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에서 일명 ‘떡밥춘추’로 불리며 방영 초부터 누님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유승호는 예상보다 훌륭히 극에 녹아들며 드라마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유승호가 연기하는 춘추는 ‘철부지인 줄 알았더니 이놈 보게?!’라는 반전의 묘미가 있는 캐릭터다.비담이 예기치 못한 일을 저지르는 야생마라면 춘추는 어떤 수를 가지고 있을지 그 속을 알 수 없어서 궁금한 문제아다. 물론, 누님들이 춘추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은 미소년 승호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한 춘추가 “나? 김춘추”라며 처음 등장했던 순간, 그의 미색을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와 화려한 무늬의 의복은 장면에 임팩트를 더했다.
의상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사극에서 자칫 포기하게 되는 ‘보는 재미’를 <선덕여왕>이 안고 갈 수 있는 것도 그 시대적 배경이 ‘신라’이기 때문이다. <장희빈>이나 <한명회>라면 어림도 없었을 귀걸이와 반지를 찬 남자를 <선덕여왕>에서는 볼 수 있다(그 정도 크기의 액세서리는 요즘 남자들도 쉬이 도전하지 못한다).
왜 미생과 춘추만 귀걸이를 찰까?
귀걸이와 의상의 컬러톤을 맞춘 미생, 당신은 신라 최고의 패셔니스타.
맘에 드는 여성과의 데이트에서도 귀걸이를 선물하는 귀걸이 마니아 춘추.
<선덕여왕> 의상 총책임자인 이혜란씨에 의하면 ‘미생공은 자녀의 수가 100명이 넘었다’는 기록에 맞춰 최대한 ‘섹슈얼한 바람둥이’ 이미지를 주기 위해 ‘귀걸이’를 찼다고 한다. 말도 못 타고 무술은 젬병이지만 미의식이 뛰어나고 한번 본 여자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미생에게 귀걸이는 딱 맞는 액세서리였다.
그에 반해, 춘추는 캐릭터 설정과 상관 없이 대본 때문에 귀걸이를 차게 된 경우. 문노의 살해 현장에 떨어져 있던 귀걸이의 주인이 ‘춘추’임이 밝혀지는 내용이 대본에 있었기 때문에 초반 의상 설정에 없었던 귀걸이를 차게 되었다고. 양 귀에 차고 있던 귀걸이 중 한쪽이 떨어져 춘추가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후에도 미소년 춘추의 캐릭터에 귀걸이가 의외로 어울려 계속 착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목선과 손 모양까지 품평하며 서로를 ‘영혼의 동반자’로 칭했던 미생과 춘추가 귀걸이까지 세트로 차고 있는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이 신라 최고의 메트로섹슈얼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춘추는 왜 귀걸이를 한쪽만 착용할까?
고증에 의하면 신라시대 남성들이 귀걸이를 착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쪽이 아닌 양쪽에 모두 착용했다고 전해진다. 김춘추도 처음에는 고증을 따랐으나 극중 착용하는 남성용 귀걸이가 워낙 부피가 커서 양 귀에 다 하고 나올 시 연기에 방해가 되고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해 한쪽에만 착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쭈쭈쭈~ 우리 춘추 앞으로 어떤 꼬까옷 입나?
춘추가 처음 등장할 때 입었던 붉은 색의 화려한 의상은 중국풍이 가미된 의상이다. 원단도 문양이 화려한 것을 선택해 수나라에서 돌아오는 ‘공자’의 느낌을 살렸다. 그가 궁 안에서 머리 위에 하고 나오는 것은 ‘조우관’이라고 해서 삼국시대 때부터 귀족들이 머리에 썼던 모자의 형태에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다. 궁 밖에서 하고 나오는 동그란 상투머리는 사복의 가벼운 인상을 위해 거의 장식을 하지 않았다.
19일 방영된 <선덕여왕>에서 춘추는 덕만에게 반하던 행동을 접고 그녀의 그릇으로 들어갔다. 초기에 붉은 색상의 의상을 입었던 것 역시 덕만에 대적하는 춘추의 캐릭터를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춘추의 진면모가 드러날수록 덕만의 지혜로움을 닮은 푸른색 계열의 의상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덕만파’에 입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미색의 옷을 더 자주 입게 될 예정이다. 연노랑, 연핑크, 연두색 등의 꼬까옷을 입은 ‘병아리’ 춘추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하시라.
ETC. 알천도 했다! 귀걸이
전장에서 패하자 죽음을 선택할 만큼 늠름하기가 이를 데 없는 우리의 알천랑도 귀걸이를 했다. 천명공주의 죽음의 억울함을 고하며 단독 낭장결의를 할 때, 비장한 화장과 함께 은색의 귀걸이를 찬 것. 그 시절에도 액세서리는 착장의 완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덕여왕> 방영 초기부터 화랑들의 장신구 색상으로는 ‘은’이 선택되었기 때문에 알천 역시 은귀걸이를 찼다. 왕족인 춘추의 금귀걸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송희 기자 | 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