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하정우를 기억하는 대중의 키워드는 '롤러코스터'일 것. 그의 첫 연출작으로 배우 하정우가 아닌 인간 하정우의 취향을 느낄 수 있게 했던 작품이다. 이번 영화 '로비'를 보며 '롤러코스터'를 떠올린 관객들이 많을 것.
하정우는 "이런 영화는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신난다. 인물들이 무표정하고 툭툭 템포감 있게 대사를 내뱉는 무심함이 웃기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거 같다. 어떤 감독님들은 제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덜 연기하고 덜 표현한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런데 그런 연기 스타일을 제가 좋아한다. 성향이 그렇다 보니 자꾸 이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장르를 블랙코미디 장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나 영화 스타일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무척이나 공을 들인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위해 사전에 배우들과 엄청난 리딩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어떤 템포나 타이밍을 놓치면 코미디라고 악센트를 줄 수 있는데 그걸 원치 않았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안 하길 바랐다"며 대놓고 코미디 영화로 보이기 싫었다는 이야기를 하정우다.
그는 "대신 리딩할 때 마음껏 애드리브하고 상황도 만들라고 했다. 제가 어떤 강요나 강조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던하게 리듬대로 잘 흘러가길 바랐다. 배우들이 원하는 대로 대사를 가져오고 버무리고 충분히 몸을 풀고 힘을 빼고 진액만 남은 상태로 만들었다. 모든 게 건조해진 상태로 툭툭 무표정으로 무심하게 해 주길 바랐다. 그런 인물을 보고 싶다는 의도로 리딩작업을 했다."며 다른 작품에 비해 유별났던 많은 리딩 과정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무비 43'이라는 영화를 언급했다. "휴잭맨이 케이트 윈슬렛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휴잭맨 턱에 남성 성기가 달려 있다. 그게 엄청 신경 쓰일 텐데도 휴잭맨은 마치 목젖인 양 신경 쓰지 않고 연기를 한다. 그 영화의 한 장면을 배우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 영화는 이렇게 연기해야 한다. 상대 배우의 뭐를 의식하지 말고 저 톤으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은 했었다."며 단 한 가지 배우들에게 요청했던 것을 밝히며 '로비'의 지향점을 알게 했다.

영화에 등장한 인물들의 대사, 영화의 장면 등 어떤 하나도 대충 만들어진 것은 없다고. 예고에도 등장해 폭소를 안기게 했던 장례식장 장면도 "저희 엄마가 실제로 LA다저스의 엄청난 팬이시다. 그거 때문에 미국을 가실 정도. 저도 농구를 좋아하니까 창욱의 엄마를 그런 설정으로 넣었다"며 캐릭터에 가족을 대입해 만들었음을 알렸다.
또한 "마태수 역할의 모델은 최민수였다. 최민수가 그동안 나온 영화와 인터뷰때 했던 어록을 다 정리했다. '호랑이의 울분을 가진 사슴일 뿐'이라는 말도 실제 최민수가 한 말이다. 마태수가 '음...' 하는 것도 최민수의 버릇이다. 우디알렌의 영화를 좋아해서 어떤 대사를 했는지 다 조사해서 참고하기도 하고 '대부'도 좋아해서 '대부'의 대사도 참고하고 변형하면서 만들었다"며 감독과의 GV를 기대하게 했다.
"연출은 가슴이 뛰는 일"이라는 하정우는 "그만큼 부담되고 공포스럽지만 그 정도의 스트레스를 견딜 정도로 신나는 일이다. 4번까지 연출을 했으니까 앞으로도 기대되고 궁금하고 한국영화의 변화도 궁금하다"며 지속적으로 연출할 의지를 밝혔다.
감독 하정우로서 관객에게 "이 작품이 사랑받고 이해해 주길 바라고 마음껏 즐겨주길 바란다"는 그는 "앞으로의 작품에서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적은 비중으로 나오면 부담이 덜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출자로서 네임드가 생긴다면 연출만 하는 작품도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다"며 연출자로의 욕심도 드러냈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로비'는 4월 2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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