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 ing JAPAN TV] AV배우에서 섹시 아이돌로, 그녀들의 위상 변화

AV, 영어로 Audio&Video가 아닌 Adult Video, 즉 ‘포르노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런 AV에 출연하는 포르노 배우를 일본에서는 AV배우라고 하고, 특히 여성 출연자는 AV여우( 女優)라고 하며 상당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요즘 AV시장의 확대에 따라 아이돌 배우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 몇몇 인기 AV여우들의 일반 방송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은 성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나라다. 하지만 제아무리 일본이라도 포르노 배우가 미성년자도 볼 수 있는 일반 TV방송에 출연한다는 건 금기시되고 있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탤런트 ‘이이지마 아이’ 가 AV여우의 일반 방송 출연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케이스인데, 그런 그녀도 현역 AV여우에서 은퇴한 뒤 일반 탤런트로 전향을 한 것일 뿐 실제 AV배우가 방송에 출연했다고 보기는 힘든 경우였다.

 


한국은 한 개인의 과거 전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서 일본은 한 개인의 과거보다는 현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 아무리 포르노 배우였건, 스트립 바에서 일을 했건, 술집에서 일했건 간에 현재 그 일을 그만두고 정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물론 마약을 했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한국보다 더 가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이지마 아이나 오자와 마리아 등의 AV배우 출신 탤런트가 TV에 나오는 것은 일본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일단 AV는 은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 AV배우가 아니라는 게 일본인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본이라도 현역 AV여우를 TV에 출연시키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별 기획 등에서 잠깐 인터뷰를 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AV여우들이 TV 쇼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다. AV여우들이 일반 방송에 출연하던 초기에는 방송국에서 ‘AV여우’ 가 아닌 ‘누드 모델’ ‘누드 아이돌’ ‘섹시 아이돌’ ‘섹시 그라비아’ 등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했다.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정체성을 숨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AV여우’ ‘AV배우’ 등의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AV여우들의 일반 쇼프로그램 출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민영방송인 ‘테레비도쿄’다. NHK, TBS, NTV, FUJI, ASAHI 등 5대 방송사에 비해서 규모가 작은 테레비도쿄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자극적인 쇼프로그램이나 마니아 성향이 강한 애니메이션 등이 많이 편성되는 방송국인데, 여기서 더욱 자극적인 쇼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소재가 바로 AV여우였던 셈이다. 테레비도쿄의 인기 쇼프로그램인 <야리스기코지>와 마니아들이 많이 보는 심야 쇼프로 <갓텅(신의 혓바닥)>을 중심으로 2~3년 전부터 AV여우들의 게스트 출연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테레비도쿄에서 방영하는 심야 드라마에 AV여우들이 보조주연급으로 출연하면서 AV여우들의 얼굴이 대중에게 익숙해진 영향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런 AV여우들이 출연하는 쇼프로그램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오네가이 마스캇토>의 방영으로 AV여우들의 일반 TV 방송 진출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네가이 마스캇토>는 AV여우 90%, 일반 그라비아 아이돌 10%로 구성된 출연진들이 게임을 하거나 시청자 리퀘스트에 대응하는 형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출연자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출연하기는 하지만 방송의 내용은 AV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매우 건전한 것이라는 점이다. AV여우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반드시 벗어야 재미있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강펀치를 날리는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AV여우들의 일반 드라마 출연이나 쇼프로그램 출연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AV시장의 확대로 인한 소비인구 증가와 이와 더불어 AV여우들의 질적인 향상이 있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AV란 그저 남자와 여자가 나와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업계 내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스토리라인을 제대로 갖추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완비한 고품질의 AV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외모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연기력과 교양을 갖춘 AV배우들이 필요하게 되면서 좀 더 다양한 재능을 갖춘 AV여우들이 등장하게 된다. 포르노 배우에 불과했던 AV여우들이 아이돌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 촬영까지 했던 ‘아오이 소라’나 톱 탤런트 이상의 외모와 몸매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호노카’의 경우는 상당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 일반 드라마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아오이 소라의 경우 검도 유단자이며, 호노카는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밝은 캐릭터와 거대한 가슴으로 현재 톱 AV여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사미 유마’의 경우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에 원어민과 네이티브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영어회화 능력을 갖추고도 AV여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아도 그녀들이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지금도 매달 1~2편씩 작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것이 가능하기에 일본이 아닐까. 김상하(프리 라이터)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