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진선규, '애마'서 불쾌할수록 통쾌한 연기로 압도적 존재감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배우 진선규가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영화사 대표 구중호. 번듯한 외형 뒤에 탐욕과 졸렬함을 감춘 인물로, 화려한 영화 산업의 이면을 상징한다. 진선규는 대사를 날것 그대로 내뱉고, 걸음걸이와 손짓, 숨소리까지 계산된 디테일을 더해 캐릭터를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끌어올렸다. 평단은 그의 연기에 대해 "불쾌할수록 통쾌하다"라며, 작품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시청자의 반응도 비슷했다. "러닝타임 내내 분노를 일으킬 만큼 천연덕스럽다", "악역인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불편함이 연기의 설득력으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진선규 특유의 힘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구중호는 위압적이면서도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인물인데, 그 희화화 속에서 오히려 날카로운 풍자가 살아난다.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금세 불편해지고, 그 불편함 속에서 권력자의 민낯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하늬와의 호흡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코믹한 형사 콤비로 생활 밀착형 웃음을 만들어냈다. 당시의 호흡이 동료애에 가까웠다면, '애마'에서는 권력과 욕망이 얽힌 애증의 관계로 진화했다. 이하늬가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굳건히 서 있는 동안, 진선규는 집착과 욕망으로 파고드는 구중호를 실감 나게 그려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시청자들은 "코믹과 정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케미", "웃기면서도 불편하다"는 평을 남기며 두 배우의 변주된 관계성에 주목했다.


진선규의 진가는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변신하면서도 늘 극의 무게추를 잡아낸다는 점이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는 한국계 볼레도르인 '빵식'으로 분해 뽀글파마 머리와 세속적 욕망이 뒤섞인 인물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개성을 각인시켰다. 반면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는 의롭고 기품 넘치는 의병장 '김자령 장군'으로 분해 장엄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생활 코미디부터 정통 시대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그는 각기 다른 인물을 그 시대의 공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아마존 활명수'의 빵식, '전란'의 김자령 장군, 그리고 '애마'의 구중호는 서로 닮지 않은 얼굴이지만, 모두 분량과 상관없이 작품 안에서 선명하게 각인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은 배역이라도 기억에 남게 만드는 힘, 중심 인물일 때는 서사의 동력을 쥐는 무게감. 진선규는 이미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작품이 달라지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애마' 속 진선규는 불쾌함을 체화한 연기로 시대의 민낯을 드러내며 커리어에 또 하나의 변신을 더했다. 코믹과 정극을 자유롭게 오가고, 역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그의 스펙트럼은 한국 배우 중에서도 가장 넓고 단단한 축에 속한다. 진선규라는 이름은 이제 어떤 장르, 어떤 시대의 인물과도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배우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