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비틀어 허를 찌른다.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얼굴로 다가왔다가, 시청자가 방심한 순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궤도를 튼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제4차 사랑혁명'을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작품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제4차 사랑혁명'이다. 모태솔로 공대생 주연산과 백만 인플루언서 강민학의 오류 가득한 팀플과 대환장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언뜻 보면 넘어져도 울지 않는 캔디와 백마 탄 왕자가 캠퍼스에서 사랑을 완성해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4차 사랑혁명'은 시청자가 방심할 때마다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며 묘한 감상을 남긴다. 으레 누구나 짐작할 법한 안전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의도적으로 벗어나고, 여성과 여성의 관계, 지방 캠퍼스의 현실, 쉽게 경쾌해질 수 없는 소재들을 곳곳에 심어 끝까지 밀어붙인다. 윤성호, 한인미 감독은 "언뜻 보면 오해하기 쉽지만, 끝까지 봤을 때 전혀 다른 작품으로 읽히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 "이제 시작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제4차 사랑혁명은 회차를 나눠 순차 공개했기에 초반 성적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이제 16편 모두가 공개됐으니, 완주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감독들의 판단이다. 윤성호 감독은 "시청자 입장에서 전편이 다 나와 있지 않으면 안 보는 작품"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16편이 모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이 소비의 전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언뜻 봤을 때와 끝까지 봤을 때의 기대와 감상이 전혀 다르게 읽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인미 감독 역시 "시청자로서도 다 나와야 본다"며 "전편 공개가 끝난 시점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든 공이 이제야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로코의 공식을 빌려 뱉은 로코 금기어
'제4차 사랑혁명'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익숙한 공식에 안주하지 않는다. 윤성호 감독은 "공식을 따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입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반부에는 어느 정도 알려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등장하고,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러나 제작진은 흔히 기대되는 알콩달콩한 이야기 대신, 젊고 촉망받는 인물들이 지닌 다양한 서사에 집중했다.
윤 감독은 "전형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아까운 자원들이 너무 많았다"며 "전형성을 유지하되, 또 다른 이야기를 경쾌하게 하자는 데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코스요리에 비유했다. 한 접시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할 수 있지만, 차례대로 끝까지 봤을 때 의도가 드러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공식 깨기는 관계 설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극 중 동원과 유리의 서사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흔히 로코에서 남녀 주인공에게 적용되는 공식을 여성과 여성의 관계로 옮겨온 형태다. 윤 감독은 "혐관으로 시작하는 로코 공식은 익숙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주인공에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여성과 여성의 관계에 적용했고, 감추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퀴어 팬을 겨냥한 복선 구축, 이른바 허위매물이라는 오해도 나왔다. 그러나 전개가 이어질수록 반응은 달라졌다. 윤 감독은 "이렇게 진하게 갈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허위매물이 아니라서 고맙다는 시청자들의 말이 인상 깊었다"며 "그 반응이 무엇보다 감사했다"고 전했다.
◆ BL 대신 GL, 그리고 '혁명'이라는 제목이 갖게 된 의미
흥행 공식만 놓고 보면 다른 선택도 가능했다. BL은 이미 검증된 시장이고, GL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BL 대신 GL을 택했다. 윤성호 감독은 "우리 예산과 조건에서는 오히려 보법이 다른 선택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뻔하고 쉬운 길을 가는 순간 이 작품의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인미 감독은 제작 초기 가장 걱정했던 지점으로 이야기를 걷어내자는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성소수자 서사를 줄이자는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먼저 걱정했다"며 "하지만 함께한 기성 제작자들 누구도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익성보다 이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에 공감해줬다"고 밝혔다.
제목에 포함된 혁명이라는 단어 역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윤 감독은 "출발점은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고 설명했다. IT, 컴퓨터공학과라는 배경을 해학적으로 비틀다 보니 사랑혁명이라는 표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공개 시점은 우연히도 계엄, 탄핵 정국, 대선 국면, 집회 등 정치적 사건들과 겹쳤고, 제목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레이어를 얻게 됐다. 한인미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체감했다"며 "가볍게 붙인 제목이 다르게 읽힐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작품은 지방대 통폐합, 장애인 이동권, 성소수자 서사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들을 품고 있지만, 제작진은 이를 메시지 전달의 방식으로 소비되길 원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아무 메시지도 안 받아도 되는 작품이길 바랐다"며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 역시 "여성이 여섯 명인 내각을 보고 특별한 의중을 찾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다"며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상황이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조는 배우 캐스팅과 연출에서도 이어졌다. 김요한과 황보름별에 대해 한인미 감독은 "김요한은 대본에 없는 동선과 표정, 동작까지 여러 안을 준비해오는 배우"라며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평가했다. 황보름별에 대해서는 "망가지는 데 두려움이 없고, 여성 시청자들이 응원할 수밖에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윤성호 감독은 "데뷔 초 주연을 맡긴 배우들이 이후 크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며 "김요한과 황보름별 역시 지금 이 시기에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배우에 대해 "무조건 되는 배우"라고 단언했다.
윤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짐작이 가면 안 보는 마음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래도 이 작품은 네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 거다. 보법이 다르다. 조금만 버텨달라"고 전했다. 한인미 감독은 "로코를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그 실험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완성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경쾌한 로맨스를 빌려, 로맨틱 코미디가 쉽게 다루지 않던 영역으로 들어간 '제4차 사랑혁명'. 이 작품은 끝까지 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진입 장벽 자체가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으로 남는다.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작품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제4차 사랑혁명'이다. 모태솔로 공대생 주연산과 백만 인플루언서 강민학의 오류 가득한 팀플과 대환장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언뜻 보면 넘어져도 울지 않는 캔디와 백마 탄 왕자가 캠퍼스에서 사랑을 완성해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4차 사랑혁명'은 시청자가 방심할 때마다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며 묘한 감상을 남긴다. 으레 누구나 짐작할 법한 안전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의도적으로 벗어나고, 여성과 여성의 관계, 지방 캠퍼스의 현실, 쉽게 경쾌해질 수 없는 소재들을 곳곳에 심어 끝까지 밀어붙인다. 윤성호, 한인미 감독은 "언뜻 보면 오해하기 쉽지만, 끝까지 봤을 때 전혀 다른 작품으로 읽히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 "이제 시작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제4차 사랑혁명은 회차를 나눠 순차 공개했기에 초반 성적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이제 16편 모두가 공개됐으니, 완주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감독들의 판단이다. 윤성호 감독은 "시청자 입장에서 전편이 다 나와 있지 않으면 안 보는 작품"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16편이 모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이 소비의 전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언뜻 봤을 때와 끝까지 봤을 때의 기대와 감상이 전혀 다르게 읽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인미 감독 역시 "시청자로서도 다 나와야 본다"며 "전편 공개가 끝난 시점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든 공이 이제야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로코의 공식을 빌려 뱉은 로코 금기어
'제4차 사랑혁명'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익숙한 공식에 안주하지 않는다. 윤성호 감독은 "공식을 따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입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반부에는 어느 정도 알려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등장하고,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러나 제작진은 흔히 기대되는 알콩달콩한 이야기 대신, 젊고 촉망받는 인물들이 지닌 다양한 서사에 집중했다.
윤 감독은 "전형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아까운 자원들이 너무 많았다"며 "전형성을 유지하되, 또 다른 이야기를 경쾌하게 하자는 데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코스요리에 비유했다. 한 접시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할 수 있지만, 차례대로 끝까지 봤을 때 의도가 드러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공식 깨기는 관계 설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극 중 동원과 유리의 서사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흔히 로코에서 남녀 주인공에게 적용되는 공식을 여성과 여성의 관계로 옮겨온 형태다. 윤 감독은 "혐관으로 시작하는 로코 공식은 익숙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주인공에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여성과 여성의 관계에 적용했고, 감추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퀴어 팬을 겨냥한 복선 구축, 이른바 허위매물이라는 오해도 나왔다. 그러나 전개가 이어질수록 반응은 달라졌다. 윤 감독은 "이렇게 진하게 갈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허위매물이 아니라서 고맙다는 시청자들의 말이 인상 깊었다"며 "그 반응이 무엇보다 감사했다"고 전했다.
◆ BL 대신 GL, 그리고 '혁명'이라는 제목이 갖게 된 의미
흥행 공식만 놓고 보면 다른 선택도 가능했다. BL은 이미 검증된 시장이고, GL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BL 대신 GL을 택했다. 윤성호 감독은 "우리 예산과 조건에서는 오히려 보법이 다른 선택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뻔하고 쉬운 길을 가는 순간 이 작품의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인미 감독은 제작 초기 가장 걱정했던 지점으로 이야기를 걷어내자는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성소수자 서사를 줄이자는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먼저 걱정했다"며 "하지만 함께한 기성 제작자들 누구도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익성보다 이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에 공감해줬다"고 밝혔다.
제목에 포함된 혁명이라는 단어 역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윤 감독은 "출발점은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고 설명했다. IT, 컴퓨터공학과라는 배경을 해학적으로 비틀다 보니 사랑혁명이라는 표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공개 시점은 우연히도 계엄, 탄핵 정국, 대선 국면, 집회 등 정치적 사건들과 겹쳤고, 제목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레이어를 얻게 됐다. 한인미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체감했다"며 "가볍게 붙인 제목이 다르게 읽힐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작품은 지방대 통폐합, 장애인 이동권, 성소수자 서사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들을 품고 있지만, 제작진은 이를 메시지 전달의 방식으로 소비되길 원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아무 메시지도 안 받아도 되는 작품이길 바랐다"며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 역시 "여성이 여섯 명인 내각을 보고 특별한 의중을 찾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다"며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상황이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조는 배우 캐스팅과 연출에서도 이어졌다. 김요한과 황보름별에 대해 한인미 감독은 "김요한은 대본에 없는 동선과 표정, 동작까지 여러 안을 준비해오는 배우"라며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평가했다. 황보름별에 대해서는 "망가지는 데 두려움이 없고, 여성 시청자들이 응원할 수밖에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윤성호 감독은 "데뷔 초 주연을 맡긴 배우들이 이후 크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며 "김요한과 황보름별 역시 지금 이 시기에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배우에 대해 "무조건 되는 배우"라고 단언했다.
윤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짐작이 가면 안 보는 마음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래도 이 작품은 네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 거다. 보법이 다르다. 조금만 버텨달라"고 전했다. 한인미 감독은 "로코를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그 실험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완성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경쾌한 로맨스를 빌려, 로맨틱 코미디가 쉽게 다루지 않던 영역으로 들어간 '제4차 사랑혁명'. 이 작품은 끝까지 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진입 장벽 자체가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으로 남는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스토리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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