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 장영남의 엄살 "'일타스캔들' 속 민폐일까 걱정" [인터뷰M]

사교육 폐해의 결정체 장서진이 없었다면, '일타 스캔들'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고로 장서진을 완성한 장영남의 관록이 묻어나는 열연은 작품의 화룡점정을 장식한 것이나 다름없다.


장영남은 iMBC연예와 만나 10일 오후 강남구 앤드마크 사옥에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타 스캔들'은 입시지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별이 된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스캔들을 그린 작품.

장영남은 극중 두 아들을 둔 학부모이자, 도도하면서 지성미 넘치는 변호사 장서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보 파악을 위해 동네 엄마들 무리에 끼면서도 선을 긋는가 하면, 어긋난 모성애로 두 아들 희재(김태정), 선재(이채민)은 물론 남편 이승원(김준원)과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매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으로 뭉클함을 안기기도 했다.

장영남은 iMBC연예에 "너무 행복하다. 뻔한 대답이지만 정말 행복하다. 작품 많이 했지만 이렇게 시청률 높은 건 처음"이라며 "선재 엄마라고 불러주시더라. 역할에 온전히 집중해 주셨다. 사실 욕도 많이 먹었다. 왜 아들을 괴롭히냐며 타박을 하시는 시청자도 계셨다. 욕을 얻어먹고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싶은 요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타 스캔들'은 로코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사건의 중심에는 사교육에 집착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하나의 챕터로 자리 잡아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엄마들 중에서도 지적허영심으로 똘똘 뭉쳐 사회적 성공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 여기는 장서진. 첫째 아들 희재는 그런 엄마 탓에 방으로 숨어든 히키코모리가 됐고, 둘째 아들 선재 역시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뒤틀린 모성을 열연한 장영남은 '일타 스캔들'의 한 축을 맡아 작품 전체의 밀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장영남은 엄살을 피웠다. 작품이 내걸었던 타이틀이 '로맨틱 코미디'였기에 행여나 자신의 역할이 결에 맞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였다. 그는 "촬영을 앞두고 걱정도 있었다. '로코' 작품 전체 중 내 역할만 갑자기 너무 무겁거나, 튀진 않을까 고민했다. 톤조절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이라며 "그래서 차분한 척하는 습관이 있는 장서진 연기에 더욱 신경 썼다. 그런 성격의 여자다.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침착한 척 화나지 않은 척 하다가 무너진다. 그렇게 톤을 맞춰갔다"고 전했다.

'일타 스캔들'은 장르도 다양하고, 인간군상도 다채롭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인물의 서사를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도 존재했다. 이에 장영남은 상상하고 몰입하며 장서진을 구축했다. 그는 "대본을 받아보고 장서진 역할을 주셨다. 타인의 틀린 단어를 꼬집더라. 어떤 여자일까 상당히 궁금해졌다. 앞에서는 완벽한 척, 뒤에서는 술에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드러나지 않은 서사에 대해서도 상상하고, 연민했다. 장영남은 "장서진은 어릴 적 굉장히 어렵게 공부하며 컸을 거다.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존심을 많이 상하면서 살고, 그렇다고 겉으로 티도 내지 않으며 이를 갈았을 거라 상상했다. 사회가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식들에게 과몰입하고 집착했을 거다. '높은 자리에 있지 않으면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로워 보였다. 어릴 때부터 악착같이 살다 보니 피도 눈물도 없어졌고, 성공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여자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깡소주를 혼자 마시고 남편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위안받을 사람이 없다.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엄마로서 연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극중 수많은 사건을 겪은 장서진은 종국에 가족과 다시 손을 맞잡고 행복한 미래를 암시한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어른들의 성장사'를 가장 잘 표현한 인물이라는 반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영남에게 결말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작가님께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은 어른들의 성장을 말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장서진에게 사건이 벌어지지만 결국 우리 작품은 따스하게 마칠 거라고 확신하시더라. 믿음이 있었고, 그대로 마무리되었다"고 전했다.

장영남은 장서진의 훗날도 상상했다. 그는 "장서진과 가족들은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또 다른 고비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우여곡절이 남았을 수 있다. 하지만 자녀들을 향한 마음을 고쳐먹고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떠났다. 그걸 보는 나도 정말 행복하더라"고 덧붙였다.

현실을 기반할 테지만, 작품은 극화되어 과장되기도 한다. 장영남은 실제 아들을 키우는 엄마지만, 장서진 같은 인생을 살아보진 못했다. 그럼에도 장영남은 머리로 이해하고, 관록의 스킬을 발휘해 시청자를 홀렸다. 그는 "김선영과도 이야기 나눴다. '언니, 우리 애들 이렇게 안 키우잖아.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편한 감정이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연기자는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든 연기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믿게끔 행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 책임감이 나라는 개인이 느끼는 이질감과 불쾌함을 덮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영남은 모자 호흡을 맞춘 김태정, 이채민을 끊임없이 극찬했다. 그는 "태정이가 연기한 히키코모리 역할은 정말 어려운 연기였다. 가족의 서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기에 완전한 감정의 탑을 쌓아두고 촬영자에 와야 했다. 초반에는 대사도 적다. 눈빛과 호흡을 가지고만 표현해야 한다. 배우에게 드러낼 대사가 적다는 건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다. 태정이는 현장에서도 말을 아끼며 집중하더라. 그 고단한 마음을 아는 나도 애써 말 걸지 않고 혼자 있을 시간을 줬다"고 전했다.

이채민에 대해 장영남은 "극중 선재 그대로의 친구다. 정말 밝고 자존감이 높다. 선배라고 어려워만 하지 않고 정확한 예의와 선을 지키며 열정을 내비쳐줬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더라. 아주 잘해줬다. 고맙다"고 덧붙였다.

장영남은 28년 차 베테랑 배우다. 연기 호흡 전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한 건 없냐 우문하니, 먼저 태어난 것 뿐인데 무슨 조언을 하냐는 현답을 내놓은 그다. 장영남은 후배들에게 재차 "나 잘했어?" "내 연기 괜찮았어?"라고 물었다고. 이유에 대해 "내가 누구에게 조언을 하겠나. 먼저 태어나 먼저 연기자의 길을 걸었을 뿐이지, 우린 같은 공간에서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이니 많이 소통해 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젊은 배우들 정말 잘한다. 제 몫을 해내는 태정이와 채민이다"라며 "후배들을 만나도 '내 거나 잘 하자'는 생각으로 임한다. 중심을 잡아주는 정도가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이 없는 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확답했다.

깨어있는 배우의 자질이 묻어나는 답변이다. 쫓기는 조바심도 고착화에 대한 불안감도 느껴본 치열한 28년이라는 시간 덕분이란다. 그는 "30대, 40대까지 두려움이 많았다. 비슷한 이미지 소모 탓에 고착화라는 지적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다작을 하는 배우라는 사실도 새롭지 않다는 해석이 되는 경우도 있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가장 치명적이고 아픈 말들처럼 느껴졌다. 고여있는 그 느낌은 끔찍하다. 속상했다"며 "정답을 찾았다. 내 것에만 골똘히 몰입하면 숨 쉴 공간이 생기더라. 비슷한 결의 역할이라도 내가 차별점을 만들면 된다. 스타일링, 목소리 톤, 말투를 다르게 하고 결을 바꿔보면 되는 거 아닌가. 고민과 정성을 쏟아보니 연기가 더 흥미로워지더라"고 미소를 뗬다.

"난 아직도 일하는 게 너무 좋다. 정확히 말하면 연기가 재밌다. 어렵지만 잘해보고 싶다. 그 마음은 진짜 바뀌지 않았다. 한때는 허울뿐인 꿈도 꿔봤다. 이제는 표면적인 성과보다는 나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