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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기생수: 더 그레이'로 이름값 회복 [인터뷰M]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 더 그레이'로 다시 한번 K-장르물 대가임을 확실시했다.


연상호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극본 연상호 류용재, 연출 연상호)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 '방법' '지옥' '돼지의 왕' '괴이' '선산' 등으로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해 온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확장했다. 연상호 감독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이야기들이 전부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이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이 있는 작품의 세계관을 토대로 확장시켜서만들어 나갔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팬들도 만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연 감독은 "일본에서 '기생수'는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다. 원작이 일본에서 2000만 부가 팔린 작품이다 보니까 이 국가에서 우리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했고 걱정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이 작품은 완벽히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원작의 스핀오프다. 일본 분들은 원작의 세계관까지 인정하는 부분이라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요소는 대부분 원작에 있었던 것"이라며 "눈곱만큼이라도 나왔던 걸 다시 만들려고 했다. 수인과 하이디의 설정은 일본 원작에서 미기(기생생물)와 이즈미 신이치가 갖고 있는 설정을 극대화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OTT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글로벌 순위 1위에 올랐다. 공개되자마자 정상에 오른 것에 대해 연 감독은 "나도 작품 올라오고 SNS나 각종 리뷰를 찾아보면 전 작품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대가 되기도 했다"라며 "잘 시작한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삼체'가 부담스러웠다. '삼체'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줘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응이 좋고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원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다른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연상호 감독은 "원작의 내용을 한국화 그러니까 현지화 시킨 작품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니까 원작과 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수인과 하이디의 관계가 극적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길 바랐고, 직접 대화를 못 하게 만들었다. 성격도 전혀 다르다"라고 했다.


마지막 엔딩은 일본 유명 배우 스다 마사키가 장식했다. 이와 관련해 연 감독은 "마지막 엔딩 장면은 전체 내용의 8년 후라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스다 마사키가 연기한 원작 주인공 신이치는 고등학생에서 20대 후반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 한국, 일본 세계관이 합쳐지는 거냐"는 물음에 연상호 감독은 "시즌2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가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시 스다 마사키랑 얘기할 땐 시즌2 내용에 대한 구상은 있었다"며 "'어느 시점에 만나러 올 것'이라는 얘기만 나눴다. 그 부분에 대한 시나리오는 스다 마사키한테 구두로만 말했고, 이정현한테는 시나리오 보여준 기억이 있다"라고 했다.

한국에서 스다 마사키는 모델 겸 배우 고마츠 나나의 남편,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을 폄하한 인물로 유명하다. 앞서 스다 마사키는 지난 2022년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혐한 배우로 각인된 그를 '기생수: 더 그레이'에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연상호 감독은 "나는 그걸 전혀 몰랐다.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렇고 스다 마사키도 그렇고 영화감독이자 배우 양익준과 친하다. 두 사람은 영화 '아, 황야' 시리즈에 출연해 호흡한 적 있다. 양익준 보려고 이 영화를 봤는데 나중에는 스다 마사키에 시선이 가더라. 그의 연기를 보고 '되게 좋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스다 마사키의 작품을 더 찾아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다 마사키 출연 분량이 되게 짧은데 현장이 너무 궁금하다고 해서 촬영 전날에 미리 한국에 들어와 촬영장을 구경했다. 현장 구경 끝나고 양익준이랑 맥주집에서 떡볶이 시켜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되게 소탈하고 좋은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라고덧붙였다. 또 연 감독은 "아내 고마츠 나나랑 한국의 치킨무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더라. 일본에서는 치킨무를 안 팔아서 직접 식초에 담가서 먹는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원작 만화 '기생수'가 말하고자 했던 '공존'이라는 주제를 '기생수:더 그레이'에도 담고 싶었다고. 연상호 감독은 "내가 생각한 포인트는 공존과 공생이었다. 모든 생물은 모두 기생하며 살아가지 않나. 의지라는 단어로 기생이라는 단어를 바꿀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췄고 수인이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걸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관점을 잘 보여드리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VFX(Visual Effects, 영상제작기법 중 컴퓨터 그래픽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법) 기술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기생생물을 구현해 냈다. 철저한 설계와 완벽한 협업으로 완성되긴 했으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연상호 감독은 "테스트 촬영도 하고 정교하지는 않지만 CG팀이 가합성도 하고 배우들과 스태프와 즉각 공유하면서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사전 작업을 많이 했다. 사전에 많이 준비해서 어려움은 없었다. 또 미리 준비를 하니까 현장에서 대충 '엥~'만 말해도 다 진행된다"라며 "실사화됐을 때 가장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라고 고백했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지옥 시즌2'다. 이와 관련해서는 "거의 후반 마무리 작업 중이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며 "흥행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지옥'이라는 세계관을 좋아하는 분들은 더욱 좋아하실 거다. '지옥 시즌1'을 안 본 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총 6부작으로 제작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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