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 ing JAPAN TV] 쿠사나기 츠요시 사건, 그 후

지난 한 주 일본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는 한국에서도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인기 있는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가 공원 한복판에서 벌인 스트립쇼였다. 당시 쿠사나기 츠요시는 만취한 상태로 아카사카의 공원에서 이상한 말을 떠들면서 알몸을 보였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SMAP의 멤버인 쿠사나기 츠요시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우선은 쿠사나기 츠요시에 대한 지나친 처분이다. 술에 만취하면 누구나 술주정을 부리게 되는데, 보통 쿠사나기와 똑같은 행동을 일반인이 했다면 경찰서에서 적당히 주의만 주고 귀가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쿠사나기의 경우는 중범죄를 지은 것처럼 취급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사건 직후 정치가가 나서서 쿠사나기의 행동을 맹비난하면서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었고, 경찰에서는 마약복용을 의심해서 쿠사나기의 가택 조사를 실시하는 등 술에 취해 객기 스트립쇼 한번 한 것치고는 너무 지나친 처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나친 처분도 문제가 된 데다 4월 25일 쿠사나기가 너무도 차분하고 진실 되게 사죄 기자회견을 열면서 일본인의 92%가 쿠사나기에게 동정심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지금 여론은 전체적으로 동정론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다. 이 사건을 통해 이른바 ‘쿠사나기 효과’라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쿠사나기 츠요시의 스트립 사건은 의외의 분야에서 엄청난 경제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경제효과로서 말이다.

 


우선 쿠사나기의 사건 보도 때문에 사건 직후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5% 이상까지 급상승했다. 일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처참할 정도로 낮아서 시청률 만회를 위해 섹시한 여자 아나운서를 메인 캐스터로 내세우거나, 쟈니즈 소속의 아이돌 가수를 메인 캐스터로 채용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 이것이 쿠사나기 효과로 갑작스럽게 1주일 동안 시청률이 급상승한 것이다.

 


또 쿠사나기가 스트립을 했던 아카사카의 히노키쵸 공원(檜町公園)은 새로운 명소로 떠올라 사건 이후부터 연일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가고, 주변 가게들의 매상이 급상승하는 등 조금 어이없는 경제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서 일본 내에서는 ‘와이세츠’라는 말(우리말로는 ‘성기노출’ 정도의 의미)이 며칠 만에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여기에다가 쿠사나기를 체포했던 아카사카 경찰서에는 연일 협박 전화가 걸려와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워낙에 분위기가 동정론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쿠사나기는 반년 이상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별 문제없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쿠사나기에게는 연예 활동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예상되는 광고 위약금이다.

 


SMAP은 일본의 국민적인 아이돌이다. 다섯 명의 멤버는 각자 조금씩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 그 중 쿠사나기 츠요시가 지니고 있던 캐릭터는 ‘진실됨’ ‘노력’ ‘성실’ ‘바른 생활’ ‘진지함’ 등이었다. 다시 말해 쿠사나기 츠요시는 모범적인 인간상을 대변하는 아이돌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때문에 쿠사나기는 매우 좋은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국가적 캠페인에 광고 모델로 자주 등장해왔다. 그리고 2011년으로 완전히 종료되는 아날로그 방송을 지상디지털TV로 바꿀 것을 홍보하는 ‘치데지(지상디지털방송) 대사’로서 활동해오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치데지 홍보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부어 왔다. 그리고 그 홍보 전략의 중심에는 쿠사나기 츠요시라는 진실함을 상징하는 아이돌이 있었다. 매일 끊임없이 나오는 치데지 홍보 CM, 각종 포스터, 모든 치데지 지원 제품들에 붙는 스티커, 치데지 홍보용 책자, 기념상품, 홍보관 등등 일본의 지상디지털방송 관련 홍보자료에는 쿠사나기의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데 쿠사나기의 스트립 사건이 보도되고 이것이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치데지 쪽에서는 곧바로 쿠사나기를 배제하겠다고 발표를 해버린 상태다. 쿠사나기는 치데지뿐만 아니라 토요타의 이미지 캐릭터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쪽도 치데지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례에 비추어 보면 CM 클라이언트는 모델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지금까지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계산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위약금을 청구할 것이 뻔하다. 쿠사나기가 광고하던 것들은 음료수나 화장품 같은 상품과는 그 규모가 너무 다른 것이어서 쿠사나기나 소속사인 쟈니즈엔터테인먼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사나기 츠요시는 치데지 홍보대사로 몇 년 전부터 활동해오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홍보물 전체의 교체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동정론이 대세를 타면서 조금 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언론의 ‘쟈니즈 때리기’도 물 만난 고기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쟈니즈는 철저한 보도통제와 각종 소송, 방송국에 대한 자사 소속 연예인의 출연 여부를 빌미로 한 거래 등을 통해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 때문에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어지간해서는 쟈니즈를 공격할 만한 간 큰 언론은 없었다. 일본의 유력 언론인 <문예춘추>도 쟈니즈 내부의 동성애 거래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가 골치 아픈 소송을 몇 년이나 이어가야 했고, 결국엔 거액의 손해배상을 감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쟈니즈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일본 언론의 암묵적 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번 쿠사나기 사건은 도저히 감출 수가 없는 상황까지 전개된 상태에서 보도가 되어버렸고, SMAP의 경우 대중들의 머릿속에 8년 전 이나가키 고로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친 사건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의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초기 쿠사나기 관련 보도에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쿠사나기 용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도 다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쿠사나기는 제대로 걸려들어 피해자가 된 셈이다.

 


한번 대중에게 각인된 연예인의 이미지는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동정론이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쿠사나기의 평소 이미지 때문이다. 새삼 평소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김상하(프리 라이터)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