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김태준 감독을 만났다. 이 영화는 현실 밀착 스릴러로 2월 17일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2위에 랭킹, 지금까지도 글로벌 TOP 10안에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적인 공감을 받고 있다. 김태준 감독에게 작품 속의 세세한 비하인드를 물어보았다.
우선 천우희 평소 모습을 보고 '나미'를 그려냈고, 그래서 천우희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부터 물어보았다. 그는 "사람이 좋아 보였다. '나미'가 친근한 느낌을 줘야 '나와 같은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천우희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봤는데 당구도 치고 피크닉도 가고 사격도 하고, 일상의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걸 체험하는 콘텐츠가 있더라. 거기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다. 평소 천우희의 말투도 호감이었고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천우희의 일상적인 모습을 관찰했음을 밝혔다.
그러며 "'곡성'이나 '한공주' 등에서 애처롭고 강하고 어두운 역할이 많이 각인되어 있는 배우이지만 '멜로가 체질' 같은 이미지가 덜 소비되어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일방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에는 그녀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천우희 연기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느낌이 날 것 같았다."라며 '나미'의 캐릭터에 천우희가 왜 어울렸는지를 이야기했다.
범인으로 등장한 임시완에 대해서는 여러 질문이 있었다. 우선 초반에 녹음된 여자 목소리를 들려주는 비하인드로 김태준 감독은 "처음에는 AI 목소리를 생각했었다. 그걸 써 보니 가짜 티가 나서 상대방이 알아차릴 것 같더라. 그래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려 녹음했다는 설정으로 바꿨다. 이 인물은 준비성이 철저하고 계획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그 정도까지 준비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장면이 만들어졌는지를 이야기했다.
임시완이 맡은 '우준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김태준 감독은 "정답이 없는 인물이었다. 큰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는 목표만 정해놨고 이 인물은 어떤 상황에 어떤 표정을 해도 말이 되는 인물이라 연기할 때의 표정은 자유롭게 내버려 뒀다."라고 이야기했다.
인물의 전사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며 "개인적인 사유 보다는 사회 현상이 만들어 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출생신고 미등록자라는 설정을 하게 된 것. 상당히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인물로 관객들이 상상해 주길 바랬고, 그렇기에 관계에 많이 집착하고, 피해자들에게 '너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릇된 신념을 갖게 하는 인물로 만들었다."라며 작품 속에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우준영'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했다.
김태준 감독은 '우준영'에 대해 "우준영이 작성한 노란색 노트나, 수리점에 보관된 많은 스마트폰들을 통해 봤을 때 과거에 여러 명을 죽였을 것 같은 인물이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게 아니라 성별도 다양하고, 외로운 사람, 나와 비슷할 것 같은 사람, 그중에 실패한 사람도 있겠지만 성공한 사람만 나열해 뒀을 것. '우준영'은 0번인데 보통 0번으로 시작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니 '우준영'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만들어 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프리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며 분명히 했다. "프리퀄을 하려면 또 사연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그저 이 작품에 보여진 것만 토대로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주길 당부했다.
김태준 감독이 생각하기에도 '우준영'은 미친놈 같았다고 한다. 그는 "영화 초반 노트북 앞에서 순댓국을 먹는 장면이 제일 미친놈 같았다. 아마 순댓국 집에서 순댓국을 사 오는 길에 핸드폰을 주웠을 것이고, 그 순댓국집은 피해자 엄마의 가게다. 자신이 죽인 피해자의 엄마의 가게에서 사 온 순댓국에 '우준영' 엄마가 보내준 참나물을 얹어서 밥을 먹는 모습이 정말 미친놈이었다. 피해자 어머니의 집에 가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며 자신이 만든 캐릭터지만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미'의 아버지를 연기한 박호산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했다. "떨어져 살지만 애틋하고 친구 같은 젊고 멋있는 아빠의 이미지가 박호산과 딱 맞았다."라며 박호산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며 "'나미'의 회사가 문정동이고, 아빠의 집은 일산에 있어서 같이 살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아빠에게 기대기 싫기도 해서 따로 독립해서 사는 걸로 설정했다. 또 코로나 시국을 반영하다 보니 카페가 조금 어려워졌고 그래서 주말에는 딸이 가서 도와주는 상황을 설정했다. 떨어져 살지만 주말에는 아빠 가게에서 일을 해줄 정도로 돈독한 부녀관계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어떤 부녀 사이를 그리려 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영화의 후반부 장면이 펼쳐지는 '나미' 아빠의 집에도 사연이 있었다. "최후의 공간이기도 해서 약간 힘을 주고 싶었다. 화장실에서 소파까지 오는 일직선의 공간이 있기를 바랐는데 그러다 보니 집의 사이즈가 점점 더 커지더라. 이런 큰 집을 어디에 지어야 할까 고민하며 알아보니 서울 외곽은 땅이 비싸지 않아 일산으로 설정하게 된 것. '나미'의 엄마가 건축가라는 설정을 했다. 중간에 사진들이 보이는데 거기에 이 집의 건축 과정이 보인다. 엄마가 지은 집이기에 '나미'에게는 집에 대한 애정이 많고, 그래서 아빠가 '집을 팔까'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나미'가 많이 서운해하며 아빠와 싸우게 되는 것. '그 집은 엄마잖아'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에 초점을 두면 자칫 놓칠 수 있는 장소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 집에서 이뤄진 후반부 욕실과 거실에서의 신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다. 김태준 감독은 "천우희에게 너무 고마웠다. 물속에서 눈을 떠야 했고, 밑에 박호산도 들어가 있어서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현장에서 마사지하는 분도 계속 계시며 배우들의 컨디션 관리를 하고 모두가 집중하고 긴장하며 촬영했다. 저는 조금 아쉬워도 한 번 더 찍자고 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천우희는 본인이 모니터를 보고 한 번 더 하겠다고 하고, 결국 원하는 걸 해내더라. 너무 멋있었다."라며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사건의 결말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아무 나쁜 사람이었어도 그를 죽이는 게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됐었다. 살아남아 일상을 살아야 하는데 누군가를 죽인 후에 일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더라. 그런데 천우희는 그 장면 때문에 연기를 한 거라며 본인이 쏘는 게 맞는다고 하더라. 결국 천우희가 쐈다. 영화 초반의 흘러가는 장면에서 SNS 상에서 '나미'가 실탄사격을 하는 사진이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천우희가 10점을 쏘더라. 사격을 너무 잘했다."라며 사격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천우희를 이야기했다.
김태준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자두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도 밝혔다. "자두나무가 많이 나온다. 처음 산에 있는 자두나무는 로얄대석이라고 속이 노랗고 겉이 빨간 자두이고, '나미'네 카페에서 보여지는 자두는 겉과 속이 빨간 피자두다. 자두나무는 오얏나무라고도 하는데 오해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영화 속 모든 게 소통의 부재와 오해로 시작된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오해여서 자두를 집어넣었다."라며 자두나무가 왜 등장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며 "산에 있던 로얄대석은 레드와 옐로로 겉과 속이 다르다. '지만'이 설마 아들이 사람을 죽였겠냐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하게 된다. 하나 남은 자두가 썩은 것도 '지만'과 아들의 관계를 대변한 장면이다. 자두에 벌레가 붙어있는 건 '우준영'을 상징했다. '나미'네 카페나 '나미'를 표현하는 피자두는 겉과 속이 같은 자두다. 그렇게 캐릭터별로 의미부여를 했다."며 각기 다른 자두가 캐릭터의 어떤 특성을 반영한 건지 덧붙였다.
영화에 출연했던 김희원은 자신의 서사가 완성본에서는 많이 줄어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했었다. 김태준 감독은 "제일 통감하는 부분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 이 정도면 현장 편집본이 2시간 20분은 나오겠다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와서 결국 많은 부분을 덜어내야 했다.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 나름대로는 '지만'이라는 인물을 김희원이 너무 표현을 잘 해줘서 약간의 공백과 관객의 상상력이 합해지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라며 입봉 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을 고백했다.
김태준 감독은 "신인이어서 혼란스럽고 헷갈리는 게 있었는데 모두가 같은 곳을 보고 있고, '당신이 가자는 길을 갈 거야'라며 같이 작업해 주는 동료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같이 작업하는 게 이런 거고, 이게 바로 즐거움이구나 싶다. 연기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노 단위로 감정을 쪼개서 보여주고 어느 순간 제가 원하는 게 있을 때 눈만 마주쳤는데도 '네' 이러고 가서 그걸 보여주는 배우들이 정말 신기했다. 진짜 좋은 동료를 얻은 것 같다."라며 데뷔작을 내놓은 소감을 밝혔다.
'메멘토'를 좋아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태준 감독은 "앞으로도 스릴러를 계속하고 싶기는 한데 오랜 시간 어두운 이야기만 쓰다 보니 저도 지치더라. 다양하게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는 말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