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54주년 특별기획드라마 <화정>과 함께 하는 조선시대 역사 읽기. 다섯 번째로 김개시에 관한 기록들을 살펴봅니다.

그때부터였구나. 내가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된 것은.
처소의 나인들도 모르던 내 이름을 그 분께서 불러주셨을 때 말이다.선조의 독살에서부터 영창대군, 한음 이덕형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화정> 속에서 광해군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을 모두 앞장서서 처단하고 있는 김개시. 동궁 소속의 궁녀로 입궐하여 청년기 광해군과 인연을 맺은 김개시는 글을 알고 문서 처리에 능해 선조의 나인으로 발탁되었으며, 광해군 즉위 후에는 대전의 지밀나인으로 옮겨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독특한 행보로 인해 김개시는 광해군을 다룬 수많은 영화, 드라마 등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金尙宮名介屎. 年壯而貌不揚, 兇黠多巧計 나이가 차서도 용모가 피지 않았았고 교활하며 계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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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그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광해군일기』에서 위와 같이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못생겼다'의 조선식 표현법으로 회자되고 있는 '나이가 차서도 용모가 피지 않았다'는 말이 그 생김새를 추측하게 한다. 다만, 오늘날의 미인상이 당대와 사뭇 다른 것을 통해 볼 때 어쩌면 김개시는 현대적 미인형 얼굴의 소유자였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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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출처미상미인도 ©문화재청 / 右이재관의 글을 쓰는 미인, 피리부는 미인 ©국립중앙박물관 당대 화가들의 그림 속에 드러나는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미인상은 가늘고 긴 눈썹에 맑고 고운 눈, 붉고 매혹적인 입술, 복스럽게 둥글고 야위지 않은 얼굴 등의 공통점이 있다. |
광해군은 선조를 모셨던 궁녀인 김개시를 데려온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그녀를 곁에 두었다. 그것은 김개시가 노래나 춤과 같은 예술적 재능은 물론 뛰어난 판단력과 두뇌로 정치적 감각이나 술수에서도 빛을 발하였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저를 곁에 두신 것은 듣기 힘든 말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순간에도요.이렇듯 광해군의 총애를 등에 업은 김개시는 국정에 관여하며 이이첨과 쌍벽을 이룰 만큼 권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팔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나중에는 광해군이 어떤 후궁의 침소에 들 것인지도 직접 정해주었다고 한다. 그 결과 연산군의 장녹수, 숙종의 장희빈과 함께 역대 왕들의 측근에서 실세가 되어 정치에 개입하였던 조선시대 3대 요부(妖婦)로 불리기도 한다.

왜 8명도 넘는 후궁들이 후사를 낳지 못하는지, 저 탕약이 무엇인지!

예. 소인이 약을 써서 후궁마마들의 생산을 막는다지요. 투기에 눈이 멀어서요.
허나 오해십니다. 저는 일개 상궁이고 그럴 처지도, 위치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궐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오셨다니 또한 아시겠군요. 마마.
이곳에선 제 말씀을 들으셔야 한다는 것도.<화정>에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처럼 김개시가 독을 써 후궁들의 출산을 막았다는 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 확인이 불가하다. 다만 실제 광해군은 왕비였던 문성군부인 유씨에게서 1남을, 9명의 후궁 중 유일하게 첫째 후궁인 숙의 윤씨에게서 1녀를 낳은 기록만 남아있다. 가장 많은 자녀를 거느렸던 태종이 총 29명, 그의 아버지였던 선조가 25명의 자녀를 둔 것에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인 죽음따윈 두렵지 않습니다.
소인 전하를 모시기로 한 그 날부터 소인이 죽음보다 두려웠던 것은 전하를 잃는 것이었습니다.그러나 <화정> 속 지금의 충성스러운 김개시와는 달리 역사에서 결국 그녀는 인조반정의 주축이 되는 김자점과 결탁하여 광해군을 배신하게 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반정의 조짐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반정자의 이름까지 기록된 상소가 올라오기도 했으나 김개시가 이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무마시켰던 것. 결국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은 폐위되었고, 계속해서 권력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김개시 역시 참수당하고 만다.
광해군에게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왕이 될 것인지 선택을 종용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권력자로 남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것일까. 앞으로 그려질 <화정> 속 김개시의 변화에 주목해보자.
이 기사는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 한국콘텐츠진흥원, 공공누리, 공유마당에서 개방한 공공저작물 및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자료 일부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iMBC연예 김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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