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가 3년여간의 자신이었던 애순과 금명에 작별을 고했다. 그들과의 추억은 아이유의 또다른 자산이 됐다. 양껏 받았던 사랑과 위로를 한아름 수확한 그다.
최근 아이유는 iMBC연예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문소리)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1막부터 4막까지 애순과 그의 딸 금명을 연기하며 1인 2역으로서 극을 이끌어온 아이유는, 흡입력 있는 나레이션과 매 순간 캐릭터의 감정을 촘촘하게 그려낸 명품 연기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쏟아진 호평에 행복과 감사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요즘이라고. 아이유는 "처음 작품에 참여하려고 했을 때부터 '이런 대본이 나에게 오다니' 그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며 "물론 촬영하면서도 힘든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열렬히 응원과 사랑을 해주시니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의 아저씨' 등 상처와 그늘이 많았던 캐릭터를 연기했던 아이유는 이번 작품에 더 큰 욕심을 냈단다. "애순이도 여러가지 크고 아픈 일들을 겪음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힘이 크기에 결국 극복해내는 햇볕 같은 느낌이라 꼭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인 1역이자 1인 2역으로서 "부담이 있기는 했었다"면서도 "10개가 걱정되면 20개를 준비했다. 감독님께 많이 여쭤보고 선배님들에게 시간이 허락되는 한 의지를 했었다. 양껏 기댔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10대의 애순부터 50대의 금명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자유자재로 연기한 아이유. 여러 나잇대의 인물 중 가장 자신과 닮아있는 사람은 누구냐 물으니, 단번에 '10대 애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유는 "내가 애순이처럼 낙관적인 생각만 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지기 싫어하는 면모도 있고, 어떤 면에 있어서는 그게 낙관으로 귀결되는 지점이 있다. '내가 좀 부정적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회복도 빠르다. 나쁘게 말하면 합리화일 수 있는데, 난 정말 잘 버티고 좋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때 애순의 '뭐든지 다 해먹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지면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까지도. 인간적으로 참 닮았다"면서도 "욕심만으로 살아가지는 못한다. 또 내가 잔정이 있는 편이다. 그렇기에 10대의 애순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애순의 '시집 같은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이야기했다. "한 명의 독자이자 시청자로서 이 작품을 봤을 땐, 과연 '성공한 삶이란 뭘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욕심을 다 이룬 삶도 너무 좋지만, 자기 인생이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은 시집 같고 '이게 내 보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충실하고 잘 산 삶인걸까'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런 입장에서 애순이는 성공한 삶을 산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현재인 20대는 어땠고, 30대의 아이유는 어떨까. 그는 "만족스러운 편"이라면서도 "내가 가장 빠져있던 게 일이었다. 가장 사랑하고 재밌어하는 게 일 말고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게임 중독 같았다. 내 나름대로는 일을 그렇게 했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즐거움만 좇은 것일 수 있다.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으로 해석이 잘 됐다. 이젠 나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보려한다"고 말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애순의 4계절을 선배 문소리와 함께 연기한 아이유. 자신의 인생이 어느 계절 즈음에 맞닿아있는지 가늠하기도 했다. "내가 느끼기로는 지금은 가을 같은 느낌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 아닌가. '폭싹 속았수다'를 정말 오랫동안 품고 있었고, 세상에 드디어 내보이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이 가을처럼 수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개인적으로 가을을 좋아하기도 한다. 뒤돌아봤을 때 여름이 참 무성하고 빽빽하고 푸르렀지 싶다가도, 다시 또 여름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덥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요즘 든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다시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거둬들임과 동시에 준비하는 계절"이라고 부연했다.
자신 역시 지금의 인생을 시집으로 비유하자면, '연필을 다시 깎겠다'는 제목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다. "그간 치열하게 깎아왔다. 30대가 되서는 날카로웠던 연필심이 조금 뭉툭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좋다. 뾰족한 연필로 쓸 때의 쾌감도 있지만, 뭉툭한 연필을 쓰는 재미도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연필을 깎겠다고 얘기드리면, 보시는 분들이 이해가 될 듯 하다. 내 다짐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아이유는 작품 속 자신의 명대사를 꼽기도 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너무 명대사가 많지만, 결국에는 '나 너무 좋아'로 귀결되지 않나 해요. 애순이가 이렇게 힘든 삶과 아픈 일들을 겪으면서도 극복해내고, '나 너무 좋아'라고 할때 시청자들은 '애순이 좋다니까 됐다'라는 마음이 들게끔 하잖아요. 애순이의 인생에 '나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날이 하루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하게끔 만든 것 같아요."
한 편의 시집 같은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28일 넷플릭스에서 최종회가 공개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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