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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ZOOM] 황당하지만 비범한 실험실





































프로그램 정보
     
  프로그램명   덱스터의 실험실
  방송   카툰네트워크 일요일 오후 7시 50분~
  총감독   겐디 타르타코프스키, 크리스 사비노





빨강머리 천재소년 덱스터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10미터는 족히 넘을 법한 거대한 책장이 번쩍 들어 올려지면 유전공학으로 만들어낸 괴물이나 집 한 채 정도는 우습게 들어 옮길 수 있는 로봇이 숨겨져 있으니, 그게 바로 덱스터의 실험실이다. 비록 몸과 머리가 1:1 비율에 불과한 꼬마 덱스터지만 그 두뇌만큼은 그 어떤 천재보다도 뛰어난 이유로 그의 실험실은 여느 실험실에서 상상만 하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이 천재소년에게 있어 진정한 도전은 난해한 실험에 있는 게 아니다. 덱스터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는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말괄량이 누나 ‘디디’다. 금발 갈래 머리에 얼굴만큼이나 큰 손발을 허우적거리는 디디는 악의는 없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모험본능으로 덱스터의 소중한 실험실을 망쳐놓기 일쑤. 그녀는 술래잡기를 빙자해 덱스터의 실험실을 쑥밭으로 만들어놓는가 하면 형편없는 노래실력으로 덱스터의 집중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누나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덱스터의 노력은 가히 명불허전. 놀랍고 기발하다 못해 황당할 정도지만 타고난 장난의 천재인 괴짜누나에게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한다.




<덱스터의 실험실>의 기본 골격은 여기에 있다. 천재지만 괴짜누나에게 늘 골탕 먹는 모범생 동생. 온갖 첨단 과학기술과 박식함으로 무장한 덱스터건만 왠지 디디의 장난 앞에서는 우스갯거리 이상이 되질 못한다. 사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만화의 역사에서 매번 반복되곤 하는 것이다. 톰과 제리가 그랬고 코요테와 로드러너가 그랬으며 가깝게는 둘리와 고길동이 그랬다.




<덱스터의 실험실>은 <톰과 제리> <스머프>로 널리 알려진 한나 바바라 프로덕션의 작품이다. 1995년 젊은 애니메이션 창작자를 발굴하고 있던 미국 카툰네트워크는 당시 신예였던 겐디 타르타코프스키를 눈여겨보고 그가 발레리나를 캐리커처해 탄생시킨 디디를 발전시키며 마침내 1996년 3월 <덱스터의 실험실>을 처음 공개한다. 이후 <덱스터의 실험실>은 덱스터의 숙적이자 디디를 연모하는 천재소년 맨다크 등 새로운 인물들을 연이어 등장시키며 네 개의 시즌을 통해 78편이 2003년 11월까지 방송됐다. 원래 미국에서는 덱스터와 디디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약 7분 분량 2개의 에피소드와 그 중간을 채우는 ‘애니메이션 속의 애니메이션’ 7분가량이 더해져 총 21분으로 묶여 방영됐지만 현재 한국 카툰네트워크에서는 각 에피소드를 나눠 한 번에 하나의 에피소드만을 방송하고 있다.




극단적인 유머감각과 전복적인 교훈이 교차하는 <덱스터의 실험실>은 아이들에겐 코믹한 이야기와 액션으로 인기를 끌지만, 조숙한 어린이나 호기심 많은 어른들에겐 흥미진진한 상징과 패러디의 여흥으로 어필한다. 특히 덱스터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자 <덱스터의 실험실> 시리즈에서 ‘애니메이션 속의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는 ‘몽키를 위한 다이얼 M’과 ‘정의의 친구들’은 패러디의 핵이라 할 수 있다. 슈퍼파워를 갖고 있는 원숭이가 악당과 맞선다는 내용의 ‘몽키를 위한 다이얼 M’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4년도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의 제목을 패러디하면서 DC코믹스의 작품 <히어로를 위한 다이얼 H(Dial H for Hero)>을 변주한다. 역시 DC코믹스의 작품 <저스티스 리그(The Justice League)>의 이름을 빌려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를 패러디한 ‘정의의 친구들(The Justice Friends)’은 캡틴 아메리카를 모티브로 한 메이저 글로리(또는 글로리 소령), 토르를 변형한 발 헤일런, 헐크를 연상시키는 크렁크 이렇게 총 3명의 슈퍼히어로가 시트콤처럼 극을 이끌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시트콤처럼 의도적으로 삽입된 웃음소리에 더해 화면에 어떻게 보일지에 여념이 없는 이 슈퍼히어로들의 모습은 마냥 코믹한 한편, 현대 매스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메이저 글로리의 적이 붉은 동지(Red Comrade)로 설정된 것은 거침없는 정치성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 구소련의 상징인 낫과 망치를 든 이 붉은 동지를 통해 매카시즘과 냉전으로 흉흉했던 시대를 조롱하는 듯하다. 이쯤 되면 왜곡된 선과 독특한 색상으로 구성된 작화마저 표현주의적으로 느껴지는 정도. 1980년대 인기 록밴드 밴 헤일런(Van Halen)의 리더이자 뛰어난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과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극락정토, 발할라(Valhalla)의 이름을 버무려 탄생시킨 슈퍼히어로 발 헤일런(Valhallen)이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전자기타를 연주하다 자아도취에 빠지는 장면은 그저 애교 수준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 있지만 <덱스터의 실험실>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머핀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덱스터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지시대로 머핀을 사수하고 있던 덱스터에게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대사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고 외치며 다스베이더처럼 최면을 사용하는 정도가 패러디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일주일을 통틀어 일요일 저녁시간 단 한 차례 10분이 채 되지 않는 1개의 에피소드만이 방영된다는 사실이다.
| 유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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