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TV톡] '불꽃야구'가 불 지핀 유튜브 스포츠 예능, 시청자는 왜 야구로 몰렸나

스포츠 예능의 무게추가 축구에서 야구로 옮겨가고 있다. JTBC '뭉쳐야 찬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축구 예능은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최근 화제의 중심은 ‘최강야구’와 ‘불꽃야구’가 차지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축구 예능의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뭉쳐야 찬다'는 종편 예능임에도 평균 2%대, 최고 4.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환산하면 회당 100만~230만 명 시청자가 TV 앞에 앉았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고정 시청층이 있었기에 '스포츠 예능=축구'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판세는 야구 예능 쪽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불꽃야구'는 방송사와의 편성 갈등으로 지상파 진입에 실패하면서 유튜브로 직행했는데, 이 선택이 오히려 반전 카드가 됐다. 라이브 중계는 동시 접속자 20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주요 경기 영상은 100만~300만 회 조회수를 넘기며 폭발적 화제성을 입증했다. 당초 불리한 조건으로 보였던 유튜브 선택이 오히려 MZ세대의 시청 습관과 맞아떨어지며 새로운 시장을 연 셈이다. 지상파 시청률이라는 전통적 잣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내용적 차별성도 뚜렷하다. 축구 예능이 현역 스포츠스타나 비연예인을 기용해 리얼리티를 살렸지만 레전드급 스타가 빠져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야구 예능은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이대호, 박용택, 정근우, 유희관 등 KBO 레전드들을 전면에 내세워 향수와 권위를 동시에 자극했다. 팬들은 단순한 예능을 넘어 자신이 응원했던 스타들의 재현된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경험을 얻는다.

이 같은 흐름은 현실 야구 열기와도 맞닿아 있다. KBO 리그는 2024년 시즌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직관 문화의 부활과 구단별 흥행 경쟁이 활발해진 흐름이 예능 시청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리그 관중 증가세가 예능 소비에도 직결되며, 현장의 응원 열기가 온라인 영상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솔직히 야구 예능은 그냥 예능이 아니라 실제 경기 보는 맛이 있다", "불꽃야구가 유튜브로 간 게 신의 한 수였다"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진다. 반대로 "축구 예능은 이제 좀 지루해졌다"는 아쉬움도 눈에 띈다. 특히 "TV에선 축구, 유튜브에선 야구라는 세대별 소비 패턴이 뚜렷하다"는 분석은 달라진 스포츠 예능의 지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축구 예능은 전통적 TV 시청률 기반에서 안정적 성과를 올렸다면, 야구 예능은 유튜브 실시간 시청과 조회수, 그리고 리그 흥행세까지 더해지며 온라인 파급력을 확보했다. 닐슨코리아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이미 TV보다 모바일·OTT 시청 시간이 더 길고, 스포츠 콘텐츠 역시 실시간 경기보다 하이라이트 클립과 압축본을 더 선호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불꽃야구’처럼 유튜브에서 먼저 흥행한 콘텐츠가 다시 방송사 편성으로 흡수되는 역전 현상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 예능의 중심축이 어디에 머물지는 결국 시청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제 시청자는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판도를 바꾸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스튜디오C1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