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학을 향한 상연의 감정은 과연 사랑일까 집착일까?"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이 논쟁은, 상연으로 살아온 박지현마저 흔들리게 한 물음이었다.
박지현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모처의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모든 시간들을 담은 이야기.
상연에게 '상학'이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친오빠의 이름이 천상학이었고,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네준 건 '오맹달'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김상학이었다. 뒤늦게 오빠의 진실을 알고 무너져내린 상연을 일으켜 세운 존재 역시 김상학. 이렇듯 상학은 상연에게 있어 '사랑' 그 이상의 존재였다.
이런 감정 탓에 은중과 상연은 두 상학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갈등을 겪는다. 서로가 자신의 오빠를 빼앗겼다며, 자신의 연인을 빼앗겼다며 질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연은 상학에게 지독히 집착하며 어느새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사랑을 찾으려 노력한다.
상연을 연기한 박지현은 이런 상연의 속내를 어떻게 해석하려 했을까. 그는 "상연이는 결핍이 있는 친구라 생각한다. 그래서 유년 시절에 오빠 천상학과 엄마 윤현숙에게 느끼지 못한 사랑을 김상학에게 원했던 게 아닐까 싶다. 상학이는 상연이가 살아갈 수 있게끔 동아줄을 내려준 사람이지 않냐. 대사처럼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상연이의 마음은 불타 없어졌을 수도 있는데, 상학이라는 존재는 상연의 삶을 유지시켜준 단 하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유일한 끈에 집착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상연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그를 구해준 건 은중도, 엄마도 아닌 상학이었어요. 그 사람을 통해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고, 자신이 잃어버린 친오빠와 겹쳐 보이며 사랑이 싹튼 게 아닐까 싶었어요. 누구나에게 첫사랑은 강렬한데, 내 삶의 구세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을 거라 생각해요. 사랑을 줄줄도, 받을 줄도 몰랐던 상연이기에 자신의 목숨과 같은 존재인 상학에게 집착했다고 봐요."
복잡한 속내를 지닌 인물이지만 상연에 스며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밝혔다. 결핍과 외로움이란 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느껴봤을 감정이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분명 상연이가 갖고 있는 과거의 결핍은 굉장히 특수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느끼고 저마다의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보는데, 그게 상연의 입장에선 오해로 인해 더 증폭돼 삐뚤어진 채로 받아들여진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상연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 않았고, 그렇기에 시청자들도 은중과 상연 모두에게 공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이야기 헀다.
한편 지난 12일 공개된 '은중과 상연'은 '사랑의 이해'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을 연출한 조영민 감독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송혜진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공개 2주 차에 170만 시청수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5위에 오르고 전주 대비 드라마 화제성이 74.1% 상승하는 등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