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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역시 박훈정! 역시 차승원·김선호!…150분 꽉 채운 '폭군'

박훈정 감독이 '폭군'으로 작정하고 돌아왔다. 영화 전문 감독이 각 잡고 시리즈를 만드니 퀄리티는 넘사벽이다. 역시 박훈정 감독이다.


14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연출·극본 박훈정)이 공개된다. 이 작품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범죄 누아르 영화 '신세계'부터 '마녀' 시리즈,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성 누아르 '낙원의 밤'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수위 높은 장르적 쾌감을 선사,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박훈정 감독이 디즈니+와 만나 첫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초인 유전자'라는 점을 보면 박훈정 감독의 '마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앞서 박 감독은 지난달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폭군'은 앞서 보여드렸던 '마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며 "거대한 세계관 안에 '마녀'와 함께 있는 이야기다. '마녀'에 나온 인물들과 반대 지점에 있는 세력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폭군'은 분명 시리즈인데, 시리즈가 맞나 싶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 감독은 총 159분의 러닝타임을 4부작으로 나눴는데, 길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클라이맥스까지 시청자들을 이끌고 간다.

누구 한 명을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먼저 임상 역의 차승원이 그간 예능에서 보여준 능글미를 '폭군'에서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100% 능글한 건 아니다. 액션을 보여줄 땐 각 잡고, 카리스마를 마구 뿜어낸다. 제거해야 하는 적임에도 휴전을 선언, 발을 다쳤다는 이유로 적에게 운전을 대신 시킬 땐 황당하면서도 웃음 짓게 만든다.


최국장 역의 김선호도 차승원 못지않게 능글미를 보이다가도 마지막 남은 '폭군' 샘플과 한 발짝 가까워져 갈 땐 능글미를 벗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샘플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다. 자신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죽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이런 김선호의 서늘한 표정 연기가 '폭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김강우는 깐족거리고 인정이 없이 냉혹하고 모진 추격자 폴 역할을 선보인다. 폴은 그야말로 독하고 치밀한 빌런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김선호와 함께 있을 때 더욱 잘 표현된다. 폴은 미국 정보기관 요원이기도 한데, 한국으로 파견된 미국 요원이기에 영어 대사를 유창하게 선보인다. 거의 욕이 팔 할이지만 그의 영어 대사가 이 작품의 깨알 재미 포인트다.

박훈정 감독은 신인배우 발굴, 특히 신선한 여성 캐릭터 발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감독으로 유명하다. '마녀'에서는 김다미, '마녀 파트2'에선 신시아, '귀공자'의 강태주, 이번 '폭군'에서는 조윤수를 선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채자경 역의 조윤수는 등장부터 파격적이다. 목을 비롯해 몸 곳곳을 뒤덮은 문신, 흡연 연기, 총부터 칼, 심지어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살인을 일삼는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 가져가야 하는 캐릭터라 연기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박훈정 픽(Pick)' 답게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특히 대선배 차승원과의 총기 액션은 '폭군'의 관전포인트. 남의 차를 훔칠 때를 제외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몸싸움, 살인을 저지르는데 차승원은 예외다. 차승원과 잘 싸우다가 갑자기 휴전을 하기도 하고, 그를 대신해 운전까지 한다. 심지어 미국 요원과 마주쳐 싸움 한 판을 벌인 뒤 사라진 차승원을 찾기도. 조윤수는 박훈정 감독을 비롯해 대선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도 자신만의 연기를 마음껏 펼쳐 보인 걸 확인할 수 있다.

빛에 소멸되는 '폭군'이 되어버린 조윤수를 제거하기 위해 김선호는 극장 무대 위 설치된 모든 조명들을 켠다. 이 장면에서 박훈정 감독의 미장센을 확인할 수 있다. 조윤수가 올라간 곳이 마침 무대 위였고, 무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조명. 박 감독은 차승원부터 시작해 김선호, 김강우, 조윤수까지 교차해 비춰주고 긴장감을 조성하며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작품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윤수가 이중인격이라는 설정. 그는 수시로 인격을 바꿔가며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잘 싸우다가 뜬금없이, 조용히 두 사람 분량의 대화를 읊조려 '이 타이밍에 굳이?'라는 의아함을 던진다. 상황에 몰입하다가도 그가 이중인격으로 변하면 몰입이 깨지기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수위 높은 장면들이 대거 나오긴 하지만, '박훈정 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분명 '폭군'을 좋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총 4부작으로 제작된 '폭군'은 14일 디즈니+에서 전편 공개된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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