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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타 다이어리> 국민배우 최불암

온화한 미소와 너털웃음 그리고 푸근함과 편안함. 배우 최불암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원숙한 외모로 30대부터 중년의 연기를 해온 그는 <전원일기>와 <수사반장> 등 장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으며 끊임 없는 노력과 변신을 거듭하며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을 건네기보다 옛 정취 가득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 한 잔에 우동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고민을 하나하나 털어놓는 자식에게 너털웃음으로 힘을 실어줄 것만 같은 이 시대의 아버지, 최불암을 조명해본다.


이름 덕에 산의 주인이 되다
2010년이면 고희를 맞는 최불암. 최불암은 이름 덕에 2009년 11월 12일 불암산의 명예 산주(山主)로 위촉되었다. 그의 이름 불암(佛巖)이 산 이름과 한자까지 똑같았기 때문. 하지만 그의 본명은 최영한으로 불암은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에게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숙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불암’이라는 이름은 그가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이미 최영한이라는 동명 배우가 활동을 하고 있어 사용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배우 김민자로 1970년 6월 27일 대연각호텔에서 연출가 이해랑 선생의 주례로 부부의 연을 맺었으며 당시 촬영 스케줄로 인해 온양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고 전해진다. 김민자씨는 1963년 KBS 3기 탤런트로 연기활동을 시작했으며 2001년 드라마 <순자>를 마지막으로 연기활동을 쉬고 있다.


#수사반장


박 반장, 김 회장 그리고…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1965년 국립극단의 단원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67년 KBS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브라운관에 데뷔, 1969년 MBC 전속배우로 발탁되어 자리를 옮겼다. 이후 1971년 3월부터 방영된 최초의 경찰 수사 실화극 <수사반장>을 통해 '한국의 콜롬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다. <수사반장>은 1989년 10월 12일 마지막 방송까지 18년 동안 수사극의 왕좌를 지켰으며 수사방법이나 기술적인 문제보다 생활고로 인한 단순 범죄를 주 소재로 삼아 휴먼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으며 주간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효시라는 점에서도 드라마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최불암은 “<수사반장>이 방영되던 7시에는 거리에서 사람 구경을 못 했어. 그땐 택시기사들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드라마를 볼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 <수사반장>이 서울의 7시대를 정지시켰었어”라고 회상했다.

<수사반장> 하면 떠오르는 주제곡은 타악기의 거장 류복성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고인이 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윤영남이 만들고 류복성이 연주했다. 또, 수사반장은 내로라하는 문화방송 출신의 인기 드라마 PD들이 거쳐갔는데 작고한 허규 PD(전 국립극장장, 실험극장 창립단원인 허규는 연기자 양성소인 ‘허규 스튜디어’를 차려 그가 몸담았던 KBS와 MBC의 의뢰를 받아 탤런트들에게 연기지도를 한 바 있다)를 시작으로 <전원일기>의 이연헌, <제1공화국>의 고석만, <영웅시대> 소원영, <청춘>의 강병문 PD 등이 <수사반장>을 통해 실력을 담금질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장금>과 <이산>을 연출한 이병훈 PD와 <모래시계>의 김종학 PD 역시 젊은 시절 <수사반장>을 잠깐 거쳤다.

그리고 <수사반장>의 박 반장으로 10년 동안 재직한 후 만난 작품이 바로 한국 방송사에 최장수 드라마로 기록된 <전원일기>다.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 시작되어 2002년 12월 29일까지 총 1,088회가 방송되었으며 최불암은 <전원일기>의 김 회장을 통해 ‘한국인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전원일기


연기 인생 45년
1967년 첫 브라운관 데뷔 이후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드라마는 MBC의 <개구리남편> 이었다. <개구리남편>(1969)은 불륜을 소재로 한 첫 드라마였으며 그의 드라마 작품 중 몇 안 되는 로맨스를 선보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김혜자와 부부로 출연하며 이후 오랜 콤비로서의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당시 많은 이슈를 낳았으나, 공무원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른다는 이유로 조기종영 되기도 했다.

이후 <유랑극단>(1969) 등에 출연한 그는 1971년 <수사반장>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으며, <아버지>(1971)에서는 김혜자가 최불암의 딸로 출연했는데 이때부터 최불암의 노인 분장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1972년 당시 7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김수현 극본의 <새엄마> <한백년>(1973), <신부일기>(1975), <전원일기>(1980), <제1공화국>(1981), <엄마의 방>(1985), <여명의 눈동자>(1991) 등에 출연했으며 <그대 그리고 나>(1997)에서는 나이 지긋한 바람둥이 역할을 맡아 박원숙과 화려한(?) 로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시놉시스를 받아 든 최불암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연출을 맡은 최종수 국장에게 출연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전했으나, 김정수 작가가 찾아가 “이 역에 선생님 말고 대안은 없습니다. 복잡하게 생각 마시고, 섹시하게만 해주세요. 여자들이 동규 아버지하고 연애하고 싶게요”라고 읍소해 결국 출연을 승낙,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영웅시대> <홍소장의 가을>(2004), <달콤한 스파이>(2005), <궁> <진짜 진짜 좋아해>(2006), <식객>(2008)에 출연했으며 현재 SBS <그대 웃어요>(2009)의 강만복으로 할아버지의 인생 지혜를 전하고 있다.


# 제1공화국, 엄마의 방



# 영웅시대


또 <여마적>(1968)을 시작으로 <내일 있는 우정> <태양은 늙지 않는다>(1970), <사나이 멋진 이별> <인생 유학생>(1971), <의사 안중근>(1972), <부> <논개> <언제나 님과 함께> <처녀시절>(1973), <마음의 짚시> <청바지> <환녀> <잊을 수는 없겠지>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 <빨간 구두> <춘자의 사랑이야기> <49제>(1975), <가족> <간난이> <혈육애> <왕십리> <목마와 숙녀> <졸업생> <정말 꿈이 있다구> <별 하나 나 하나>(1976), <어머니>(1977), <세종대왕> <아리랑아> <문> <진짜 진짜 좋아해>(1978), <모모는 철부지> <휘청거리는 오후> <로맨스 그레이> <내일을 향해 달려라>(1979), <달려라 만석아> <최후의 증인>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사람의 아들>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1981), <춘희>(1982),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위험한 향기>(1988), <반쪽 아이들>(1990),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 수없이 많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조금 특이한 이력을 들자면 KBS <인사이트 아시아 – 차마고도>의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가수 태진아의 <잘났어 정말>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바 있다.


# 궁, 달콤한 스파이, 그대 웃어요


이렇듯 화려한 작품활동을 펼친 그이지만 상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최불암은 1973년 제1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수사반장>으로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1974) , 제8회 한국방송대상 TV연기상(1981), ‘한국방송 60주년 기념 방송 유공자 시상식’ 대통령 표창(1987), 그리고 대종상 남우조연상(1978)과 대종상 남우주연상(1979)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그는 한 신문의 사설을 통해 “<전원일기>의 김 회장 역을 맡았을 때 만 서른아홉에 예순다섯 살의 농사 짓는 아버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리고 35년의 세월을 흘려 보내고 <그대 웃어요>를 통해 인간미와 가족애로 뭉친 집안의 ‘큰 어른’을 맡고 있다.

또, 후배들에게 “배우는 언제든 노크도 없이 불쑥 안방에 들어갈 수 있는 허락을 받은 손님이다. 선택 받은 자로서의 자부심은 물론이고 안방을 내어준 시청자에 대한 예의로라도 나쁜 드라마에 배우의 영혼을 팔지는 말고, 배가 고파도 도(道)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그는 어려운 시기에 심신이 지쳐 있을 국민들에게 웃음으로 작은 위안을 주고 무거운 어깨를 다독이며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민배우' 최불암. 그의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얼마 전 갤럽이 발표한 올해의 탤런트 6위에 오르는 저력을 간직함은 물론 세월이 흘러도 ‘파~’ 하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한때 시대의 ‘코드’가 되었던 ‘최불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인생의 어른이자 올바름이 무엇인지 일깨워줄 국민 아버지요 할아버지로 영원히 우리 곁에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 즈음 최불암 선생님께 넌지시 이런 말을 건네보고 싶다. “아버지, 저랑 소주 한잔 하실래요!”라고.





iMBC연예 엄호식 기자 | 사진 Tvian DB | 사진제공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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