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에서 한 통의 전화로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 '김택록'을 연기하며 관록과 신뢰를 보인 배우 이성민을 만났다. '김택록'은 모두가 마다하는 악질 범죄만을 쫓으며 타고난 직감으로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해 내는 베테랑 형사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홀로 보내며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공황 장애를 앓는 속에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세금 징수 공무원들의 통쾌 사기극 '38 사기동대'부터 악은 악으로 처결하는 액션 느와르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들'을 연출한 한동화 감독과 '형사록'을 만든 이성민은 "감독님은 첫인상부터 너무 좋았다. 첫미팅에서 그분이 보여주는 의지가 대단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느껴졌다. 대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며칠을 계속 만나 1부부터 그때까지 나온 대본을 한 장씩 넘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많이 가졌었다. 감독님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 알았고 현장에서 촬영하면서도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했다. 배우들의 생각을 수용하는 걸 보면 지금까지 만난 드라마 감독과 다르게 많이 열려있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디렉션과 그의 오케이가 완벽하게 신뢰할만하다는 확신이 들더라. 완벽하게 감독님을 믿고 촬영했다."라며 완벽에 가까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형사록' 작품에 대한 칭찬에 "감독님이 워낙에 배우들의 캐스팅에 신경을 많이 쓰셨고,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하든 큰 역을 충분히 해낼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줘서 감사했다."라며 함께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성민은 "평소에도 좋게 봤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천사장'을 연기한 윤제문도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참여해 준 것만 해도 감사했는데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진구도 너무 잘해줘서 감사했는데 함께 부대끼는 장면이 많지 않았던 게 아쉬울 정도였다. 김태훈도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함께 했는데 진짜 연기가 좋았고 김재범 배우도 너무 연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라며 동료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함께 팀을 이뤄 좋은 호흡을 보였던 경수진과 이학주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열심히 한 배우들이다. 경수진은 정말 몸을 잘 쓰는 배우더라. 다른 여배우보다 액션에 힘이 있더라. 여자 형사 연기가 굉장히 힘든데 잠바 입고 총 들고 하는 한계 있는 연기를 처음부터 잘 풀어가더라. 이학주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아주 물건이더라. 처음부터 자신을 용의자로 분위기를 잡고 가던데 촬영하면서도 재미있었지만 본편을 보니까 더 재미있더라.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흘리는 게 의도였는데 이학주는 너무 그걸 잘해줬다."라며 구체적으로 칭찬을 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과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유독 혼자 연기하는 장면도 많았던 이성민은 "다른 장면보다 전화받은 장면을 연기하는 게 많았다. 이번에는 연출부가 상대방 전화 목소리를 현장에서 맞춰줬는데 그 친구가 경상도 친구여서 처음에는 감정 잡는 게 힘들었다. 상대방 대사에 맞춰서 간격을 두고 대사를 읽어야 하는데 너무 긴장해서인지 계속해서 말을 하더라. 어떤 때는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차 뒷자리에 숨어서 대사를 맞춰주기도 했다."라며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현장을 뛰는 형사로 작품 속에서 많은 장면 뛰고 굴러야 했다. 이성민은 "그 덕에 당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 진짜 많이 뛰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는데 대퇴골 관절이 좀 아프기는 했다. 그래도 행복하게 촬영했다. 저는 뛰는 장면이 많아서 괜찮았는데 이학주는 젊으니까 첫 테이크가 막 날아다닐 정도로 엄청 잘 뛰더라 속으로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는데 역시나 반나절을 계속 뛰니까 속도가 많이 줄더라."라며 베테랑답게 완급 조절을 하며 액션을 펼쳤음을 이야기했다.
액션 장면에 있어서 대본과 달리 중간중간 수정을 했다는 이성민은 "감독님께서 제 작업 방식에 맞춰준 게 있었다. 자동차 액션의 경우 제가 직접 운전하며 연기하는 게 아니라 콘티를 먼저 짜서 외부 신을 다 촬영하고 저는 그걸 보며 크로마 배경 앞에서 자동차의 움직임에 맞게 연기를 했다."라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액션신을 촬영했음을 알렸다. 또한 "현장에서도 많이 대본을 수정했다. 범인을 쫓는 게 드라마의 방향인데 자칫 서브 서사나 정서가 두드러진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은 과감히 뺐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걸 보강하는 것도 디테일하게 배우들과 하나씩 찾아가며 협의했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극 중에서 캐릭터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장면으로 이성민은 "숲속에서 중학생 딸을 잃은 부모를 만나는 시퀀스가 좋았다."라고 꼽으며 "그게 '택록'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신이었다. 과거에 진범을 찾기는 했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편법이 또 다른 사람에게 큰 아픔을 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퀀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때 부모와의 대화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택록'의 고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촬영할 때도 굉장히 분위기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의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전 공개된 영화 '리멤버'에 이어 나이 든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이성민은 "제가 일부러 한꺼번에 동시에 여러 개를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작품이 공개될 때는 몰려서 나오더라. 이런 때는 대략난감이긴 한데,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하는 건 복이기도 하고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런 캐릭터가 많이 와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도전하고 싶고 좋아서 하게 되는 캐릭터들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리멤버'는 내 한계를 건너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형사록'은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작품"이라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최근 '헌트'에서의 특별 출연을 비롯, 올해만 해도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한 이성민은 "이미지 소모에 대해 식상할까 봐 걱정되지 않냐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는 젊을 때는 젊은이로, 나이가 들면 노인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생 몇 작품 안 하며 명작만 남기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위해 꾸준히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저를 필요로 한다면 비중과 상관없이 많이 하는 편이다. 제 이미지가 뭐가 아깝다고, 제가 쓸모가 있다면 일하는 게 맞고 대신 내가 하는 작품에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게 신념이다."라며 배우로의 신념을 밝혔다.
그러며 "사람 냄새. 인간미 있는 캐릭터. 제 쓸모가 그런 거 같다. 저에게 이런 게 많이 온다. 연기를 하다 보면 '생긴 대로 먹고산다'라고, 피할 수 없는 본인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넘어서면 멋진 배우인데 저는 그러지는 못하고 보이는 모습에 맞는 캐릭터만 하는 거 같다. 과거에도 그런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게 오는 거 같다. 변신하고 싶은데 잘 안되긴 하다."라며 좋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지만 변신도 꿈꾸고 있음을 알렸다.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가 정체불명의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를 다룬 '형사록'은 지난 16일 마지막 회차까지 모두 공개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거침없는 서스펜스의 종지부를 찍었다.