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을 극화한, 공연을 넘어선 전율과 감동을 극대화한 영화 '영웅'에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을 만났다.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킨 김고은은 "대본에 집중했다. 노래를 하며 연기도 해야 했지만 영화에서는 '설희'의 서사나 감정선이 더 잘 살아나서 그걸 많이 고민했다. 국민 한 사람의 마음 가진으로 '설희'를 대했다"라며 캐릭터를 어떤 마음으로 분석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김고은은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는 것도 도전이었고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한다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갖고 시작하지만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겨내는 반복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촬영하면서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아무것도 아니야. 안되면 될 때까지 하면 돼. 별거 아닌데 혼자 오버하지 말자'라고 저에게 계속 이야기를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꾸 더 안되고 조급해지는 거 같아서 셀프 최면 거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라며 자신만의 스트레스 극복 법을 공개했다.
이번 작품에서 노래, 연기뿐 아니라 일본어와 춤도 선보였던 김고은은 "영어라면 발음에 좀 더 신경을 쓰더나 했을 텐데 일본어는 전혀 모르는 언어여서 고민이 많았다. 우리 말과 어순이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 말과 대조해가면서 뜻을 알고 내뱉으려고 준비를 했다. '설희'는 원어민처럼 일본어를 해야 해서 대사가 많지 않고 길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일본어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는 걸 최대한 많이 반복적으로 했고 또 다행스럽게도 현장에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배우분들이 많아서 테이크를 갈 때마다 원어민처럼 들리는지를 많이 물어봤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선배에게 많이 물어봤다"라며 같이 연기한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음을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김고은이 등장하던 장면에서도 매혹적인 춤을 선보였다. 그는 "같이 나오는 배우들이 다 뮤지컬 '영웅'의 무대에 서셨던 분들인데 저도 열심히 연습했다. 제가 그동안 배웠던 춤들은 동작을 크게 크게 하고 칼같이 정확하게 뻗어주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의 춤은 달랐다. 모든 동작들이 하다가 마는 것 같이 뻗지 않는데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했다. 앞으로 춤출 작품이 있다면 또 해보고 싶다."라며 기존의 춤들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이야기했다.
극중 '설희'는 다른 독립군들과 달리 혼자서 적장의 바로 옆에서 정보를 제공하느라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김고은은 "그게 정말 아쉬웠다. 너무 좋은 분들이었고 합창을 할 때 거기 끼고 싶었고 벅찬 심경을 같이 느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찍을 때 너무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걸 동력 삼아 혼자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끝까지 감정을 끌고 갈수 있었다."라며 감정 연기의 원동력이 된 장면을 이야기했다.
올해로 데뷔한지 10년 차인 김고은은 "올해는 너무 감사한 한 해였다. '유미의 세포들'과 '작은 아씨들'로 사랑도 받고 상도 받았다. 잊지 못할 한 해다. 배우로서의 책임감은 항상 있고, 저에게 맡겨주신 역할에 대해서는 더 잘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밝혔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에서 개그우먼 이수지 씨가 김고은의 흉내를 낸 장면을 혹시 봤냐고 질문하니 김고은은 폭소를 터트렸다. "저 그거 봤잖아요."라고 웃기 시작한 김고은은 "너무너무 웃으면서 봤다.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아는데 '고은인데요~'라고 새침하게 이야기하시다가 갑자기 '린쟈오밍'이라고 어투를 변화시키는 포인트가 너무 웃어서 저도 며칠 동안 폭소를 하며 봤다. 연기를 너무 잘 해주셔서 '김고은 흉내'를 내주시는 거 너무 좋아한다. 저를 캐릭터 삼아 몇 년 간해 주시는데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너무 팬이다."라며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이지만 적은 분량으로 '영웅'의 결정적인 역할과 장면을 표현해 낸 김고은은 "저도 독립군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런 욕심이 있어서 이 작품에 끌렸다"라고 이야기하며 "저를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얼마 전 팬미팅을 했는데 진심으로 저를 바라봐 주시는 표정과 눈빛에 너무 감사했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더라.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역할이건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고 맡겨주시는 건 모두 해내겠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영웅'은 12월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