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히든페이스'다. 과감한 정사신, 파격적인 설정의 영화에 신예 박지현을 캐스팅한 김대우 감독은 "기존 여배우도 불섶에 뛰어드는 일을 기꺼이 할 배우가 충분히 있다. 그런데 신인의 패기가 필요했다. 현역이나 중견 배우가 더 패기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인의 패기는 아무도 못 말린다. 강렬한 투쟁심, 앞뒤 가리지 않는 헌신이 있기에 신인을 택하게 된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제가 지키려는 신념은 '주연이 노출 안 하는데 조연이 노출하는 영화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주연이 하는데 조연도 하는 건 상관없다. 신인에게 부담을 지우고, 또는 소비시키는 것에 대해 고민도 하는데 조여정이나 임지연같이 잘 돼서 저에게 돌아오면 뭉클하다. 이 사람들에게 제가 구세주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이 길을 가는 데 있어서 첫 번째 동반자였다는 생각은 한다."라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만들며 배우들에게 가지는 약간의 부담과 고민은 있음을 알렸다.
한동안 한국 영화에서 정사신을 보기 힘들었던 만큼 '히든페이스'에 쏟아지는 관심은 컸다. 그리고 밀실에서 약혼자의 외도를 지켜본다는 설정이 파격적인 만큼 배우들의 정사씬 촬영의 비하인드도 궁금했다. 외도하는 이들의 정사씬은 촬영을 했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장면은 블루스크린을 띄우고 연기를 시켰을까? 어떤 방식으로 촬영을 했냐는 질문에 감독은 블루스크린이 아닌 실제 연기를 시켰다는 답을 했다.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은 그 공간에 혼자서 소리 지르고 혼자서 벽을 두드린다. 대사 할 상대도 없었다. 블루스크린을 놓고 연기를 시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배드신을 한 번 더 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조여정도 그 장면을 보면서 연기할 권리가 있다. 물론 송승헌과 박지현에게 상의를 했었다. 조여정에게 실제로 보면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와 배려를 해주자고. 어떻게 대상 없이 연기를 시키느냐, 조여정을 위해 동료로서 기꺼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 어깨를 걸고 연기를 하더라도 그 장면에서 스태프의 어깨를 찍지 않고 배우들이 집에 가지 않고 연기를 맞춰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서로 연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어깨만 건다고 앞에서 눈 감고 입 다물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얼굴이 안 나오지만 맞은편에서 연기를 한다. 서로가 공평한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송승헌, 박지현에게 미안한 점은 있었지만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조여정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정사신을 연기하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얼핏 이야기만 들으면 상당히 배우들이 힘들어했을 것 같은데 앞서 인터뷰한 송승헌은 힘들지 않았고 감독이 엄청난 배려를 해줬다고 했다. 불필요한 신을 요구하거나 배우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지 않고 감독이 주도적으로 꼭 필요한 동선, 동작만 요구하고 그 장면만 촬영하게 해 줬다고.
김대우 감독은 "정사신이 사랑의 씬이기도 하지만 촬영적으로는 액션씬이라 합이 중요했다. 무용과 비슷하다. 돌아 누울 때도 누가 살짝 밀어주면 훨씬 편하고 누가 어떤 방향으로 힘을 주면 액션이 편해진다. 그걸 제가 다 지정해주지 않으면 배우들은 여러 번의 슛이 가야 합이 맞아진다. 그렇게 힘든 장면을 합이 저절로 맞을 때까지 여러 번 가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노출신을 여러 번 가는 건 정말 잔인한 짓이다."라며 정사신을 찍을 때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밝혔다.
그는 "중요하게 생각한 건 힘의 밀당이다. 동작이 우아해질 수 있게 힘을 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걸 조감독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조감독이 너무 지치면 베개로 힘의 정반합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모든 장면은 한 케이크밖에 안 갔다. 배우들에게 옷 입고 리허설을 시키지도 않았다. 각 컷마다 카메라 2대로 세팅해 촬영했기에 배우는 몇 동작 안 해도 되었고 장면별로 하루 만에 촬영을 끝냈다. 밖에서 베드신 하는 거 하루, 안에서 바라보는 거 하루. 이렇게 이틀 만에 찍었다. 요만한 불만도 안 나오게 신경 써서 준비하고 환경을 만들어준다. 저는 스태프들에게 나가있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인원 나가라는 말이 제일 싫다. 불필요한데 왜 뽑았겠나. 스태프들이 알아서 배우를 보호하고 배우들이 최적의 상태가 되게 준비해 준다. 저는 그래서 스태프들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배드씬 촬영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영화 속에서 송승헌이 피아노를 치며 박지현을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낯간지러운 대사나 문자 없이 오로지 피아노 연주로만 이성을 유혹하는 장면은 슈베르트 피아노 즉흥곡 제3번의 서정적이고 쓸쓸한 감성과 어울려 국내 영화계에서 손꼽힐 매혹적인 장면으로 탄생했다.
김대우 감독은 이 장면의 탄생에 대해 "나이 들어서 가장 후회를 많이 하는 게 옛날에 피아노를 좀 잘 배워둘걸 하는 거다. 빌게이츠를 할래 피아니스트를 할래라면 저는 피아니스트를 고를 것.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 그리고 내가 여자라면 어떤 유혹으로 집으로 부르면 고민 없이 바로 갈까 생각했을 때 피아노가 떠올랐다. 저라면 피아노를 쳐주거나 전화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면 바로 넘어갈 것 같더라"라며 개인적인 욕망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 웃음을 안겼다.
영화 속 오케스트라의 연주, 송승헌의 피아노 연주 등 몇 개의 클래식 연주가 나오는데 감독은 "송승헌이 치는 피아노곡은 제가 정했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음악감독이 정했다."며 유혹의 연주까지 직접 정한 것임을 알렸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혀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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