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목)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스타 국어강사 김젬마가 '무식탈출-문학' 코너에서 이상의 시 '거울'을 소개했다.
이날 DJ 김영철이 "김젬마 쌤은 지성과 텐션 그리고 미모를 겸비하셨다. 젬마 쌤이 또 가지신 게 뭐가 있을까?"라는 한 청취자의 질문을 소개하자 김젬마가 "주먹이 있다. 복싱을 하고 있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젬마는 "바쁘게 출근 준비,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우리가 꼭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거울을 보는 것이다. 저도 오늘 거울 보면서 눈물이 났다. 다크가 진해졌더라. 거울은 어디에든 있다. 거울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나르시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문학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으로도 나오고 트로트 가사에도 나온다. 거울을 소재로 시를 쓴 시인도 있다"라고 말하고 이상의 '거울'을 낭송했다.
김영철이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이 구절이 와닿는다"라고 말하자 김젬마가 "이 말투가 1920년대 느낌이 난다. 경성스럽기도 하고 원래 띄어쓰기도 하나도 없는 시다. 이상의 시를 읽으면 뭔가 시대를 잘못 태어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랭보도 그렇고 그 시대가 온전히 시인을, 천재를 품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고 "혹시 시대와의 불화를 느끼신다면 자신이 천재가 아닐까 의심을 품어보시라"라고 덧붙였다.
'거울'에 대해 김젬마는 "1933년 10월에 발표되었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 일종의 자아분열이 느껴진다. 거울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이런 시를 써내려간다는 게 역시 일반인과는 참 다른 것 같다. 저희도 거울을 보며 현실을 부정할 때가 있다. 시를 보면 1, 2, 3연에서는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의 단절이 보인다. 4연은 거울 밖의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만질 수는 없지만 만날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5연에서는 거울이 없지만 거울 속에 자신이 있다고 한다. 자아분열의 고조, 심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젬마는 "이때 중요한 건 자신이라는 게 이 시의 핵심인데, 내가 없는 곳에서 존재하는 나, 바로 그것은 나를 있게 했던 하지만 내가 부정하고 싶은 질서 즉 일종의 상징질서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현재 나의 의식을 존재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질서를 말한다. 그 질서는 우리를 억압하기도 해서 거부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식민지시대의 억압된 현실 그 시대와 질서에 속해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식의 분열, 그런 시대적 아픔들이 이상의 시에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늘 현실의 자아와 이상의 자아는 좀 다르다"라며 김젬마는 "이상을 모더니스트라고 한다. 모더니즘이라는 건 20세기에 시작된 서구 문학예술의 경향이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사유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급진적 사상과 시도,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상은 기존의 시와 소설의 문법을 거부했고 당시 독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았던 자유연상기법으로 글을 써내려가면서 인간의 내면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하고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거부했던 이상의 삶 자체가 모더니즘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