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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에서 예술가로, 소설 쓰는 연예인들



 


가수와 배우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가수 타블로의 단편소설집 <당신의 조각들> 출간에 이어 최근에는 배우 구혜선의 장편소설 <탱고>와 배우 차인표의 소설 <잘가요, 언덕>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연이어 출판됐다. 그동안 잘 알려진 공인의 지명도를 적극 활용한 에세이집과 자서전을 비롯해 처세서, 살림노하우 공개 서적, 미용 서적, 심지어는 재테크 서적까지 속속히 서점에 상륙했지만 소설집의 발간은 엔터테이너가 순수 창작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예인 소설’의 초기 모델로는 가수 이적의 <지문사냥꾼>(2005)을 꼽을 수 있는데, 평소 지적인 면모를 과시해 온 그가 선택한 판타지 장르소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출판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엔터테이너-작가로의 이 독자적인 행보는 현재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당신의 조각들>은 스탠퍼드 대학 영문학과 출신의 가수 타블로가 쓴 단편 10편을 엮은 소설집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스무 살 시절의 그가 느꼈던 고민과 생각의 단편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는 애초에 영문으로 작성된 이 소설의 번역까지 직접 맡아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재치 있고 세련된 문장은 그가 글쟁이로서의 재능도 타고났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젊은 치기가 높은 완성도로 이어지는 데에는 부족한 면을 드러내며 엇갈린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올해 초 발간된 구혜선의 <탱고>는 20대 여주인공 ‘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첫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충족시킬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문장의 기본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고 메시지 전달력이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본 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감상적인 심리 묘사에 치중한 이 작품은 애석하지만 신선하지도, 정교하지도 못하다. 한편 차인표의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은 일본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10년 전 TV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위안부 할머니 관련 보도가 계기가 되었다는 그의 소설은 자연스러운 호흡이 서사에 녹아 들어가 영화적인 요소를 살리고 있어 아마추어의 작품치고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 여기서 떠오르는 근본적인 의문점 하나. 이들은 왜 소설을 쓰는가? 가장 일차적인 해답은 이 책들이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명인의 저작이 출판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 완성도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쳐놓고서라도,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유명인들의 색다른 면을 엿볼 수 있기에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도 이 시스템 안에 공생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타협 지점을 발견한 듯 보인다. 인기와 명성은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지시키고 자신을 새로운 이미지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인지도를 알리는 것에만 치중하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나 이런 면도 있소. 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인형이 아니란 말이오’ 하고 자신만의 색깔과 영역을 분명히 하려는 욕망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예인들의 외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현되어 왔다. 음악에서 연기로 커리어를 우회하는 초기적인 형태에서부터 스포츠나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 본인의 이름을 내건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안전한 케이스는 예술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과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상에서 모호한 입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위치를 예술가의 경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점에서 커다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미술품 오픈아트페어에서 몇몇 연예인들이 미술계로 진출했던 것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을 따라다니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과연 이들에게 작가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 현란한 것인가? 진정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는 한 소설은 유명인들의 지명도를 견고히 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셈이다. 조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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