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는 신예를 발굴하고, 그 신예를 영화계 보물로 키워내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에서 이번에도 1980:1의 치열한 경쟁률과 3차 이상의 오디션 끝에 선택을 받아 영화 '귀공자'에서 '마르코'를 연기한 배우 강태주를 만났다.
영화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이 성할 날 없이 계속해서 얻어터지기만 했는데, 말끔하고 해사한 웃음을 짓고 앉아 있는 강태주 배우의 얼굴은 신기했다. 신인답게 솔직해서 웃음을 안기다가도 연기 이야기에 울컥해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니 박훈정 감독이 이번에도 참 좋은 배우를 발굴해 냈구나 싶었다.
"매일 관객들의 리뷰와 반응을 찾아보고 있다. 칭찬을 보면 기분 좋고 아쉬웠다는 글을 보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는 강태주는 "처음 보는 배우인데 궁금해서 찾아봤다는 말이 너무 감사했다. 좋게 봐줘야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지 않나. 그게 너무 인상 깊었다."라며 기억에 남는 감상평을 꼽으며 개봉 소감을 밝혔다.
대한민국의 젊은 배우 지망생이라면 거의가 다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엄청난 경쟁률이었다. 강태주는 어떤 매력을 어필했기에 박훈정 감독의 눈에 들었던 걸까? 그는 "처음에는 박훈정 감독님 작품에서 보이는 특유의 거칠고 남성미 있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오디션을 거칠수록 감성적인 연기를 요구하시더라. 감독님이 엄청 표현이 없으시고 시크하셨다. 포커페이스로 보고 계셔서 감독님 마음에 들려고 '저 영어도 잘 합니다. 영어로 욕도 해볼까요?'라면서 엄청 어필했다."라며 감성 연기와 영어 실력으로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평소 영어 공부를 좋아하고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따라 하는 걸 좋아했을 뿐 외국에는 한 번도 안 나가봤다는 강태주는 영화 '귀공자'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제 역할이 대사가 많지 않아서 선배님들의 대사를 들으며 느끼고 반응하려고, 상황에 집중하기만 했다."라며 자랑보다는 겸손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강태주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다. 선배님들이 아무리 잘 해도 제가 못 받으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끼리의 액션과 리액션이 중요한 작품이어서 잘 받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이야기하며 "박훈정 감독님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저를 믿고 뽑아주신 분이라 그 믿음에 부응하려 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게 너무 싫다. 선배님들보다 내공과 실력이 부족하니까 저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마다 최선을 다했다."라며 어떤 각오로 이 작품에 임했는지를 밝혔다.
데뷔작이자 이야기를 시작하는 인물,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인물로 연기한 강태주는 "이 영화를 시작하며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현장에서 힘들어도 울지 않기였다. 혼나도, 못해도 울지 말자고 다짐했고, 두 번째는 다치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람은 할 수 있는 것만 시킨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현장에서 시키는 건 힘들어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임했다."라는 귀여운 생각을 가지고 이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그가 연기한 '마르코'는 필리핀에서 병든 어머니와 지내며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기 권투를 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평생 본 적이 없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무작정 한국으로 향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문도 모른 채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초반에 권투를 하면서도 엄청나게 얻어터지고, 중반 이후 쫓겨 다니기 시작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생고생을 하는 캐릭터였다.
그랬기에 강태주가 했던 '다치지 말자'라는 다짐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 '마녀'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초능력 액션이 아닌 '귀공자'에서 강태주가 했던 액션은 온몸으로 뛰고 구르고 맞고 피하는 액션이었다. 그는 "다칠 각오, 죽을 각오로 해야 더 안다치고 잘 나오는 것 같더라. 멈칫하는 순간 사고가 나고 망설이다가 사고가 나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라고 이야기하며 "매일 촬영할 때 목표가 있었다. 오늘은 산에서 구르는 걸 잘 하자, 오늘은 와이어 매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걸 잘하자, 이렇게 매일 목표를 정했고 하나하나 잘 하고 싶었다. 제가 해야 그 장면이 끝이 났다. 현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무술팀이 리허설도 많이 해줬고 안전하게 준비를 해줘서 그걸 믿고 냅다 몸을 던졌다."라며 남다른 멘탈 관리를 하며 액션을 촬영했음을 이야기했다.
강태주의 액션은 몸으로 한 액션이 아닌 멘탈 관리에서 비롯된 액션이었다. 그는 "처음 산에서 구르는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구르는 게 어떤 건지 몰랐다. 매트를 깔고 구르는 연습만 하다가 현장에서 굴러야 했을 때 두려움이 생기더라. 그때부터 '할 수 있다'를 외웠다.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 멘탈 관리를 했다."라며 아무것도 모르던 신인이 맞이해야 했던 현장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는 말들을 했다.
강태주가 연기한 '마르코'는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였다. 등 뒤에 총이 있고, 그를 죽이려 쫓아오는 추격자들이 있기에 동물적이고 본능적으로 달아나야 했고 살기 위해 뛰어야 했다. 그는 "매일 뛰면서 촬영을 했지만 그날 찍는 달리기는 어느 정도 신체가 지쳐있는 걸 표현해야 하는지, 어떤 호흡과 어떤 속도, 어떤 표현을 하며 달려야 하는지가 고민스러웠다."라며 도망치는 연기 속에서도 섬세하고 치밀한 차이를 표현해 내야 했던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강태주는 "이번 작품을 하며 잘 달렸고, 잘 도망 다니고 잘 뛰어내리고 다치지 않고 잘 해냈다는 건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라고 평가를 하며 "숨 쉬는 것까지 캐릭터로 표현해 낼 수 있게 꼼꼼하게 연기를 배워가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물 마시는 장면, 앉았다 일어서고 달리는 폼까지 더 캐릭터에 가까워지고 싶다. 앞으로는 디테일한 거 하나하나 공들여 찍고 싶다."라며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도 이야기했다.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 '귀공자'는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