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으로 14년 만에 메가폰을 든 감독 황병국을 만났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
영화 '태양은 없다'의 조감독 출신으로 '나의 결혼 원정기', '특수본'의 연출, '부당거래', '의뢰인', '고령화 가족', '베테랑', '내부자들', '검사외전', '아수라', '서울의 봄'의 조연, 단역, 우정 출연 등 다수 작품에서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황병국 감독이다.
영화 '야당'이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황병국 감독은 여전히 담담하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반 작업을 굉장히 오래 해서 그런지, 아직도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는 오히려 이 영화를 함께 만든 이들을 먼저 떠올린다. "스태프, 배우들, 그리고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홍정인 대표님까지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앞으로 어떻게 이 빚을 갚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4주 차에도 관객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야당'. 그 인기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친다. "제가 만든 영화라 제가 말하기 조심스러운데요. 2021년에 쓴 시나리오인데, 운 좋게 지금 시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야당'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군이 주는 신선함, 빠른 전개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잘 끓인 김치찌개 같다"고 평하며 작품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관람 후기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은 아니라는 그는, 이 같은 평가를 듣고 기분 좋게 웃었다. "관객이 판단하는 부분이니까요. 좋은 댓글이라면 감사하죠."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높은 평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그저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인데, 관객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으로 영화를 봐주시는 것 같아요. 돌 하나하나를 관객들이 쌓아주셔서 탑이 만들어진 느낌이랄까요."라고 말했다.
영화는 오락성과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품고 있다. 한 감독은 이를 의도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이 영화를 정치 영화로 생각하지 않아요. 범죄 오락 액션 영화죠. 다만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는 한번쯤 영화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통쾌한 대사, 현실에선 쉽게 일어나지 않는 정의가 영화에서 구현되며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었다는 평에는 동의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수도 있고 죽일수도 있다'는 대사는 촬영 직전 추가된 것이었다. "촬영 전에 고민고민해서 급하게 만든 거예요. 원래는 없던 대사였죠."
이처럼 정치적 뉘앙스를 담은 대사에 대해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한 반응이 돌아왔다. "왜 용기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영화적으로 필요한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쓸 당시는 2021년이었고, 저는 그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말을 만들었을 뿐이에요."
그의 말처럼 야당은 정치적 메시지를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와 시대를 정조준한다. 그 미묘한 경계 위에서 관객은 웃고, 분노하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저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 한 감독의 진심이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영상 오창종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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