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이병헌 감독 "배우·스태프 모두 불안했지만 겉으로 티 안 내" [인터뷰M]

'닭강정' 이병헌 감독이 "불안하지만 다들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며 촬영 당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병헌 감독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극강 병맛 웹툰'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다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이병헌 감독은 "장르가 황당한 코미디다 보니까 가볍게 보일 수 있다"며 "만드는 우리는 더 조마조마했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 모두 '불안감에 말리면 죽는다, 쫄지 말자'라는 마음이었다. 다들 살짝 불안해했지만 누구도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농담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늘 진지했다"라고 전했다.

이병헌 감독은 선만 역에 류승룡, 백중 역에 안재홍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그는 "이야기 장르를 떠나서 류승룡, 안재홍은 처음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었다. 코믹과 생활 연기를 잘하는 배우 아니냐. 여기에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도 높아서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원작도 그렇고 배우들이 재밌게 봐줬다"라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의 페르소나 류승룡과 안재홍 외에도 배우 김유정, 모델 겸 배우 정호연 등이 '닭강정'을 빛냈다. 먼저 김유정에 대해 이 감독은 "김유정과 처음 작업을 해본 건데 베테랑 선배님 포스가 나더라. 선배님이 현장에 오시면 스태프들은 조금 불편해할 수 있는데 난 그런 게 너무 좋더라. 알아서 뚝딱뚝딱 잘해주더라. 이 작품, 캐릭터가 쉽진 않았을 건데 카메라 앞에서 금방 해내고 오는 게 너무 좋았고, 선배 같다고 느껴지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호연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해외 반응을 위한 캐스팅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됐는데 나도 정호연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경험도 많지 않고, 코믹 연기를 해본 적도 없을 텐데 너무 잘해줬다.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과 작업을 하면 난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필요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그렇게 많은 대사량이나 코미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준비를 엄청 많이 했다고 하더라. 대사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리듬감 있게 잘 해줬다"고 덧붙였다.

'말맛의 대가'로 통하는 이병헌 감독은 "내가 쓴 대사에 말장난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난 말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쓰진 않는다. 난 대본을 쓸 때 무조건 첫 페이지부터 60페이지까지 쓰고, 잠시 멈춘 뒤 첫 페이지부터 60페이지까지 다시 천천히 읽어본다. 괜찮으면 61페이지부터 끝까지 써 나간다. 많이 읽으면서 걷어내는 수정 작업을 거치는데, 따지고 보면 다 필요한 대사들이라고 생각하고 쓴다"라고 설명했다.

'닭강정'을 무사히 전 세계에 내보낸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와 의기투합한 '다 이루어질지니'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워낙 초반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김은숙 작가님은 치밀하게 글을 쓰는 작가분이시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작품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며 "김은숙 작가님 대본을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병헌 감독은 "병맛 코미디 웹툰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때 한번 해보고 싶은 도전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걸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걸 보고 너무 잘 어울렸고, 처음 들었던 우려들이 싹 다 가시는 느낌이었다.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들의 용기가 정말 대단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닭강정'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