전 동료들의 은퇴 축하 영상 편지도 차례로 나왔습니다. 호킨스는 "우리가 상을 받거나 인정을 받거나 훈장을 받으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슴이 원하는 일이고, 우리가 받은 많은 것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즐겁게 하는 일이다. 그래도 동료들에게 이렇게 인정을 받으니 정말 기쁘기는 하다."라며 웃었습니다.

MLB 선수들의 오프시즌도 KBO 선수들의 오프시즌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결혼식도 많고 또 오프시즌에 부인이 출산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가도 시즌 내내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재충전을 합니다.

다만 우리 프로야구는 그 재충전과 휴식의 시간이 훨씬 짧기는 합니다. 시즌이 끝나면 마무리 훈련을 하고 또 1월 중순이면 전지훈련을 떠납니다. 한 달 정도 늦게 오프시즌이 시작되고 또 한 달 정도 일찍 새로운 시즌 준비를 시작합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반 정도입니다. 작년부터 KBO리그도 144경기가 됐습니다. 시즌은 더 길어졌는데 쉴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시즌 중반이 넘어서면 유독 많이 지치고 또 부상이 속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도 대표적인 경쟁 체제인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생존하려면 휴식도 중요하고, 또 그 와중에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고 운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꼭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MLB와 KBO리그는 특히 오프 시즌에 관련된 의식이나 문화나 환경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 차이가 있습니다.

캠프를 시작하려면 아직 한 달도 더 남은 MLB 선수들의 뜻 깊은 행사 소식에 접하면서 전지훈련을 떠나는 KBO 선수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MLB.com, Wikipedia, Bleacher Report 등을 참조했습니다.

iMBC연예 스포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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