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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JAPAN TV] 수영복 모델 + 아이돌 탤런트 = 그라비아 아이돌?

일본 연예 뉴스를 보면 가끔씩 튀어나오는 ‘그라비아 아이돌’이라는 단어에 생소함을 느끼는 이가 많다. 아이돌이면 아이돌이지 그라비아 아이돌은 무엇이란 말인가? 일본에서는 흔히 비키니 수영복 사진 등 화보 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여성 모델을 그라비아 아이돌이라고 부르는데, 화보 촬영이 메인이지만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이벤트 진행 등을 맡는 일종의 종합 탤런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으로 치자면 ‘섹시 화보’ 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방송 출연을 병행하는 연예인인 셈인데, 한국의 섹시 화보 모델과는 그 위상이 크게 다르다.

 


대체 이 ‘그라비아’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인쇄 용어로부터 유래되었다. 인쇄에는 공판 인쇄(스텐실), 볼록 인쇄(신문 윤전기 같은 방식), 평판 인쇄(옵셋 인쇄), 오목판 인쇄(그라비아 인쇄) 등이 있다. 여기서 그라비아 방식(오목판 인쇄)은 동판에 오목한 사각형의 요철점을 만들어 거기에 잉크를 딥핑해 여러 종류의 색을 원단(보통은 종이)에 도포하는 방식이다. 이때의 ‘사각형의 요철점’이 바로 ‘그라비아’다. 보통 그라비아 인쇄는 이런 요철점들이 잔뜩 새겨진 그라비아 롤을 회전시켜 인쇄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이 주로 사진 인쇄에 널리 쓰였기 때문에 ‘포토 그라비아’(Photo gravure)는 ‘사진 인쇄술’이라는 용어가 되었다. 포토 그라비아의 발전은 곧 누드 사진집 등의 발전을 불러 왔는데, 70년대만 해도 누드 사진집 제작에 규제가 많았던 일본은 여성 모델의 세미누드(대부분 수영복이나 속옷 차림)를 소재로 한 포토 그라비아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그라비아 인쇄는 여타의 인쇄 방식에 비해서 가격이 많이 비쌌기 때문에 대부분 잡지에서는 특정한 페이지만을 그라비아 방식으로 인쇄했다.

 


그 특별한 페이지란 바로 여성 모델의 수영복 차림 등을 찍은 브로마이드(화보)였다. 그래서 이런 화보 모델로 나오는 여성들을 ‘포토 그라비아 모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70년대 중반에 하와이 출신의 ‘아그네스 라무’라는 이름의 혼혈 여성이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잡지의 화보 모델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 아이돌은 주로 순수한 이미지로 승부해왔고, 가수 활동을 하는 여성 아이돌의 화보 촬영은 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그네스 라무가 처음으로 포토 그라비아와 아이돌 활동을 병행하는 모험을 감행했고, 이 시도가 성공하면서 그녀의 소속사였던 옐로 캡(현 ‘선즈 프로’)이라는 예능 프로덕션은 제2, 제3의 아그네스 라무를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80년대에 들어오며 아이돌 가수 활동과 포토 그라비아 모델 활동을 동시에 하는 연예인이라는 의미로 두 개의 용어를 합성해 ‘그라비아 아이돌’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 용어는 빠르게 정착되어서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라비아 아이돌의 효시로 불리는 하와이 출신의 혼혈 탤런트 ‘아그네스 라무’의 전성기 시절. 그녀의 사진들은 80년대 국내 성인잡지에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영화배우 사와지리 에리카도 그라비아 아이돌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그라비아 아이돌은 일본에서는 여성 탤런트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배우 ‘사와지리 에리카’나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나카마 유키에’ 등도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의 배우다. 여성 연예인들이 그라비아 아이돌로 연예활동을 시작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자신을 어필할 기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라비아 화보는 <플레이보이> 등의 남성 잡지뿐만 아니라 각종 만화 잡지에도 많이 나오는데, 만화 잡지의 경우 잘나가는 주간지는 100만부 이상 팔리기 때문에 이런 곳에 몇 번만 표지 모델로 나오게 되면 TV 출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여성 연예인의 소비층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섹스어필로 남성 팬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어쨌든 누드는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프라이드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30대를 넘겨서도 그라비아 아이돌을 계속하고 있는 ‘호시노 아키’의 경우도 10년이 넘게 그라비아 아이돌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벗어 본 적은 없다.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상품성을 매우 짧은 시간에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라비아 아이돌의 주된 수익은 사진집과 DVD 판매이고, 이런 상품들의 라이프사이클이 1개월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대부분 발매 첫 주에 80% 이상이 판매된다.) 그라비아 아이돌로서는 자신이 현재 어느 정도 팔리고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해 그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라비아 아이돌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서 배우나 가수로 전업을 할 수도 있다. 만약 업종 변경에 실패한다고 해도 최소한 그라비아 아이돌로서는 남을 수 있다. 연예 활동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 거쳐 가는 단계로서는 최적의 포지션인 셈이다. 김상하(프리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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