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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행복의 나라' 참지 말고 터트리자, 분노 유발자를 향한 속시원한 일갈 ★★★☆

▶ 줄거리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정인후’. ‘정인후’는 군인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선고로 형이 확정되는 ‘박태주’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지만,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를 터뜨린다. 사건 발발 30분 전, 정보부장으로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경호원들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박태주’. 그의 행동이 ‘내란의 사전 공모인지, 위압에 의한 명령 복종인지’가 법정의 쟁점으로 떠오른다. ‘정인후’는 ‘박태주’가 빠져나갈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하지만, ‘박태주’는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한다. 한편, 10.26을 계기로 위험한 야욕을 품은 합수단장 ‘전상두’. 그는 자신만만한 ‘정인후’를 조롱하듯 재판을 감청하며,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쪽지를 건네 사실상 재판을 좌지우지하는데… 단 16일간 졸속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이 시작된다!


▶ 비포스크리닝
10.26과 12.12 사이 두 역사적 사건을 관통하는 이야기다. 바로 지난해 겨울과 올 봄까지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이끌었던 '서울의 봄'이 12.12 사태를 다루었는데 폭염이 지배하는 8월 다시 당시의 이야기가 보여진다.
이 영화를 만든 추창민 감독은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로 2012년과 2013년 대한민국 영화계를 흔들어 놨었다. 역사에서 사라졌던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들었던 추창민 감독이기에 이번 '행복의 나라'를 통해 역사 속 다소 부각되지 않았던 박흥주 대령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흥주 대령 역할에 故 이선균 배우가 연기를 했고 공교롭게 그의 유작중 마지막 작품이기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영화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범이지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기에 이선균의 모습이 너무나 겹쳐 보이지 않을까 되려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영화에는 지금 코미디 영화 '파일럿'으로 흥행 질주를 시작한 조정석이 이선균의 변호사로 출연, 전두환을 연상케 하는 인물에 유재명이 캐스팅되었다.
연기적으로나 연출적으로 흠잡을 데는 없을 것이고, 관건은 역사적 사실을 어떤 관점으로 풀어 냈느냐일 것.


▶ 애프터스크리닝
간신히 삭혀 둔 '서울의 봄'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른다. 황정민과 유재명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이병헌이 연기했던 '남산의 부장들'의 면면과 스토리, '서울의 봄'에서의 이성민, 황정민의 역할까지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입에선 육두문자가 사정없이 쏟아진다.
주요 배경은 법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인후(조정석 분)' 변호사에 이입이 된 관객들은 1979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을 한 뒤 서울의 곳곳을 함께 걷고 뛰며 머리에 띠를 두르고 함께 주먹을 불끈 쥐는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대통령을 암살하게 된 일에 휩싸인 '박태주(이선균 분)'는 군인이란 어떤 존재들인지, 군인 정신을 통해 사람이라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군인들에 의해 지배받게 된 상황이지만 '전상두(유재명 분)'과 달리 목숨 대신 군인으로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로 이 영화의 중심을 끌고 간다.
실존 인물이 아닌 가공의 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인 '정인후'는 100% 관객의 마음을 대변해 속 시원하게 욕을 하기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바득바득 대들기도 한다. 이 정도 사이다는 있어줘서 고구마 같던 현실의 이야기에 영화적 통쾌함이 느껴지는 것.
다만 더 많은 욕을 하고 싶은데 영화가 끝나버렸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의 입을 빌어 더 많이 비난하고 욕해주고 싶은데 사건이 끝나버렸다는 게 서운하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서울의 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이 개봉할 당시 이미 이 영화의 편집이 끝났다는 말로 '서울의 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이 영화의 촬영을 한 뒤 몇몇 배우들을 '서울의 봄'에 추천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니 '서울의 봄'에서의 몇몇 배역이 겹치거나 상반된 이미지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흠집이 되지 않을 것.
영화적 이야기와 더불어 이선균에 대한 그리움, 정말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아쉬움은 엄청난 여운으로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영화로 이선균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다.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는 관객이라면, 이선균 배우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관객이라면, 조정석-유재명-이선균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빠져들고 싶은 관객이라면 올여름이 가기 전 '행복의 나라'를 꼭 봐야 할 것.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행복의 나라'는 8월 1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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