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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임영웅시대'…방점 찍은 '2024콘서트' [종합]

마침내 가수 임영웅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미 수치로, 의미로 수차례 '트로트 1위 가수'임을 입증한 그이지만 2024 상암벌을 뒤흔든 이번 콘서트가 방점으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길이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임영웅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이 개최됐다. 양일간 펼쳐진 콘서트에는 약 10만 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기념 스탬프 찍기와 스페이스맨에서 엽서 보내기,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인 히어로 스테이션, 히어로 익스프레스, 히어로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중장년층 팬들을 위한 세심한 길안내와 곳곳에 배치된 의무실과 휠체어 부스,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한 구급차가 깔려있는 광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아쉽게도 이날 상암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꼈다. 비바람 부는 악천후에 임영웅 측은 하늘색 우비를 준비해 팬 '영웅시대'들에게 제공했다. 얄궂은 날씨는 임영웅과 영웅시대의 뜨거운 맞사랑을 막지 못했다. 임영웅은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인사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비가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한다. 축구할 때도 수중전이 가장 재밌다. 축구도 더 잘된다. 아마 오늘 노래도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춤을 더 잘 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추위와 비바람에 지친 팬들을 위로했다.

임영웅은 "나눠드린 우비 잘 받으셨나. 빗물 안 들어가게 꼭 여미고 외투도 입고 추위를 견디시길 바란다. 우리에게 이깟 날씨쯤이야, 우릴 막을 수는 없다"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가 오는 날 한층 더 촉촉해진 감성으로 안전하게만 즐겨주시길 바란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몇십배, 몇백 배 보답해 드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콘서트는 시작 전부터 미담 풍년으로 들썩였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임영웅은 1년 이상을 준비했다. 그라운드 바깥에 잔디를 침범하지 않는 돌출 무대를 설치했으며 그라운드에는 관객을 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조금 보태자면,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는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가수들의 콘서트는 티켓값으로 대부분 충당된다. 잔디 구간을 좌석으로 채우면 그만큼 임영웅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고 공익을 택한 것. 연습 과정 중 미담도 흘러나왔다. 임영웅과 관계자들이 연습을 위해 자택 주변 이웃들에게 선물을 돌리며 양해를 구한 미담이 시작 전부터 전파되어 기대감을 높이기도 한 것.

임영웅은 "오늘 컨디션이 좀 좋다. 잔디에서 몸을 푼다고 축구도 좀 했다. 드디어 2024 콘서트 둘째 날이 밝았다. 1년 넘게 준비했다. 2번만 하고 끝난다니 정말 아쉽다. 내 모든 걸 갈아 넣었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고민일 정도다. 여러분 의견을 여쭙고자 한다"고 물었다.

이에 영웅시대는 탄식과 장난 섞인 야유를 내뱉었다. 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뜻의 '피켓팅'으로 악명(?) 높은 임영웅 콘서트. 좌석이 항상 부족해 "임영웅은 주제 파악을 하고 호남평야에서 공연하라"는 볼맨소리가 항상 이어져왔기 때문. 임영웅은 "아무거나 해도 된다고? 그러면 왜 그렇게 좁은 곳에서 했냐고 뭐라고 하실 거면서"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보다 더 큰 공연장에서 한다고 가득 찰지 모르겠다. 과연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펼쳐보도록 하겠다. 어딜 가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임영웅은 악천후를 비웃듯 노래 '무지개'로 포문을 열었다. 잔디 구간은 댄서들의 군무 무대로 활용됐다. 응원단장 복장을 한 임영웅 주변으로 응원단 댄서들이 줄을 맞춰 초대형 군무를 보여줘 장관을 이뤄냈다. 마치 88올림픽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이후 '런던보이'가 흘러나왔고, 임영웅은 칼각 안무를 선보였고, 댄서 립제이가 등장해 보깅 댄스로 수준을 높였다.

임영웅의 콘서트는 단순한 팬심으로 뭉친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다. 임영웅은 "너무 울컥한다. 울음 참느라 혼났다. 티가 안 나서 다행이다. 어제보다 더 신나게 뛰어놀아보도록 하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지금 바로 앞, 뒤, 좌, 우 영웅시대와 인사 나눠보는 시간 가져보길 바란다. 티켓팅이 어려워 지인과 따로 앉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의 요청에 영웅시대 팬들은 사방에 앉은 사람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미소를 머금었다. 임영웅은 만족한 듯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시끄럽게 노래하고 자리 안에서 신나게 춤추며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축제 문화를 즐기기 바라는 마음에 내놓은 임영웅의 아이디어였을 터.

공연 중에도 임영웅의 팬들을 위한 배려는 돋보였다. 상암벌은 국대에서 손꼽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연장이다. 당연히 2층에 자리한 팬들은 임영웅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기엔 무리가 따르는 상황. 임영웅 측은 이를 고려해 초대형 스크린을 마련했지만, 팬들의 무한한 갈증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이에 임영웅은 "우리 공연장이 너무 넓어 팬 여러분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겠더라. 특히 2층에 여러분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내가 직접 갈 예정"이라며 공연장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던 열기구를 가리켰다. 임영웅은 "절대 일어나시면 안 된다. 위험하다.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해주셔야 한다. 영웅이가 직접 가겠다"며 열기구에 올라탔다.


해당 기구는 하늘 높이 올라 2층 좌석 앞까지 다가갔고, 팬들은 열광했다. 임영웅은 3곡을 연달아 열창하며 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쳐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사방의 2층 팬들과 교감을 마친 임영웅은 다시 무대로 돌아와 "다리가 좀 후들거린다. 열기구가 정말 안전하게 잘 만들어졌다. 여러분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기는 느낌이라 쉽지는 않았다"며 "놀란 가슴 진정시킬 노래 한곡 부르고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가수 임영웅 아닌, 배우 임영웅의 매력도 엿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임영웅이 초고 작업을 한 '온기'의 뮤직비디오 단편 영화가 공개된 것. 그는 상영이 끝나자 "배우 임영웅으로 인사드린다. 인생 처음으로 찍은 단편 영화 '온기'다. 사흘 밤을 새워가며 찍었다"며 "예전부터 이런 단편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혼자 생각해 왔다. 휴가 중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물론, 감독님께서 내용을 모두 바꿨지만 참 재밌는 도전이었다"고 비화를 밝혔다.

이렇듯 규모, 배려, 팬서비스까지 손색없는 축제를 완성한 임영웅. 그의 말대로 '이깟 날씨' 따위는 막을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준비성이 빛나는 공연이 펼쳐졌다. 한편, 이날 임영웅은 '무지개'를 시작으로 '런던보이' '보금자리'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바램' '온기' '모래 알갱이'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A bientot' 'Do or Die' 'Home' 'HERO'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를 셋리스트로 준비해 무대를 다채롭게 꾸몄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 DB | 사진출처 물고기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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