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준 CP의 무서운 감이 또 통한 듯한 모양새다. 오죽하면 프로그램의 유일한 아쉬움이 플랫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저스트 메이크업'이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K-뷰티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치열하게 맞붙는 초대형 메이크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싱어게인' '크라임씬' 등을 대성공시킨 스튜디오 슬램 윤현준 대표가 기획을 맡고 이효리가 MC를 맡아 첫 방송 전부터 '치트키'라는 평가를 받았다.
운이 반복되면 실력이라 했던가. 흥행불패 윤현준의 감이 또다시 통했다.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한 '흑백요리사'의 틀에 메이크업이라는 소재를 끼워넣은 듯한 느낌인데 서로가 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흑백요리사'와 '저스트 메이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심사위원의 수가 둘에서 넷으로 늘었다는 점. 그리고 이 부분이 '저스트 메이크업'의 비장의 한 수로 작용한다.
메이크업이라는 소재는 비교적 요리보다 대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삶을 살아가며 음식은 모두가 먹고 살아가지만 메이크업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 평소 메이크업과 맞닿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용어나 기구, 참가자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장벽을 '저스트 메이크업'은 전문성과 섬세한 설명으로 넘어선다. 참가자 하나하나의 결과물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뜯어보고 분석하고 곱씹으며 왜 이 메이크업이 타 참가자의 것보다 나은 것인지, 왜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는지 세세하게 들려주고 논의하며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평소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던 이라도 '흑백요리사' 속 화려한 요리 기술을 관람하듯 참가자들의 퍼포먼스에 매혹되어 가고, 이들의 디테일에 주목하게 된다.
무려 60인의 참가자가 1라운드에 임한 만큼 진행 속도가 조금 더딜 수도 있었지만, '저스트 메이크업'은 이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했다. 모든 참가자들을 조명하되, 최대한 리플레이를 걷어내고 심사위원의 평가도 담백하게 담아내며 지루함을 최대한 줄였다. 참가자 개개인의 분량이 적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2라운드부턴 이전 라운드 참가자의 절반인 30인이 경연을 펼치는 만큼, 스토리와 드라마가 있는 전개를 기대해 볼법한 상황이다.
'흑백요리사' 당시 문제가 됐던 공정성 부분 역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흑백요리사' 땐 언어, 팀 선별, 심사 순서, 재료 수급 등의 이슈로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는데, 이번엔 메이크업을 입힐 모델을 랜덤으로 뽑거나, 1대1 대결에 있어선 쌍둥이 모델을 15쌍 섭외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균형이 맞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 했다. 심지어 블라인드 심사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공정에 공정을 더했다. 노력만으로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의 탄생이다. 재미, 공정성, 전개 속도,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흑백요리사' 때와 비교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힘입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누리꾼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건 방송 플랫폼. 국내에선 쿠팡플레이를 통해, 해외에선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지만, 양 플랫폼 모두 MAU(월간사용자수)가 넷플릭스에 못 미치다 보니 접근성이 아쉽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것. 과연 소재의 벽을 넘은 '저스트 메이크업'이 이번엔 플랫폼의 벽도 넘어서며 '흑백요리사'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