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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버텨라! 내 거를 하다보면 세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인터뷰M]

영화 '도그데이즈'로 '미나리' 이후 처음으로 국내 영화에 복귀한 배우 윤여정을 만났다. 윤여정은 2021년 '미나리'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글로벌 OTT를 통해 근현대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파친코'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윤여정 신드롬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윤여정이 지난번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국내에서도 장년배우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아카데미상의 결실이 아니겠냐는 말에 그는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조금씩 변하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내가 상을 받아서 우리 영화나 '소풍' 같은 영화가 나온 건 이라 생각한다. 장수 시대가 되었다. 노인을 주제로 하는 영화도 이제 많이 나오는데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시각을 밝혔다.

아카데미에서의 수상을 "불가사의한 일. 일종의 사고"라고 표현하는 윤여정은 "봉준호가 먼저 문을 두드렸고 그즈음에 모든 운이 맞춰져서 정말 운이 좋아서 탄 상이다. 당시 팬데믹, 아시안 혐오 등 모든 게 맞춰서 불가사의하게 받게 된 것이다. 신기했다."라며 자신의 수상이 사회적 분위기 덕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저는 데뷔작 '화녀'로 청룡영화에서 주연상을 탔다. 그때 이미 '세상이 내 거구나. 나는 정말 연기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상이라는 게 주는 허망함과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고 그걸 너무 잘 아는 나이에 아카데미 상을 받아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기쁜 사고라 생각하고 내 일상을 살 수 있다."라며 이번 수상이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윤여정은 떡잎부터 남달랐던 배우였다. 데뷔작부터 주연상을 꿰차더니 장년이 되어서도 그녀의 연기력을 녹슬지 않고 더욱 빛나 배우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까지 수상하게 된 것 아닌가. 유머러스하기로 소문난 윤여정은 자신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대해 "박찬욱 감독이 나더러 "'미나리'에서 하는 연기는 자다가도 할 수 있는 연기 아니에요? 그걸로 왜 상을 주지?"라고 하더라. 그전에 좋았던 작품과 연기도 많았는데 왜 그걸로 주냐는 말이었는데 저는 그 말도 일종의 칭찬이라 본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하며 별거 아닌 연기로 상을 받았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최근 '미나리'에서 사위로 함께 연기한 스티븐연이 에미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윤여정은 "축하 문자도 보냈다. 그때는 우리가 다 소중했다. 당시에도 스티븐연은 '워킹데드'로 유명했는데 한국 사람이라는 것과 어렵게 찍어서인지 굉장히 끈끈한 사이다."라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 아시아를 떠나 세계 무대에서 연기로 한국인이 상을 받는 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진 세상이다. 그렇기에 윤여정의 성과에 자극을 받아 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그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달라고 하니 윤여정은 "버텨라"는 한 마디를 했다. "인생은 버티는 것이다. 내가 각광받기 시작한 게 2~3년 밖에 안 됐다. 그전에는 너무 힘들게 살았고 버텨서 살아남은 것뿐이다. 인생이 그런데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 내 거를 하다 보면 세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세계를 향해 계획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가더냐. 그냥 내 거만 열심히 하며 버티면 된다."라며 진심 어린 말을 했다.

매번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생각을 밝히는 윤여정은 "난 많이 솔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솔직함은 무례할 수 있더라. 경계를 잘 타야 하는데 품위 있게 늙으려고 하다 보니 솔직함이 자랑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은 복잡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직하려 한다. 또 나보고 유머러스하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너무 어렵고 힘들고 더럽게 살아와서다. 사는 건 더럽고 힘들다. (위생적으로 더럽다는 건 아니다. 난 엄청 깔끔한 사람)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있지 않나.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힘들게 살아왔기에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즐겁게 살자고 하는 말, 그래서 내 농담이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언변임을 이야기했다.

영화계 어른으로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인물로서 힘든 지금의 영화계가 어떻게 되면 좋겠냐고 물으니 그는 "세계적으로 영화계가 힘들다고 한다. 극장에 많이 안 가는 시대다. 큰 제작비가 드는 영화를 만들면 본전도 못 찾게 된다. 그러니 작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손익만 맞춰 감독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작고 다양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윤여정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그는 "글쎄. 내 첫 번째 화양연화였던 시절은 아마도 데뷔작으로 청룡영화주연상을 받았던 때가 아닐까. 세상을 다 가졌던 시절이었다. 그 다름부터는 그런 착각에 안 빠진다. 아카데미 상을 받았지만 그건 행복한 사고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감사하지 않고 명예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해야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두 번째 화양연화는 죽을 때쯤에야 생각날 것 같다."라며 짧고 간결하게 배우 인생을 돌아봤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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