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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허진호 "군대시절 브로마이드 붙여둘 정도로 김희애 팬이었다" [인터뷰M]

영화 '천문' 이후 5년 만의 작품 '보통의 가족'으로 돌아온 허진호 감독을 만났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이름을 남긴 대표작이 있는 허진호 감독은 '더 디너'라는 네덜란드 소설이 원작이고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영화를 만든 유명한 작품 '보통의 가족'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복귀했다.


'보통의 가족'에는 연기 차력쇼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팽팽한 긴장감과 문제의식을 안긴다. 허진호 감독은 "설경구와는 일본에 영화 홍보 작업 때문에 각자 따로 갔다가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었다. 그때 저도 신인감독이었고 설경구도 첫 영화제라 낯설어서 둘이 술을 꽤 많이 마시며 굉장히 친해졌다. 엄청 소통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야 성서가 되었다."며 설경구와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재완이 가지는 다양한 면모 중에서 '자산어보'에서의 설경구의 모습이 일부 느낌이 있었다. 냉철하면서도 거리도 있고 해서 설경구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며 설경구의 어떤 모습이 캐릭터와 어울린다 생각했는지를 설명했다.

장동건과도 여러 번 작업을 해봤다는 허진호 감독은 "재규는 선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장동건이 이렇게 땅에 발을 디딘 연기는 처음이라고 하던데 이 인물은 딱 장동건 같았다. 장동건에게도 다른 걸 보여주려 하지 말고 본인의 모습을 보여달라고만 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허진호 감독이 군대에 갔을 때 내무반에 김희애 브로마이드를 붙여놨었다는 일화를 공개하며 "워낙 좋아하는 배우였다. 내가 영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했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야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며 긴 인연 끝에 겨우 작품을 하게 되 기뻤다고 했다.

또 "김희애가 초반에 레스토랑에서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밖에 나와 장동건과 차를 기다리는 동안 장동건의 팔짱을 끼더라. 이 배우가 이렇게 애교가 많았네 싶더라. 부부끼리 사이가 좋은 행복한 가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쓱 팔짱을 끼는데 너무 매력 있더라"며 이번 작품에서 김희애의 적극적인 리액션이 영화 속 관계나 연출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음을 알렸다.

수현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영화로 봤는데 실제로 만났더니 그늘이 없어 보이고 밝은 사람이더라. 수현이 연기한 캐릭터는 나이 많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 젊은 여자로 호감이 안 가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이 여자만 제일 정상이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그런 느낌을 수현이 제대로 표현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허진호 감독은 "현장에서 이 네 배우가 모여 식사하는 장면이 굉장히 힘든 장면이다. 각자 따로 찍을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이 앉은 상태에서 찍었다. 그렇게 했을 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촬영하다 보면 힘든 날도 있는데 이 배우들은 그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김희애는 연기 경험이 제일 많은 연기자인데도 겸손하더라. 리허설하는데도 현장에서 몰입해서 연기 연습을 하는 걸 나는 처음 봤다. 스태프들이 되려 당황할 정도였는데 신인연기자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하더라. 수현은 굉장히 어려운 현장일 텐데 조금도 졸지 않더라.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김희애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도 많이 리드를 해줬다. 상대방 촬영 때 목소리만 출연하는 것도 많았는데 대충 하는 게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호흡으로 찍더라. 다른 배우의 장면을 찍는데도 막 울고 소리도 크게 지르고. 그러니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장은 처음이었다."며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던 일화들을 공개했다.


허진호 감독은 "김희애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대사 바꾸는 걸 잘 못한다고 해서 저도 되도록 안 바꾸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되는 대사가 있더라. 그런데 화장실 씬에서 '거울을 보세요'라는 대사는 원래 없었는데 김희애가 갑자기 하더라.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며 애드리브 안 하기로 유명한 김희애가 애드리브로 빛을 내준 장면도 언급했다.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이들은 오디션으로 캐스팅했다고. "설경구는 딸을 연기한 배우가 너무 아빠를 안 닮은 것 같다고 '에라 모르겠다' 하더라. 근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며 설경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진호 감독과 멜로 영화를 하고 싶었다는 설경구의 말에 대해 감독은 "멜로를 만든 지 오래됐다. 멜로 장르는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상업적인 힘이 많이 약해진 장르 같다. 대중적인 힘을 어떻게 가져가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좋고 새롭고 다른 게 있어야 보지 않을까"라며 멜로 장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며 "설경구와의 멜로는 좋다. 장동건과 설경구를 데리고 삼각관계멜로도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곤 이내 "아니 둘의 멜로도 괜찮겠다. 안될게 뭐 있겠나"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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