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만 관객을 사로잡은 '극한직업'에 이어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그동안 드라마 '멜로가 체질'도 했었고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도 만들며 쉼 없이 창작활동을 이어온 그였지만 영화계에서 유례없는 기록을 이뤄낸 젊은 감독이기에 그의 복귀작 '드림'에는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찰진 대사, 위트 있는 연출로 호평을 받아온 이병헌 감독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을 했던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내놓았다. 엄청난 코미디를 기대하고 있을 관객들에게 '국가 대표'라고 하지만 모두가 '보통'을 꿈꾸고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던 간절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난 이병헌 감독은 "'드림'은 휴머니즘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이고 그게 더 중요한 메시지다. 제 작품의 코미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번 '드림'을 만든 제작사나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극한 직업'을 했던 분들이 아니셔서 '극한 직업'의 코미디 기대나 부담을 같이 받는 게 미안하다"라며 자신의 이름으로 인해 이번 작품에도 코미디를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이병헌 감독이 코미디에 자신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는 "시사회를 많이 다니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편인데 제가 체감했을 때 극장 안에서의 웃음소리는 '드림'이 3위다. 제일 웃음소리가 컸던 영화 1위는 '극한 직업', 2위는 '스물', 3위가 '드림'. 제 작품으로 1,2,3위를 다 채우고 있어서 '드림'에서 웃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허용치까지는 제가 채울 만큼 채웠다 생각한다. 영화를 보시고 관객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판단해 달라"라며 세상에 없을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드림'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서 압박감을 느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물리적인 압박감이 가장 컸다"라는 답을 했다. 그는 "촬영할 때 인생 최고의 장마를 겪었다. 7월에 촬영했는데 20일 넘게 비가 와서 나중에는 비가 밉지도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다가 반짝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또 그렇게 폭염이었다. '관측 이래'라는 단어를 그때 정말 많이 봤었다. 그렇게 장마를 겪고 나니 코로나가 터져서 해외 촬영을 못 가게 되었다. 코로나 때 모두가 다 힘들었으니까 저만 유독 힘들다고 할 건 아니지만,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미뤄지고,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산이 늘어나서 가장 중요한 촬영을 열악하고 빡빡하게 해야 하는 물리적 압박감이 있었다. 힘들게 제작했는데 개봉 시기가 되니 극장가가 너무 어려워져서 그 또한 압박이다."라며 산 넘어 산이었던 험난한 제작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영화계가 힘들어지기 직전, 가장 큰 흥행 성적을 냈던 이병헌 감독이기에 과연 이병헌 감독이 회생의 기회를 가져올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런 부담도 어느 때보다 크다. '극한 직업'이나 '멜로가 체질' 덕분에 '드림'의 투자에 가산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가산점을 받았기 때문에 밀려난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 사람이 저희 영화를 봤을 때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고, 그래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너무 극장가가 어렵고,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의 스코어들이 너무 이해 안 되는 것들이 몇 번 있어서 '드림'이 얼마나 스코어를 달성할지는 도저히 예측이 안 된다."라며 전작의 후광을 입은 덕에 책임과 부담을 동시에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극장가에는 이병헌 감독과 '극한 직업'을 같이 했던 이하늬와 공명이 출연하는 '킬링 로맨스'도 상영 중이다. 이병헌 감독은 "반가운 동료를 만난 느낌이다. 감독님이나 배우들과도 다 친한 사이라 서로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며 저희끼리는 분위기가 좋다. 그래서 다 잘되면 좋겠다."라며 한국 영화의 선전을 기원했다.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드림'은 4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