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는 '공항'이 있다."
기나긴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첫회 첫 장면, 사랑했던 연인을 남겨두고 원치 않는 유학길에 오르며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하는 눈물의 마지막 장면, 또는 배우의 개인사 또는 작가의 뜻에 따라 중도 하차해야 하는 배우에게 개연성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드라마 속 '공항'은 매우 중요한 장소다.
드라마 속 만남과 이별의 상징적 장소로서 '공항'은 올해 드라마들 속에서도 무수히 등장했는데, 그런 중요한 장면에서 과연 배우들은 어떤 패션을 선택했을까?
얼토당토 않은 시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뜻밖의 시상식>에서는 2015년 방송된 MBC 드라마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항 장면들만을 모아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패션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공항패셔니스타들에게 '공항패션상'을 시상하기로 했다.
<입국부문>
<내 딸, 금사월> 강찬빈, 소국자
3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찬빈(윤현민)은 손자 사랑이 유난스러운 할머니 소국자(박원숙)와 함께 공항 게이트를 나서는 모습으로 화려한 첫 등장을 하게 된다. 이때 때마침 입국하는 오혜상(박세영)과 찬빈 일가는 운명처럼 첫만남을 갖게 되는데, 김순옥 작가는 이런 진부한 클리셰마저 '동치미' 에피소드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 강찬빈(윤현빈)
보금그룹 유일무이한 후계자답게 말끔한 아이보리색 3피스 정장을 갖춰입은 찬빈은 발목을 드러낸 갈색 로퍼슈즈로 댄디한 매력을 드러냈다. 할머니의 극진한 치맛바람 아래 여행이 아닌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극의 설정답게 그의 어깨에 메인 백팩이 언벨런스한 초딩미를 자아낸다. 여기에 공항패션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짙은 선글라스는 찬빈표 공항패션의 화룡정점이다.
# 소국자(박원숙)
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챙이 넓은 밀짚모자, 밤무대가 아니면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반짝이 의상, 카우보이 스타일의 가죽 부츠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물 건너온 아이템. 여기에 파란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과 동일한 컬러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면 "저 외국에서 지금 막 도착했어요"를 어필하고 싶은 입국자에게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공항패션이다.
<출국부문>
<맨도롱 또똣> 이정주, 백건우
이 드라마의 시작과 끝은 모두 공항으로 시작해서 공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내륙에서 떨어진 아름다운 섬 제주인만큼 유독 공항씬이 잦았던 드라마 <맨도롱 또똣>. 주인공인 두 남녀가 10년만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 곳도 제주도로 가는 국내선 공항이었으며, 서글픈 이별을 맞은 곳 역시 제주도를 떠나는 공항이었다.
# 이정주(강소라)
고된 서울살이의 내공과 억척스런 직장생활이 몸에 벤 정주의 공항 출국 패션은 캐주얼한 카키색 자켓에 청바지와 운동화, 갈색 크로스백으로 단촐한 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처음 제주도로 떠나는 그녀답게 손에 들린 제주도 가이드 북은 여행자의 필수 아이템.
# 백건우(유연석)
제주도의 낭만과 여유를 만끽하는 셰프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돈 없고 게으른 허세작렬 베짱이 건우의 출국 패션은 제주도의 푸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민트색 블루종 점퍼와 검은 팬츠. 험한 일이라고는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귀티 흐르는 작고 흰 얼굴 위에 멋스럽게 얹힌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는 공항패션의 완성이다.
<배웅부분>
<킬미, 힐미> 오리온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 차도현(지성)과 이를 치유하려는 정신과의사 오리진(황정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빠인듯 오빠 아닌 오빠같은 순정남 오리온(박서준)의 힐링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킬미, 힐미>. 오리진의 상처받은 기억이 돌아올까 두려운 리진의 가족들은 '존홉킨스'로 단기연수를 떠난다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총출동했는데.... 설마 단기연수를 떠나는 사람이 오리온?
# 오리온(박서준)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공항에 오려면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라고 말하는 듯 오리온의 공항패션은 지금 막 비행기를 타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왼쪽 가슴에 와팬 장식이 돋보이는 빨간 항공점퍼와 투명한 테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선글라스가 오늘 오리온표 공항패션의 포인트. 여기에 바둑판 무늬 카라의 셔츠와 자유로운 느낌의 백팩의 매치는 공항패션 종결자 박서준만이 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