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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대세배우 염혜란 "봉준호가 불러냈고, 박찬욱이 믿어줬다" [영화人]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예술가적 기질과 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라'를 연기한 염혜란. 그는 남편 '범모'(이성민)를 향한 애정과 실망, 과거의 그리움과 냉혹한 현실을 오가는 복합적 감정을 담아냈다. '폭싹 속았수다', '마스크걸'로 2년 연속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연극으로 시작했던 염혜란은 이제 시리즈와 영화를 넘나들며 그야말로 대세 배우에 등극했다. 그는 매체 연기에 대해 여전히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하며 "무대 연기는 풀샷밖에 없으니까 무대 언어에 익숙하다. 어떤 관객은 저를 클로즈업해서 보실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풀샷의 연기에 집중할수 밖에 없는게 무대연기다. 그런데 카메라는 클로즈업이 많고 영상 언어라는 게 있다. 그 언어를 제가 잘 이용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클로즈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늘 고민된다. 아쉽고, 언제쯤 더 자연스러워질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또 카메라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더라. 지금은 영상 연기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봉준호 감독님과는 '살인의 추억'으로 아주 짧게 작업했지만, 그 한 번의 기회가 저를 세상 밖으로 불러낸 계기였다. 봉감독님이 픽해 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저 같은 배우에게는 큰 전환점이었다. 그 뒤로 제가 다른 작품들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은 또 다른 의미라고 했다. "이번엔 박찬욱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셨다. 봉준호 감독님이 저를 세상에 불러내 주셨다면, 박찬욱 감독님은 저의 새로운 모습을 믿고 맡겨 주신 거다. 두 분 다 스태프와의 소통 방식이 민주적이고 굉장히 열려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존경을 받으며 오래 작업을 이어가시는 게 이해가 됐다. 이렇게 두 거장과 모두 인연을 맺었다는 게 저로선 정말 귀한 기회다"고 강조했다.

봉준호, 박찬욱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단한 감독들이 선택한 배우이니 대세가 아니냐는 말에 염혜란은 "무대 인사에서도 '저 대세 맞습니다' 하고 다닌다"며 웃어 보였다. "박찬욱 감독님, 이 어마어마한 배우님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대세 아닌가. 대세라고 말 안 하는 게 오히려 꼴사납다. 지금 이 기회가 얼마나 특별한 건지 안다"고 덧붙였다.

파격적인 연하남과의 춤 장면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춤을 추는데 정말 두근거리고 떨리더라. 연하남을 연기한 배우도 몸을 엄청 준비했는데 막상 화면에는 그게 짧게 보여서 아쉬웠다. 저만 그 배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자세히 봐서 아쉬웠다. 등 근육이 엄청났다. 짧게 나오지만 뒷모습 연기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더라. 우리 둘 다 맨날 덜덜 떨면서 춤을 연습했는데, 그 긴장감이 다 담기지 않아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원래는 그냥 춤추고 취한 듯 하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한번 안아보면 어때'라고 제안하셔서 실제로 저를 번쩍 안는 장면이 나왔다. 제 체중이 있어서 되겠냐 걱정했지만 상대배우가 많은 노력을 했다."고 회상했다.

노출과 파격적인 이미지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사실 제일 걱정되긴 했다.' 맨날 엄마 역할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저런 영화를 찍었네' 하실까 봐. 그리고 아직도 저를 '폭싹속았수다'의 '광례'로 기억하는 관객이 많은데, 너무 파격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면 어떨까 걱정했다. 하지만 배우가 노출 시기를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잖나. '조금 기다려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작품이 나왔을 때 대중이 어떻게 보실까가 늘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생활을 돌아보며 그는 "한때 제 꿈은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연기만 하는 거였다. 생계 걱정 안 하고 연기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상을 받고 싶다거나 박찬욱 감독님과 꼭 작업하고 싶다는 큰 꿈이 아니라, 소박한 꿈이었다. 그걸 잊고 살았는데,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작품도 하는 걸 보면 내가 과거에 갈망했던 일을 하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늘 아쉽고 후회는 남지만, 차근차근 바람을 이루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재 꾸는 꿈은 늘 '다음 작품'이라고 했다. "지금은 이번 작품을 잘해야지, 다음 작업을 잘해야지, 그게 전부다. 아직도 이미지가 고정화되는 건 두렵다. '광례'로 사랑받았지만 자꾸 어머니 이미지로만 고정되는 건 피하고 싶다. 아직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수 있는 시기니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 딸은 아직 어려서 이번 작품은 못 봤다. 성인들이 봐야 조금 이해가 될 수 있는 영화다. 언젠가 성인이 되면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제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영광스러운 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어쩔 수가 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믿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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