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
영화 '태양은 없다'의 조감독 출신으로 '나의 결혼 원정기', '특수본'의 연출, '부당거래', '의뢰인', '고령화 가족', '베테랑', '내부자들', '검사외전', '아수라', '서울의 봄'의 조연, 단역, 우정 출연 등 다수 작품에서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황병국 감독이다.
무려 14년 만에 차기작을 선보인 황병국 감독은 "작품 준비는 계속했었다. 3편이 내리 엎어지면서 10년이 금방 지나가더라. 2021년에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제안이 와서 이 작품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연출하는 거 치열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시간이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14년 만의 연출인 황병국 감독은 "저도 배우를 했으니까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안다. 연기자는 오케이와 NG를 허락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직업이다. 모든 연기마다 허락을 기다려야 하니 얼마나 마음을 졸이겠나. 그래서 스태프 앞에서 무안 주지 않게 배우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렉션을 적확하게 해서 배우들이 에너지 소비를 안 하게 하는 게 좋다 생각했다."며 배우로서의 현장경험에 비추어 좋은 감독이 되려고 노력했음을 알렸다.
오랜만의 연출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52시간 작업이었다는 그는 "5회 차 까지는 현장에서 정말 많이 헤맸다. 동료인 이모개 촬영감독이나 조명, 미술 감독이 많이 도와줘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제가 데뷔작을 찍을 때는 필름으로 촬영했어서 테이크도 몇 번 못 갔는데 지금은 디지털이라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건 좋더라. 그리고 예전에는 일주일 분량마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여러 가지를 바꿀 수 있었는데 이제는 촬영 전에 모든 걸 다 정해야 하더라. 시간제한 때문에 어떻게 찍을지도 모르는데 설정을 세팅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옴짝 달짝 못하게 되더라. 단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해진 룰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게 되는 건 장점 같기도 하다"며 달라진 현장을 어떤 식으로 체감했는지를 설명했다.
14년 동안 바뀐 건 영화 현장뿐 아니었다. 영화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영화를 위협하는 OTT콘텐츠들이 홍수처럼 늘어난 것. 황병국 감독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들에게 대사를 빨리 하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은 뭔가 발화시키기 위해 호흡이 필요하다. 그런데 호흡이 들어가면 마가 생긴다. 그런 마를 편집에서 다 들어냈다. 대사를 리듬감 있게 빨리 하라고도 하고 편집할 때도 신경을 쓰니까 한 사람의 대사 뒤에 다음 대사가 바로 치고 들어오게 되더라. 요즘 콘텐츠의 특징이라 생각해서 신경 썼다."며 오랜만의 연출이지만 요즘 감각에 맞는 작품을 내놓았음을 이야기했다.

처음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로부터 기사 하나를 전달받았다는 황병국 감독은 "2021년도 경향신문의 기사였다. 수원지검 301호 검사실에 아침마다 약쟁이가 모여 정보를 교환한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 속에 야당이라는 존재가 선도 악도, 합법도 불법도 아닌 경계를 타는 인물이라고 묘사되어 있었고 그게 흥미로와서 영화 소재로 삼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김효석이라는 시나리오 작가와 같이 작업을 했다"며 영화의 시작이 신문 기사 하나였음을 알렸다.
신문 기사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단어 '야당'의 실체를 쫓아 황병국 감독은 어마어마한 자료 조사에 돌입했다. 마약 관련 책이란 책은 다 읽고 국회의사당을 찾아가기도 했다고. 지인을 통해 검사도 만나봤다는 감독은 "마약은 워낙 은밀하고 위험해서 자료조사가 쉽지 않더라. 검사 쪽의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만난 사람만 치면 100명 넘게 만났다. 100명 중 마약 범죄자와 마약 수사 쪽의 비율은 6:4로 범죄자들을 더 많이 만났다"라고 고백했다.
마약 수사를 하는 형사나 검사를 만나서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상하게 어딘가 빈 구석이 있었다는 황병국 감독은 마약 범죄자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빈 구석이 촘촘하게 채워졌다며 실제로 마약을 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차이는 있더라는 말을 했다.
이렇게 마약의 세계를 파고들다 보니 처음에는 내용에 국정원까지 엮을 생각이었다고. "그런데 벌어지는 일을 그리다 보니 검찰에 대한 대중의 생각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그걸 먼저 다루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검찰로만 범위를 제한했다"라고 하며 지금의 탄핵 국면과 검사 조직의 문제가 부각되는 현실에 맞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영화 속의 검사는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라며 현실을 반영한 듯한 대사를 한다. 황병국 감독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탄핵될지 몰랐으니까. 2021년도에 쓴 시나리오이고 2023년도에 촬영을 마쳤는데 주위에서 지금의 현실을 담았냐고 물어보니까 부담스럽다. 이런 사건이 없었다면 그저 한 검사의 비리로 끝날 영화인데 일이 이렇게 벌어지니 대처법을 모르겠다"며 의도를 벗어난 해석에는 당황스러워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자극적인 장면이 있어 장르적 쾌감은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한국 영화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 얼마나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는 예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황병국 감독은 "30년 동안 영화계에 있었는데 10년에 한두 번 꼴로 이런 위기는 꼭 있더라. 영화보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생겨나긴 했지만 각 콘텐츠별 차별점은 있으니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상황은 다시 올 것이다. 제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영화가 다 잘되면 좋겠다."며 소신을 밝혔다.
영화는 4월 1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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