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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하이재킹'으로 답 찾아…군대? 가야죠" [인터뷰M]

배우 여진구가 '하이재킹'을 통해 얻은 점을 들려줬다.


여진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나 배 따위를 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여객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리얼타임의 긴박감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담아냈다.

여진구는 극 중 여객기 납치범 용대 역을 맡았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극심한 차별과 괄시를 받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용대는 납북된 일부 사람들이 북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여객기를 납치해 북으로 갈 결심을 한다.

여진구는 지난 2005년 데뷔한 이후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1970년대에 빨갱이라는 누명 아래 차별과 괄시를 받으며 살아온 용대 역을 통해서다. 그는 죽을 각오로 여객기 납치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단순히 악인으로 비칠 수 있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시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여진구는 첫 악역 연기를 해 본 것에 대해 "내가 (악역)을 잘했다 못했다라는 평가는 내리기 어렵더라. 객관적으로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관객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본 뒤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내 연기에 대한 반응은 모르겠지만, 이번 '하이재킹' 현장을 통해 앞으로의 답을 찾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촬영 현장 중에서도 상당히 기억에 남을 현장이고, 앞으로 참고를 많이 할 것 같은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여진구는 한순간도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떠나기 싫은 현장이었다. 하정우 형, 성동일 형, 감독님 등 모든 배우들이 현장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정말 진지하게 작품에 대해 고찰하고, 치밀하게 맞추고, 정말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게끔 작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여진구는 "배우 입장에서는 이미 스스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라며 "배우를 넘어서 이런 영화, 드라마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여진구는 (실존인물)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적당한 선을 지켜나가며 촬영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의 팩트만 가지고 만들었다. 서사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아닌 '정말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를 보여줬다. 용대에 가끔 몰입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용대의 행동이 이해가 되시죠'라고 말하는 느낌은 아니다.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데뷔 이후 줄곧 '하정우가 롤모델'이라고 밝혀 온 여진구는 하정우의 추천으로 '하이재킹'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하)정우 형이 젠틀하게 출연 제안을 해주셨다. tvN 예능 프로그램 '두발로 티켓팅' 촬영지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권유해 주셨다"라며 "어느 정도 설명을 듣고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너무 좋더라. 뉴질랜드에서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 돌아와서 다시 제대로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 후 출연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평생 연기만 하고 살아온 여진구는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지만 극복 후 이젠 무서울 게 하나 없다고 한다. 그는 "슬럼프가 크게 왔었다. (작품) 성적으로도 슬럼프가 있었다.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고, 외면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이어 "스스로 안 좋은 곳으로 끌고 갔다.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해 왔고,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즐겁게 해오던 일인데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욕심과 내 역할을 잘 표현해 내고 싶은 욕심 등이 겹치면서 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진구는 "결과에 집착을 많이 한 편이다.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그게 날 많이 힘들게 했고, 현장이 마치 풀어내야 할 숙제가 가득한 울타리 같은 느낌이 한동안 들었다. 연기가 무섭게 느껴졌고,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시 열심히 연기를 했다. 그 시기에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이 나에게 힘을 줬고, '네가 이 시기를 부딪히지 않고 넘기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인드로 살아보라고 하셨다. 그 말이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아직 입대 전인 여진구는 군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한민국 20대라면 고민을 안 할 순 없지만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고, 가야지 뭐'라는 생각만 든다. 지금까지 (입대를) 미뤘지만 이젠 무서운 것도 없고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또 여진구는 "오히려 군대 갔다 와서 30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난 20살이 되기 전 엄청 힘들 줄 알았는데, 그때 훌륭한 작품,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성장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30대가 더 기대되고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고백했다.


20대 마지막쯤 '하이재킹'을 만났다는 여진구는 "20대 거의 마지막 작품인데, 이 작품을 통해 3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답을 알 수 있었던 현장인 것 같다. 이렇게 30대를 맞이할 줄 몰랐다.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여진구는 같은 시기에 개봉되는 영화 '탈주'에 대해 "아직 '탈주'를 못 봤다"라며 "우리만의 특별한 매력은 아직 모르겠는데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하이재킹' 같은 작품이 오랜만이었다. 볼거리도 있고, CG는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이야기와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라며 "최대한 있었던 일만 표현한 영화고, 담백해서 너무 좋다. 금요일 날 영화 보고 싶은 분은 '하이재킹'을 보셔라. '금요일에 어디 가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우리 작품을 추천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하이재킹'은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제공 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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