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는 신예를 발굴하고, 그 신예를 영화계 보물로 키워내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에서 이번에도 1980:1의 치열한 경쟁률과 3차 이상의 오디션 끝에 선택을 받아 영화 '귀공자'에서 '마르코'를 연기한 배우 강태주를 만났다.
강태주가 연기한 '마르코'는 필리핀에서 병든 어머니와 지내며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기 권투를 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평생 본 적이 없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무작정 한국으로 향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문도 모른 채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와 한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역할이었던 '마르코'의 비주얼을 위해 5kg을 감량하며 애처로운 모습을 보였던 강태주는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웨이트트레이닝과 수영 정도만 했었다. 그런데 복싱 선수의 몸을 만들려고 오히려 살도 빼고 근육의 사이즈를 줄이며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라며 마른듯한 체형이지만 다부진 몸을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병든 엄마를 돌보는 애틋함이 있었던 '마르코'와 강태주 사이에 어떤 점이 비슷하냐는 질문에 그는 "순수한 마음이 닮았다. 가족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사랑하고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 외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피부가 하얀 편인데 코피노를 표현하기 위해 분장의 힘도 많이 받고 태닝도 많이 했다. 기본적인 태도도 많이 달랐다."라며 "감독님이 앉아 있는 자세가 모범생 같다고 지적도 많이 하셨다. 뭔가 불만이 있고 삶이 지치고 힘든 캐릭터의 사소한 생활적인 모습의 디테일을 표현해야 하는 게 힘들더라."라며 너무 반듯한 모습을 갖고 있어서 지적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귀공자'에게 쫓기는 '마르코'였기에 '귀공자'를 연기한 김선호와의 호흡은 각별했다고. 그는 "내 편인지 적인지 모르겠고, 왜 쫓아오는지 대답도 안 해주는 게 무서웠다. 김선호는 혼란과 무서움을 안겨줬다."라며 김선호와의 연기 소감을 밝히며 "항상 현장에서 유쾌하고 밝게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저를 이끌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배우로서 감독님께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도 김선호를 보며 많이 배웠다. 센스나 순발력은 김선호를 따라갈 수가 없겠더라"라며 김선호를 통해 배웠던 점을 밝혔다.
사실 작품 속에서 '마르코'는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쫓김을 당한다. 김선호가 연기한 '귀공자' 뿐 아니라 김강우가 연기한 '한 이사', 고아라가 연기한 '윤주'도 '마르코'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김강우에게는 압도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야수에게 먹힌 먹잇감이 이런 심정일까 싶게 압도되는 힘에 스스로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라고 김강우의 연기를 이야기하는 강태주는 "영화 내내 혼란스럽고, 모르는 나라에서 이유도 모른 채 쫓기면서 하나씩 진실을 마주하게 될 때의 충격과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마르코'의 과제였다."라며 이번 영화에서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데뷔작이라 큰 만족을 할 수 없었지만 강태주는 "큰 스크린으로 보니 잘하고 못하는 게 더 크게 보이더라. '귀공자' 앞에서 '마르코'가 갑자기 약한 소년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의 제 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그 외에는 더 거친 모습, 매서운 눈빛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라며 스크린 첫 도전의 결과물을 자평했다.
매 작품마다 초대박 배우로 성장할 신인을 발굴하는 박훈정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그는 "누아르 작품을 많이 하셔서 마초적인 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제 만나 뵈니 진짜 내면이 그런 분이더라. 굉장히 남성적이고 남자다운 캐릭터를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반전으로 술 담배를 안 하시더라. 맛집 다니는 걸 좋아하셔서 현장에서 촬영 끝난 뒤 맛집 가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라며 박훈정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하며 느낀 강태주는 애교가 많은 강아지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한번은 식사하면서 '제가 밥 먹고 나서 더 잘할게요' 했더니 감독님이 '밥 먹을 땐 밥만 먹으면 돼. 그런 이야기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연기할 때 집중해서 하고 연기하지 않을 때는 좀 자유롭게 있으라는 의미 같았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는데 평소 강태주가 살갑고 애교스럽게 엉기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 했다.
강태주가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는 패션회사 마케터를 꿈꾸던 광고홍보학과 대학생이었다고. 학생 때 대외 활동으로 일반인 모델을 하다가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군대 제대 후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강태주는 "배우라는 직업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되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좋은 것만 보고 지금까지 왔다. 솔직히 이 작품의 오디션을 볼 때만 하더라도 계속해서 최종에서 떨어지기만 해서 자기 비하에 많이 빠져 있었다. 그런 때 만난 소중한 작품이어서 더 열심히 했다. 배우의 길을 선택해서 힘들지는 않았다. 후회한 적도 없다. 제가 '불꽃 카리스마'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남들에게 사랑받고 제 몫을 해내는 배우로 계속하고 싶다."라며 욕심 많은 신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함께 연기한 김강우, 김선호에게서 배운 것도 많고 선배들의 장점을 뺐고 싶다고 다부지게 이야기하는 강태주는 "10년 뒤에는 저도 이런 선배님들의 모습을 흉내라도 낼 줄 아는 배우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저만의 분야를 만들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볼 때 저절로 강태주가 생각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강태주가 하면 잘 하겠다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 '귀공자'는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