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이라는 신박한 설정의 영화 '웅남이'로 첫 상업영화감독에 도전한 박성광을 만났다.
개그맨으로 성공을 거둔 박성광은 영화예술학을 전공하고 틈틈이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내공을 쌓아 왔다. 초 단편영화 '욕'으로 서울 국제 초단편 영상 제 개막작에 선정,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제11회 세계 서울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회 미추홀 필름 페스티벌 연출상을 수상하였던 그가 이제는 상업영화에 도전한 것이다.
박성광은 "시사회를 하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긴장하지 말자는 말을 계속했는데, 아쉬운 면이 계속 보여서 즐기지 못하겠더라. 예전에 봉준호 감독이 자기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갔다고 했었는데 저도 그런 심정이었다."라며 생애 첫 상업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개그맨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왔던 박성광은 상업영화 도전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편견과 싸우는 게 많이 힘들었다"라는 답을 했다. 그가 싸운 편견은 여러 가지였다. 우선 현장에서의 편견이 있었다. "스태프나 관계자들이 영화에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저를 계속 떠보는 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저도 이번이 첫 상업영화 도전이지 않나. 아는 체를 할 수가 없었다. 저는 잘 모르고, 부족하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영화 잘 만들고 싶고 이건 제 영화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영화니까 도와달라고 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많이 풀린 거 같다. 모두가 저의 적인 것 같고, 자격지심도 있었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실수를 많이 했었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라며 영화계의 이방인 같은 느낌을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이야기했다.
또 다른 편견은 대중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것이었다. "개그맨이 연출하는 영화는 정통이 아니니까 가볍지 않을까 생각하시더라. 저는 '영구와 땡칠이'를 보며 영화감독과 개그맨의 꿈을 키웠었다. 그런데 저에게 '영구와 땡칠이' 같은 거 만드는 거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 '영구와 땡칠이'는 영화가 아닌가? 그런 영화는 왜 만들면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장르가 어떻든 영화로서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대중의 편견도 버거웠음을 고백했다.
그동안 박성광이 만들었던 단편영화들은 코믹 장르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코믹 장르를 선택한 걸까? 그는 " 하고 싶었던 건 휴먼, 스릴러, 로맨스였다. 그런데 제가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 투자가 안 됐다. 몇 번을 계획했다가 엎어졌다. 감독이 저라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철회한 것도 몇 번 있어서 이름을 숨길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 또한 편견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게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봉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코믹을 선택했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 만드는 코믹 영화여서 투자가 되었고 제작이 될 수 있었다."라며 세상의 편견을 과감히 걸림돌이 아닌 무기로 삼아 상업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는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펼쳤다.
그렇다고 해서 박성광에게 '편견'의 장애는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이제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할 시간이다. "그게 제일 힘들다.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너무 큰 고민이고 스트레스다. 인플루언서를 모시고 시사회를 했었는데 호불호가 갈리더라.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부딪쳐야 깨지든, 쌓이든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힘들 거라는 건 각오하고 만들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하고 있다."라며 정말 많은 마음고생을 한 게 느껴지는 말을 했다.
편견과의 싸움을 한편에 접어두고, 코믹 장르의 연출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냐는 질문에 박성광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개그를 할 때는 제가 쓰고 제가 연기를 했기에 대본이 허술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상업영화는 대본을 쓰는 게 너무 어렵더라. 대본이 재미있어야 콜에 답을 할 텐데 어떻게 웃음의 포인트를 이해시킬지가 어려웠다. 디렉팅을 할 때도 제가 하는 연기와 배우들이 하는 연기는 다르고, 호흡이 달라서 대사 수정을 많이 해야 했다."라며 개그맨과 배우의 연기 톤이 달라 대본과 연출도 힘들었음을 이야기했다.
개그 장르에 대한 자신감만큼이나 부담도 있었다는 박성광은 "영화는 2년이 지나서 개봉하니까 시의성의 부분에서 힘들었다. 이게 2년 뒤에도 통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연출하면서는 개그를 엄청 넣었는데 편집하면서 제일 많이 들어낸 게 개그다. 코믹 영화라 코미디가 필수이지만 결국은 드라마가 중심이고 코미디는 적재적소에 들어가야 빛이 나더라. 코미디보다 내용에 더 충실하려고 했다."라며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박성광은 영화 연출을 하며 원형탈모와 사타구니 습진을 앓는 등 신체적으로 무리가 많았다는 고백을 하며 "영화 연출도 하면서 개그 프로그램과 라디오 DJ도 했었다. 다른 배우나 스태프가 쉬는 날 저는 통영에서 서울로 올라와 방송을 하고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몸이 이상하더라. 처음에는 탈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가 '탈장해도 일할 수 있나요?'라고 검색을 하더라."라며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가득했던 데뷔작에 신체적 무리까지 더해져 고생을 많이 했다는 웃픈 사연을 고백했다.
개그계에 영화 연출 선배로 이경규와 심형래가 있다. 혹시 연출을 하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었냐는 질문에 박성광은 "이경규와 현장에서 만났었다. 상업영화를 한다고 했더니 '하지 마! 누가 너한테 돈을 주겠냐. 다 사기다. 다시 알아봐'라고 하셨다. 배급사도 붙었다고 했더니 '아 배 아파. 내가 할 건데'라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 개그맨이 잘돼야 한다. 네가 안되면 그 뒤도 없다'라며 잘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본인은 제작만 하지 감독은 안 하겠다고 하시더라."라며 이경규와의 재미있는 일화를 전했다.
도대체 영화가 뭐길래, 단편영화부터 계속해서 도전을 하는 걸까? 박성광은 "저에게 영화는 꿈의 실현"이라고 답했다.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걸 믿고 있다는 그는 "고3 때 연극 영화과를 갈 거라 했는데 진짜로 갔다. 대학에서 개그 동아리를 만들 거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만들었고, 개그맨이 될 거라 했을 때 진짜 됐다. 박성웅에게 시나리오를 주겠다고 했었는데 진짜 작품을 했다. 영화가 저에게 막연한 꿈이었다.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를 보며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박수를 치며 정말 멋있겠다고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라며 어린 시절 추억의 조각이 말과 함께 엮여 끝내 영화감독 데뷔라는 현실로 이어졌음을 이야기했다.
박성광은 "제가 꼭 연기를 해야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영화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저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개그맨이 됐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라며 영화나 개그나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하나라는 말을 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 박성광에게 앞으로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으니 "백만 넘기자! 백만 넘길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며 목표를 밝혔다. 그는 "저 때문에 영화의 꿈을 꾸는 후배들이 다시는 영화감독을 꿈꾸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저도 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다."라며 이 영화를 선보이는 순간이 얼마나 큰 간절함의 결과인지를 알렸다.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로 3월 22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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