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문근영)의 머리에 꽂았던 ‘찹스틱’이 떨어지며 긴 머리가 솨라락 풀리는 순간, 숨가쁘게 그녀를 쫓던 기훈(천정명)의 동공은 커졌다. 많은 언론에서도 ‘명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에서 ‘엘라**’이라도 한 듯 찰랑이던 문근영의 긴 머리는 기훈의 마음뿐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긴 생머리는 세월이 흘러도 ‘청순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며, 어깨선 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이내 머리를 ‘볶거나 지져버리는’ 여성들에게도 도달하고 싶은 그 무언가이기 때문일까.
그런 ‘근영양’이 5회부터는 단발머리로 변신하고 등장한다. ‘성장’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배우들이 하듯 헤어스타일을 바꾼 것인데 묶었다, 비녀 꽂았다, 풀었다 하는 것 외에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그녀의 ‘긴 생머리’를 이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손예진은 ‘똥머리’, 김소연은 철지난 ‘물결 펌’을 했다. 문근영은 단발 변신을 했고, 이보영은 보브 단발, 한혜진과 한효주는 사극에 출연하고 있는지라 헤어스타일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았던 긴 생머리가 왜 이제는 TV 속 여주인공들의 냉대를 받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긴 생머리’가 드라마 여주인공에게서 사라진 것은 여성 캐릭터들의 다양화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보호 받거나’ ‘발랄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여주인공들이 최근에는 건어물녀도 됐다가 명품녀도 되고, 30대 노처녀도 됐다가 요리사도 된다. 성격은 한 줄 소개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그녀들은 다양한 상황, 많은 사건에 휘말린다. 그러니 긴 생머리 곱게 풀고 ‘뾰로롱’ 하는 BGM 속에서 한껏 미모만을 자랑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긴 머리’는 의외로 선보일 수 있는 스타일의 변수가 많지 않다. 끝에만 조금 웨이브를 줘 도회적으로 표현하거나, 묶어서 심플하게, 양갈래로 묶어서 ‘4차원’으로 연출하는 것 이외에 짧은 헤어보다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긴 기장의 헤어스타일로는 충분한 캐릭터 설명이 안 되는 것도 그 이유다. 드라마 첫 회에서 제작진은 ‘캐릭터’가 처음 등장할 때 외관만으로도 시청자에게 그 성격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경우 ‘마혜리’의 화려한 헤어스타일(철 지났지만), 박개인의 부스스한 헤어 스타일, 성의 없이 젓가락으로 대충 틀어 올린 송은조의 헤어스타일은 그녀들의 성격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현재 주조연급의 캐릭터들이 선보이고 있는 긴 머리는 그녀들의 ‘온순한’ 성격, 지고지순한 성격, 답답한 성격 등을 표현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여자 아이돌의 경우에는 초기 그룹 내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들이 주로 긴 생머리를 유지하는데, 예능에 출연해서 '저 사실 털털한 아이예요'임을 공증받기 전까지는 긴 웨이브 헤어나 생머리를 유지하며 남성 팬들을 끌어 모은다.
이처럼 최근 몇 년 동안 TV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긴 생머리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적은 전무한데 그럼에도 남성들은 "여자 헤어스타일 중 가장 끌리는 것은 긴 생머리!"라고 외치니, 다시 한번 여자와 남자 사이의 건널 수 없는 취향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iMBC연예 김송희 기자 | 사진제공 에이스토리,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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