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무법 변호사'가 5월12일 첫 방송됐다. '개와 늑대의 시간'의 김진민 감독과 이준기가 11년만에 다시 만난 복수액션극. 거기에 최민수, 이혜영과 같은 등장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배우들이 악역으로 출연하고 '구해줘' 등에서 차세대 여배우로 눈도장을 찍은 서예지가 함께했다. 연기만으로는 구멍이 없는 이 드라마의 첫 회 성적표는?
'무법 변호사'는 가상도시 '기성시'를 배경으로 한다. 어린 시절 변호사인 엄마를 폭력배에게 잃고, 폭력배인 외삼촌의 손에 키워지며 '싸움 잘하는 변호사'가 된 봉상필(이준기)은 20여년 만에 다시 기성시로 돌아온다. 물론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열혈 변호사 하재이(서예지)는 비합리적인 판사의 판결에 항의하다가 판사에게 주먹질을 하게 되고, 변호사 6개월 정직을 당하고 고향 기성시로 내려온다. 기성시에는 어릴 때부터 존경해왔던 차문숙(이혜영) 판사가 있으며, 오직 딸의 성공을 위해 살아온 딸바보 아버지(이한위)가 살고 있다. 봉상필은 어머니의 옛 변호사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사무실을 내고 하재이를 사무장으로 발탁한다. 폭력배인지 변호사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상필이 마음에 들지 않은 하재이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할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하고 두 사람은 함께 첫 사건에 뛰어든다.
'무법 변호사'는 완전히 이준기 캐릭터인 '봉상필'이 이끌어 나가는 드라마다. 조폭인지 변호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놈. 법을 무시하면서 이용하는 이 변호사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위로 위로 치고 올라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엄마를 죽였던 '나쁜 놈'들은 20년이 지나 성공한 기업인, 유명 판사의 가면을 쓰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가면 쓴 자들의 위선과 위악을 벗겨내야 하고, 승소율 100%의 봉상필 변호사는 엄마의 말대로 '법을 이용해' 그들과 싸워 나간다. 안티히어로 주인공의 복수극, 이라는 이 안정적인 장르물 안에서 오직 신선함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를 도우면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변호사 하재이 역의 서예지, 정의로운 판사인 척 하고 있지만 실은 거악의 우두머리인 차문숙 판사 역의 이혜영, 깡패에서 기업의 회장님 자리까지 올라간 뱀같이 무서운 안오주 역의 최민수까지. 주요 캐릭터들의 대사는 펄떡펄떡 살아 숨쉰다. 그렇다면 모든 장면마다 등장하는 이준기의 연기는 어떨까. 데뷔 후에 연기에 대한 지적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믿고 보는 배우 중 한명인 이준기의 연기는 '무법 변호사' 1회 방영 후 호평 일색이다. 그런데 잘 하는 것과 새로운 것은 다르다.
이준기는 그동안 본인이 잘해왔던 그것의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만만한 듯 보이지만 실은 과거 상처가 있는 남자이며 복수에 불타는 정의로운 주인공. '무협 변호사는' 김진민 감독의 '개와 늑대의 시간'과 비교 당하지만, 실은 그보다는 훨씬 톤이 가볍고 대중오락의 요소가 강하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이준기의 존재감은 든든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해왔던 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봉상필'의 복수극이 메인 플롯인만큼 이준기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역시 잘 하지만, 그래서 다음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잘 알겠는 연기. 게다가 설정상 30대 중후반에 풍파를 겪어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게 외모는 한없이 세련되었다. 패셔너블한 슈츠에 날렵한 턱선과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는 이 캐릭터의 모호한 요소를 덮어버린다. 앞으로 이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역시 배우 이준기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같은 악역이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음습하고 징그러운 악인을 연기하는 최민수와 이준기가 함께 붙을 장면이 기대되는 만큼, 조금 신선해진 이준기를 기대한다.
또한, 서예지-이혜영 캐릭터의 활용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최대 빌런은 최민수가 아니라 이혜영이다. 1회에서는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뒤에 이혜영이 존재했다는 것이 차츰 밝혀질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 악역과 또 그에 맞서는 신참 법조인 서예지, 당당하고 강인한 두 여성 캐릭터가 앞으로 맞붙는 장면 역시 드라마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