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리얼하고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을 그린 '레이스'에서 학벌, 집안,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스펙 제로지만 열정 만렙, 일에서만큼은 진심인 ‘박윤조’를 통해 지금껏 보지 못한 털털한 생활연기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 낸 이연희를 만났다.
결혼 후 여러 작품을 통해 조금씩 이연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 '레이스'를 통해서는 예쁜 여주인공을 버리고 현실적인 직장인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 이연희는 "결혼을 하고 나니 작품을 고를 때 좀 변화가 생겼다. 좀 더 공감되고 이해가 되는 작품이 더 끌리고 재미가 있더라. 현실적인 반영이 잘 되어 있는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레이스'는 제가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직장인에게는 충분히 공감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어느새 20년 차 배우인 이연희는 "거의 15년 동안은 그냥 정신없이 달려만 왔다. 15년 동안은 정말 일에 치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아왔고 이 일을 하면서 주목받는 게 오히려 겁날 때가 있고 부담스럽고 마냥 이 직업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20대에 너무 주목을 한 번에 받으니까 이름이 알려지고 일을 시작할 때부터 부담이 있고 그에 따른 기대 때문에 잘 해야 한다고 저를 억눌러왔던 게 있다."라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그러며 "결혼 이후에 여유도 생겼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그걸 덜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긴 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해 주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든든한 지원자와 조력자가 있다 보니 한결 편하게 내려놓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파서 연기 외적인 건 잘 모르는 게 많은데 그런 건 남편이 잘 가르쳐 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제가 더 생활 연기를 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기도 하더라. 이전에는 내가 어떤 게 잘 어울리는지도 몰라서 작품 선택에도 자신이 없었고, 주어진 작품을 해나가기에 바빴다면 요즘은 작품을 지켜보고 찾아보면서 공감이 되어야 출발을 하게 되더라. 예전에 좋고 싫음이 분명해졌다."라며 결혼 이후 작품을 고르는 기준, 작품을 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음을 밝혔다.
최근 4~5년 사이에 배우라는 직업이 재미있고 자신에게 맞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연희는 "연극을 한 것도 큰 변화를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전에 매체 연기만 했을 때는 몰랐던 처음 좋아서 연기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찾게 되었다. 너무 설레고 너무 재미있고 너무 신나는 마음이 들어서 연극을 하게 된 이후부터 좀 더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라며 연기의 즐거움을 찾게 된 것에 결혼, 연극 두 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의 즐거움을 알고 나니 현장에서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연희는 작품에서 절친을 연기해야 했던 홍종현, 김예은을 촬영 전부터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도 많이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사전부터 절친의 케미를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껏 연기하면서 이렇게 해 본 게 처음."이라는 그는 "이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내다보니 재미있어지더라. 초반부터 이들이 노래방에서 진자 친구끼리 놀 때의 상황이 보여야 해서 홍종현에게 먼저 다가갔다."라며 20여 년 만에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작품 속 케미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밝혔다.
하지만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이 상태로 촬영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제가 무작정 그렇게 했다. 이런 관계를 가진 게 처음인데 해보니까 내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느껴서 다음 작품에서도 필요하다면 또 이런 시도를 봐가며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여전히 낯가리는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알려 웃음을 안겼다.
이연희는 이 작품을 통해 남은 것에 대해 "연기 잘하는 분들과의 작업, 결국 배우들이 남았다. 너무 좋은 분들과 연기했고 그런 분들의 연기를 보고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진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어릴 때는 주변에서 해주시는 이야기를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 말들이 겪으면 겪을수록 다 힘이 되더라. 배우들이 서로를 존중 해주고 격려해 주는 게 참 힘이 되더라. 저도 그런 선배가 되면 좋겠다."라며 문소리, 조한철, 김정, 백지원 등의 배우들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이스' 이후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악역도 해보고 싶다는 이연희는 "착해 보이는 사람이 서늘해지면 이중적인 반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내가 악역을 하면 달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스스로 하고 있고 다르게 표현도 하고 싶다. 마음먹는다고 해서 대본이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한계 없는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연희는 "앞으로 저라는 사람이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다."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K-오피스 드라마 '레이스'는 현재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