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언론시사회 때 충수돌기염으로 인한 응급 수술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하정우는 다소 야윈 모습으로 영화가 개봉하는 날 기자들과 마주했다.
그는 "구정 때 장염을 크게 앓아서 그때 병원에 갔었는데 계속 속이 불편했다. 언론시사회날 새벽에 열도 나고 식은땀이 나고 배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내가 아프다는 게 믿고 싶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다시 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본능적으로 병원에 가야 할 일이라는 걸 알겠더라. 병원에 가서 병명만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고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CT촬영 결과가 나오자마자 수술을 해야 해서 발이 묶였다. 먹는 양도 줄고 아파서 살이 빠졌다. 게다가 수술 후 방귀가 늦게 나와서 물과 밥을 늦게 먹어서 더 빠진 듯"이라고 경과를 이야기하며 지금은 회복 중으로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알렸다.
살이 내린 얼굴이었지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하정우의 열정은 감독 아니라 할까 봐 엄청나게 뜨거웠다. 배우로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는 하정우였다.
어떻게 골프 영화를 만들게 되었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한참의 스토리를 풀어냈다. "코로나 때 뒤늦게 골프를 배우면서 빠졌다. 라운딩 가서 골프를 치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의 성적이 내 인격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더라. 골프를 잘 치면 기분이 좋고, 망한 날은 비참해지더라. 이게 대체 뭘까 의문이 생겼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이 치는 동반자들도 밖에서는 온순하고 엘레강스한데 골프채만 들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짜, 똥꼬를 보는 것 같아서 아이러니하고 웃기고 블랙코미디 같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로비'를 통해 인간천태만상을 펼쳐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하정우는 자신이 골프장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작품 속에 많이 녹여냈다고 했다. 그는 "골프장에 모이면 다들 처음 하는 말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한다. 100이면 100, 다들 오늘 잠을 못 잤다며 원래 실력이 안 나올 것 같다는 밑밥을 깐다"라고 하며 "100원짜리 내기라도 해야 재미있는 게 골프이고, 그거에 목숨을 건다. 100원짜리인데도 기분 상해서 중간에 집에 가는 사람도 봤다. 그 정도로 인간의 어딘가를 긁고 찌르는 운동이더라"며 골프의 묘미를 이야기했다.
또한 "제가 연예인이니까 골프모임에 초대받아서 가면 꼭 제가 모르는 사람이 한두 사람씩 껴 있다. 처음에는 하배우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선을 넘는다. 사진 찍자, 말 놓고 지내자, 뭘 하자는 식으로 예상치 못핸던 방향으로 관계가 진행된다. 어떤 때는 좋은 관계로 유지가 되지만 너무 불편해진 적도 있다. 그래서 영화 속에 연예인을 한 명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 속 최시원이 영화배우 역할로 출연한 이유를 설명했다.

골프장에서 로비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고등학교 동창생의 이야기를 했다. "동창 중에 공무원이 한 명 있다. 골프백 네임텍에 자기 아들 이름을 써서 왔더라. 공무원이라 로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애초에 오해받을 일을 만들면 안 된다며 에피소드들을 전했다. 공무원을 로비하려면 현직에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원래는 관직을 최근에 그만둔 민간인을 접대해서 전관예우로 메이드 시키는 게 루트라고 하더라. 그리고 그런 자리에 언론사나 검사, 판사, 경찰 고위 간부들을 한 명 끼워 넣는다고. 그래어 혹시나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갔을 때를 막아줄 수 있다고. 이런 이야기를 무용담 처럼 해주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데 캐릭터 조합이 너무 재미있었다. 평상시에 절대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인데 이들이 '로비'를 목적으로 모여 하루를 보내며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로비'의 스토리가 친구의 무용담으로 인해 골격이 만들어졌음을 알렸다.
감독 하정우의 전작이 10년 전 '허삼관'이었고 세 번째 작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내가 좀 더 잘 아는 걸 만들고자 했다"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 사이에 파파라치 언론사의 이야기를 그린 사회고발성 블랙코미디도 준비했었는데, 내가 기자도 아니고 들었던 이야기가 흥미로와서 영화를 만드는 게 맞는 건가 생각되었다. 내가 잘하는 것, 경험한 걸 영화로 만드는 게 맞겠다 싶어서 다시 찾은 소재가 하와이의 코리아타운 이야기였다. 하와이를 제가 자주 갔고 많이 알게 돼서 찾아보니 하와이가 독립운동의 시초가 되는 커뮤니티이기도 하고 이주민의 슬픈 토대고 있고 그런 후손이 남아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스토리의 밀도는 짙은데 인물의 동선에 흥미가 안 느꼈더라. 그래서 LA 코리아 타운으로 할까 하다 보니 예산이 많이 들어갈 거 같고.... 이런 과정을 거치다가 2022년에 내가 진짜 겪으면서 웃겼던 일을 '로비'로 풀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 연출을 두 번 하고 나니 신중해지더라. 좀 더 현장경험을 많이 하며 다른 감독의 현장을 보고 배우고 고민하고 담금질해야겠다 생각해서 시간이 흐른 것"이라며 10년 만의 연출작이 나오게 된 과정을 쭉 설명했다.
하정우는 감독으로서 벌써 4번째 작품도 촬영을 마쳤다. 공개 예정인 '윗집 사람들'(가제)까지 3번째 영화와 4번째 영화 간에는 텀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해 그는 "돌이켜보니 제가 감독으로서 노선을 정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롤러코스터'나 '로비' 같은 색깔의 영화를 앞으로도 만들게 될 것 같은데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하겠다는 노선을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며 세 번째 연출 작품인 '로비'부터는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하정우 스타일의 영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

감독 하정우로서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감독 하정우에 대해 "순발력이 대단하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동요하지 않는 감독"이라며 칭찬을 했었다.
하정우는 "배우분들이 이야기하는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다. 다른 감독에 비해 내가 내세울 건 현장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훌륭한 감독과 작품을 많이 해왔고 현장에 많이 있어봐서 많은 변수와 상황에서 그 감독들이 어떻게 이끄는지를 많이 봐왔다. 제가 맞이한 현장도 많은 변수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전에 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처를 그렇게 하다 보니 옆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 같다"며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이 감독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했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로비'는 4월 2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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