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검은태양' 속 유오성, 쓰임새에 대한 고찰 [인터뷰M]

기사입력2021-10-27 08: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검은태양' 유오성은 본론만 말한다. 그에게 분량이나 비중,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방향은 논외였다. 오로지 배우라는 도구로서의 쓰임새가 중하다는 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25일 유오성은 iMBC와 만나 MBC 드라마 '검은태양'(극본 박석호·연출 김성용) 종영 소회를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스스로가 잘 쓰여지는 법에 대한 깊은 고찰이었다.

이날 유오성이 내놓은 작품 선택의 이유는 결이 달랐다. 대본의 흐름에 반했다거나, 150억 대작이라는 규모에 끌렸다는 천편일률적 답변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일면식 없는 연출가의 말이 감사하게 느껴졌다는 그다.

유오성은 "매니저 없이 움직인 지 10년이 됐다. 아는 업계 지인이 전화가 와서 '검은태양' 김성용 감독의 말을 전달해주더라. '유오성이 지닌 파워풀한 빌런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요구였다"며 "내가 지닌 이미지의 힘이 쓰일 곳이 생겼고, 그걸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찾은 것 아닌가. 감사함을 느꼈다. 분량 역할 이미지 등을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이란 모두가 모여 일궈내는 공공재나 다름없다. 동의하기에 출연하는 것이다. 일말의 망설임 없었다. 나름 나이 먹고 사회생활 3쿼터에 진입했다. 나에게 운명적으로 3쿼터 첫 드라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검은태양'의 특장점으로 꼽은 것은 진한 수컷 냄새나는 누아르 액션과 얽히고설킨 인물관계도였다. 유오성은 "이걸 영화로 찍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주 복잡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중간중간 꺾는다. 세련됐다"고 극찬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극중 유오성은 그야말로 '끝판왕'이나 다름없었다. 범죄자 위의 범죄자이자, 암막 뒤의 설계자로 어둠의 권력을 틀어쥔 인물로 묘사됐다. 유오성이라는 배우가 풍겨내는 지독한 기운과 서늘한 외관은 이에 적합했다. 정작 본인은 의식하거나, 의도하지 않는 편이란다.

그는 "내가 스스로 파워 있는 배우라고 자만하지 않는다. 화면과 음악, 구도와 상황 등을 고려하고 연기할 뿐이다. 탑조명 아래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던 기억이다. 연출진의 설명에 그대로 따랐다. 과거 나의 영화 '비트' 느낌의 음악이 흘러나올 거라며 기뻐하던 조명팀의 말이 기억난다. 최초의 관객이기도 한 감독의 오케이 소리에 다행스러웠을 뿐"이라고 전했다.


유오성은 자신의 역할 백모사를 '외로움 그 자체'라 표현했다. 그는 "한지혁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인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지닌 심성이 달라서 빌런화 되어버린 것이라 여겼다"며 "지혁은 낭만파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이해심이 마음속에 존재한 것. 백모사는 그런 게 부재중인 이기적인 존재. 거기에서 히어로와 빌런으로 나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성은 자신의 역할 백모사를 연민하고, 사랑했다. 모든 배우가 그럴 것이란다. 하지만 그는 절대 그러한 사사로운 감정 혹은 배우 본인 이미지를 위해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강조했다. 그는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한다. 무조건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캐릭터의 색채를 흐리게 만드는 것을 주의한다. 그 인물의 색은 연출진이 이미 정해준 정답이 존재하는 셈이다. 행여나 유오성 이미지를 생각해 백모사를 훼손하면 안 된다 여기고 주의했다"고 강조했다.

극중 백모사와 그의 진짜 딸 유제이(김지은)의 서사는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았다. 대신 배우들의 감정 열연과 줄거리로 풀어져 나아갔다. 이 대목은 결국 마지막 반전으로 밝혀져 재미를 배가시켰다. 유오성은 이러한 연출에 적극 찬성했다. 그는 "드라마는 연극이 아니기에 시각화하는 게 최우선이다. 눈으로 보여지는 비주얼과 소리로 들리는 음악, 효과에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시청자가 짐작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기나긴 대사로 줄줄이 읊어 내용을 이끄는 건 글쎄다 싶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납득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으로 만난 김지은 후배에게 정말 감동했다. 기가 막히더라. 백모사가 유제이의 아빠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죽어가는 아빠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딸의 통곡 소리는 대단했다"고 극찬했다.

유오성은 "이번 작품의 반전을 위해 김지은은 차근히 그리고 켜켜이 내면의 감정을 쌓아 올렸더라. 현장에서 나와 연기로 호흡하는 장면은 전무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최악의 빌런 백모사를 아빠 유준만으로 받아들이고 눈물을 흘린 것"이라며 "기특하고 납득이 가더라"고 엄지 손가락을 연신 치켜세웠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그는 제살길만 찾는 배우가 아니다. 제작 환경이나, 제작진의 부담감도 살펴본다. 이에 대해 유오성은 "나도 주변을 살펴야 할 경력이 됐다. 싫어도 그런 고초들이 어쩔 수 없이 보인다. 내 연기는 준비됐고, 짬이 나면 주위를 토닥이는 거다"라고 전했다.

연기 잘하는 후배를 향한 가감 없는 칭찬, 분량이나 비중에 토 달지 않는 태도, 악역 이미지 고착을 두려워 않는 배포까지. 유오성은 단단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신념과 일맥상통했다. 범사에 감사하고 사는 것과 본립도생(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생겨난다), 두 갈래란다. 유오성은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찾는다. 누군가 나에게 '함께하고 싶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필코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센 사람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사람이 센 사람이다. 조금 더 숙성되고 오래간다면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조금 더 갖춰질 거라고 기대한다"는 유오성은 "감정을 교류하는 직업에 놓인 입장에서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숙성되어야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존재다. 창작물을 구현하는 일을 하는 우리는 더더욱 그렇다 여기고 책임감을 느낀다. 누군가 나를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에 꼽더라. 반대다. 난 스스로가 잘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잘 해내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경험이란 건 현명한 이에게 유일한 예언이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배우로 성숙하겠다."


iMBC 이호영 | 사진 MBC제공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